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좋아하는 분들, 올리버스톤 좋아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트로이 같은 3류 영화하고는 비교도 할 바 아니죠. 트로이는 헐리우드 배우 기용해서 현대미국인을 고대 그리스로 집어 넣어버리는 바람에 정말 우리가 고대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알지 못하게 하는 그런 3류 영화였다.
동성애 코드를 우려하는 사람은 그리스의 문화를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올리버 스톤은 시나리오 작가로부터 쌓아올린 탄탄한 구성력을 바탕으로 미국에 얽메이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으로 - 미국이 방조한 학살을 그린 살바도르를 만들고 제3세계에서 미군이 보다 많이 죽어야 미국 사람들이 정신을 차릴 거라고 주장하는 - 상상을 펼쳐 관객들을 고대 그리스 세계로 데려간다.

정말 우리가 그리스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아버지 필립과 동굴 속에서 살펴본 그림들은 가장 중요한 신화들이다. 하지만 그 속에 알렉산더의 삶을 미리 보여주는 테마들이 들어있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외디푸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들을 죽이는 우라노스, 그럼에도 결국 권력은 아들 제우스가 쟁탈한다.  이 구조는 고스란히 알렉산더의 삶에서 나타난다. 아버지 필립이 아들을 견제했고 심지어 내쳐지는 상태까지 몰렸지만 암살로 상황이 급반전된다. 여기에 알렉산더가 가까운 사람들이 관여했다는 게 역사적 진실이라고 한다. 혼란을 추스리는 상황에서 테베가 반기를 들자 가서 완전히 도시를 파괴시켜버렸다. 이후 알렉산더의 원정 동안 그리스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는 도시국가는 없었다.
아버지가 알렉산더를 존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최고의 선생 - 바꿔 말하면 수업료가 가장 비싼 선생 - 을 초빙해서 가르쳤던 것만 보아도 자식에게 적지 않은 투자를 했다. 알렉산더는 열심히 배웠는데 무척 나이 어려서 페르시아의 사절과 면담에서 그 나라의 수도에 이르는 여정을 물어보았던 것도 특이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마케도니아의 그리스정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무엇보다 돈이다. 은광의 개발을 통해 국가의 재정을 확보하고 이를 가지고 용병을 대거 고용해서 군대를 만든 것이 먼저다. 군대를 효율화시키기 위한 전술 개발은 그 다음이다. 반면 수입을 가지고 골고루 나눠서 예술에 몰두했던 아테네는 그만한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데모스테네스가 통한의 눈물을 머금고 우리가 진 것은 용기가 부족해서 아니라 돈이 부족해서라고 한 것은 진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아테네가 정말 실패한 것은 시스템을 만들지 못함이다. 좁게는 사회 내부의 빈부격차 해소, 넓게는 동맹에 참여한 혹은 참여하지 않은 여타 도시국가에 대한 리더쉽 부재 이 둘이 아테네를 영토 국가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도시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전에 공병호가 아테네에 짓밟히는 작은 도시국가 이야기를 들며 강대국은 논리에 앞서 힘을 행사한다고 말하며 한반도도 미국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투로 논리를 펴갔다. 한마디로 개똥 철학. 아테네가 그렇게 말 보다 주먹 앞세우다가 인심 잃고 자신들이 야만인이라고 깔보던 스파르타에게 처참하게 박살나며 무대에서 사라지는 흐름을 기록한 것이 바로 투키디데스의 전쟁사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지배력을 행사해나간 것이 마케도니아의 국가 시스템이고 이는 고스란히 알렉산더에게 계승된다. 영화에서 바빌론에서 전리품을 분배할 때 알렉산더가 용병부터라고 언급하는 것은 이런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마케도니아 뿐만 아니라 그리스 각지에서 모집한 한탕 해보려는 꿈을 가진 이들에게 목적을 부여하는 것은 돈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전쟁이다. 두 군주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무엇일까? 알렉산더는 병력의 가장 앞에서 적을 향해 달렸고 다리우스는 가장 먼저 등을 돌렸다. 적보다 5분의 1 밖에 안되는 병력으로 맞서려고 한다면 대부분 두려움이 앞설 것이다. 하지만 최고지도자가 자신의 가진 모든 것 - 목숨 - 을 걸고 맨 앞에 선다면 자신감이 어느 정도 생길 것이다. 전장에서 알렉산더가 기병을 이끌고 움직이다가 틈이 벌어진 순간 정면으로 내달린 것은 서양장기에서 왕 하나만 잡아내면 판이 끝난다는 이치와 똑 같았다. 가장 핵심, 어려운 곳에 나의 전부를 걸고 승부를 한다. 주변은 그동안 그냥 잘 버텨주면 되는 것이다. 기업 경영에서도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가격,품질,신선도 등 여러 기준 중에 하나라도 남보다 월등하면 되는 것이다.
군의 일부가 전장에서 거의 밀려가는 상태에 쳐했지만 알렉산더는 다리우스를 밀어 냈고 여기서 승부가 나버렸다. 프톨레미 - 노인 파라오 - 가 과거를 늘어놓는 방 위에 타일로 만들어진 벽의 모습은 바로 이순간에 대한 묘사다. 먼 훗날 폼페이의 폐허에서 발견된 타일벽의 모습을 고스란히 모사한 것이다.
지도자의 모범은 그 나라의 운명에 그만큼 중요하다.

- to be continue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