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베트 -하
발자크 지음, 박현석 옮김 / 동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1848년 경의 프랑스 사회


혁명으로 신분이 무너지니 사람들은 혼란을 겪게 된다.

누가 누구와 결혼하는 것이 합당할까?

신분제라면 귀족도 시민도 급이 있어서 고민이 적었다.

귀족의 경우 토지에서 나오는 연공에 따라 가격이 매겨져왔다.

혁명으로 이들은 몰락했고 나폴레옹이 장군들을 귀족으로 임명해서 혼선을 준다.

거기다가 돈의 힘으로 밀고 올라온 상인들은 어떻게 계산하면 될까?

자 이 상황에서 합당한 결혼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일단 간단한 계산법이 있다.

연수입을 돈으로 환산해보라. 마침 좋은 제도로 채권이 있었다.

돈을 집어 넣으면 해마다 일정한 돈으로 준다. 대략 금리가 6% 정도.

과거의 토지의 연공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돈을 집어 주지 않고는 딸을 시집보내기가 어려웠다.


조금 앞 시대의 영국에서 한 재능 많은 여인이 지참금이 없어서 결혼 못하다가

독신으로 생을 마쳤다. 그녀는 자기 이야기를 가지고 세상을 비틀어 보여주었고

후일 이 글이 인기를 끌었다.

바로 제인 오스틴이다.

소설 속 여주인공들은 돈은 없어도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되지만 

현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결혼은 일정의 새로운 신분 확인이고 나아가 신분의 확장 내지 향상이다.

그래서 다들 안간힘을 다해 더 높은 더 나은 상대를 원한다.

고리오 영감은 평생 모은 돈을 다 털어 두 딸을 최상의 신랑과 결혼시켰다.

이 작품 사촌베트에서도 결혼은 비즈니스였다


사회 변동 초반에는 열혈 군인이 아름다운 농촌 아가씨를 얻어서 같이 출세 했다.

매우 해피한 스토리다.

반면 연줄 없고 못 생긴 사촌은 평생 여공으로 살아야 했다.

이쪽이 제인 오스틴의 소설 보다 더 리얼한 세계일 것이다.


한편 사회의 다른 편에는 결혼과는 다른 남녀관계가 있었다.

하나는 가수나 무희가 돈 많은 후원자를 맞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미 유부녀인 여자가 자신의 남편을 제쳐놓고 돈 많은 후원자를 잡아서 즐기는 것이다.

이렇게 결혼과는 다른 방식으로 여자는 남자를 이용한다.


사회 변동이 많던 시절 한 남자에게서만 평생의 안녕을 기댈 수 없었기에

여자들은 자신의 매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남자를 끌어들인다.

혹 안되면 다른 쪽에 기대어 사는 것이다.

실제 발자크의 남동생은 아버지가 달랐다고 한다.

발자크도 여기저기에 자신의 씨앗을 뿌렸다.

일종의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 낳기 수법은 당대 프랑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현대의 동물 생존전략으로 견주어 보아도 꽤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 소설에는 이와 같은 남녀 관계의 여러 형태를 아주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보여준다.


일종의 결혼 사회학이라고나 할까?


여자가 돈 많은 남자를 얻어가는 이야기를 우리는 신데렐라 스토리라 부른다. 지금도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는 그 형태다.

반면 이 시대에는 남자가 지참금 많은 여자를 낚는 작업이 적지 않았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온달 스토리다. 평강공주를 낚는.

그리고 바로 발자크 자신이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 자체 였다.

그는 평생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막강한 여인을 찾아다녔다. 귀족이고 돈 많은 이왕이면 자신의 문학도 이해하는..

덕분에 수백만불 이상의 돈을 가진 여인과의 결혼에 골인하는 소설 같은 생을 살게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이 작품(일종의 결혼사회학)은 지극히 흥미롭게 당대의 사회를 묘사해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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