디트로이트의 종말
미쉐린 메이너드 지음, 최원석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디트로이트 제국을 만들었던 GM,포드,크라이슬러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든
일본과 유럽 회사들에게 밀려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NYT 자동차산업 기자가 수년간 밀접하게 현장을 취재해서 경영자에서 부터 기술자, 소비자까지
광범위하게 만나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여 만든 책이다 보니 매우 현실감 있고 시사점이 많다.

종말이라는 단어가 적절할지는 모르겠다. 아직도 시장의 60%는 big 3의 손에 있으니
규모의 면에서 영향력은 적지 않다고 하겠다. 하지만 최근에도 각종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big 3의 이익율은 1-2% 내외에 머무는 매우 저조한 형편이다.
무엇이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저자는 우선 노동문화와 기업정신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한다.
GM이 제조에서 서비스로 진화한다며 할부금융사업으로 확장하고 여기서 나오는 이익을
만족스럽게 쳐다보고 있을 때 도요타는 엔지니어가 이끌어가는 전통을 고수하며
더 품질 좋고 소비자의 기호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포드는 타이어와 관련된 결함 부분에 대해서 사장이 증언을 거부하는 비도덕적인 면을
보였고 심지어 모든 문제를 타이어 납품사인 파이어스톤에 떠념겼다.
노조는 기업 단위가 아니라 전국단위로 결성되어 회사가 이익이 나지 않고 가동율이 떨어져도
자신들의 급여는 꼬박꼬박 챙겨가도록 단체협약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회사는 억지로 생산을 하고 이를 다시 렌터카 업체에 밀어내고 이 물량은 결국
중고차 시장으로 흘러들어와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게된다.

마이클 포터는 일본기업들이 우월한점은 별로 없고 단지 환율의 이익만 누리고 있다고
비웃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일본기업은 정부의 가이드라인 보다 더 연구를 거듭해
소비자들의 안전을 생각했고 미국 소비자들이 라이프스타일을 조사한 캠코더 파일을
임원회의에서 들이대며 설계변경을 요구하는 소비자 친화적 경영에 노력을 경주했다.

즉 미국과 일본의 오늘의 차이는 결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부당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 저자의 주요한 주장이다.
아울러 80년 초의 자동차산업 위기에서는 시위와 정부에 대한 압력으로 일본 자동차업계의
자율규제를 끌어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남부에 이루어진 광범위한 일본기업의 투자로
북부의 손해가 남부에는 이익이 되는 국면을 만들어 냈기에 다시 역사를 반복시킬 수는 없다.
현대차에 대한 부분도 나온다. 많지는 않지만 여기서 장기간 일했던 현지경영자가
10만마일 보상 전략으로 가장 약점으로 생각되던 품질에 대해 정면돌파를 시도했고
이 캠페인이 먹히자 현지생산 확대를 통해 본격적인 기반을 다져나가는 전략을 취했다고 한다.

글로벌 시대에는 무엇보다 세계1위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 말대로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적당하게 현실에 안주하고, 높은 점유율을 곧 이익과 동일시 하며 안일한 자세를 취한
기업이 어떻게 몰락해가는가를 이 책은 잘 보여준다. 한국이 오늘 전자 일부 분야에서
1위를 이루어냈지만 내일을 장담하기에는 이르다. 역으로 아직은 현대가 이 책의 일부에만
나오는 수준이지만 내일 더욱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여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마다않는 미국의 정치인들에 비해
삼성전자가 수조원의 법인세를 내는데도 공장 늘리겠다는데 수천억원의 땅바가지를 씌우는
토지공사나 이를 방관하는 정부여당의 꼴을 보면서 아직 한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시가 잘 못한다고 미국 시스템이 다 문제 있는 것은 아니고 과거에 잠깐 운동하느라 희생했다고
오늘 하고 있는 어리석은 짓거리가 모두 변호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는 모두 합심해서 경쟁하지 않는다면 다 같이 몰락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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