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이 하는 게임이 바뀌었다. 각종 슈팅게임에서 이제 LOL이라고 난 처음 보는 게임이다. 스타 비슷하기도 하고. 잘 만들어서 게임방에서 30주 이상 독보적 1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게임의 개발자는 미국회사 라이엇게임즈이고 소유주가 바로 중국의 게임 거물 Tencent라는 점이다.
레미제라블 전후해서 프랑스의 문호 발자크를 꾸준히 읽고 있다. 1800년대 전반의 사회 변화상을 보여주는 그의 솜씨는 정말 빼어나다.
잠깐 이야기를 해보면. 순진한 귀족들이 임명한 집사들이 교묘하게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 장면들이 나온다. 화가 잔뜩난 귀족이 이를 추궁하고 해고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승자가 되는 건 집사들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복종하고 귀족을 추앙하는 듯이 행동한다. 하지만 계약, 돈의 흐름 등 실물에 보다 가까운 이들은 티 안나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가고 결국 역사의 승자가 된다.
이 현상을 보면서 헤겔이 <노예와 주인의 변증법>이라는 유명한 개념을 만들어 내었다. 주인이 한가로이 즐기고 있을 때 땀을 흘려 일한 노예의 처지는 처음 보기에 불우하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자기의 능력을 고양시킨 그들은 결국 힘을 키워 주인을 밀어내게 된다는 이야기다.
발자크의 소설에 나타난 프랑스혁명 전후의 사회상은 여기에 딱 맞는 예다. 한반도에서도 같은 형태의 변화가 구한말에서 일제시대, 해방후의 혼란기 등에서 계속 반복되어 나타났다.
요즘 내게 관심을 끄는 건 미국,일본,한국,중국 간의 산업경쟁이다.
배짱이처럼(심하게는 노예) 일하던 일본,한국이 미국의 철강,조선 등 산업을 가져와서 성장을 이룬게 어제 일 같다. 그러다 나중에 끼어달라고 하는 중국에 허드렛일들을 떼어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놀라운 일들을 맞게 된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 몇번 언급되지 않는다. 주인님의 시야에 주목할 만한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냥 부지런해서 일을 빨리 처리하는 기업 정도의 묘사다.
그렇게 묵묵히 일하던 삼성이 애플의 제쳐가고 있다. 노예와 주인 이야기가 여기서도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잠시 뒤를 보니 저 멀리 있다고 생각한 중국의 레노버,화웨이,ZTE 등이 턱 밑까지 따라오는 듯하다.
아직은 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쉬운 게임은 아니다.
게임의 LOL을 보면 중국 스타일이 놀랍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이 중국에 온라인게임 수출한다고 좋아하던 것이 정말 2-3년 사이의 이야기다. 꿈 부풀어 게임 업체 주가도 엄청난 프리미엄을 받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궁금하시면 NC의 주가를 5년 정도 놓고 보시기를..
마찬가지의 스토리가 스마트폰에서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한번 노예와 주인의 변증법을 되새김질 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