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9단 오기 10단
박원희 지음 / 김영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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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니 한편으로는 나이 어린 소녀의 오기가 이쁘게도 일면 얄밉게도 느껴진다. 리뷰를 쭉 보니 부모세대는 격려와 감탄을 저자와 동년배 세대들은 질시와 비웃음으로 각각 반응이 나뉘는 것 같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선 민족사관고에 대한 감탄과 한국교육 시스템의 문제다.

파스퇴르 우유를 먹을 때 가끔 붙어 있는 이 우유의 판매대금은 민족사관고를 후원하는데 쓰입니다라는 문구를 본적이 있다. 지금은 회사가 과도한 지원에 의해 망해버렸고 다른 곳에 팔려나가서 더 이상 후원하는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창립자인 최명재 회장은 한국 교육사에 크게 남을 족적을 만들었다고 평가될 것이다. 정부지원 한푼없이 작은 기업이 시작했지만 차별화된 엘리트가 양성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미래가 없다는 굳은 신념은 오래 오래 영향을 줄 것이다.

민족사관고의 시스템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것은 유럽사를 가르친다는 점이다. 세계화 시대라고 하지만 한국의 타민족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낮다. 원인으로 고교에서 세계사에 대한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반면 영국과 같이 세계경영을 해본 나라들은 넓은 시각에서 두루 세계를 본다. 일본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서 한국사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대한 가장 오래된 역사기록들이 중국의 사서에 남아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엘리트 교육을 하려면 무엇보다 고교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동서양의 classic 도서들을 읽혀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은 논술이라는 이름으로 그런 도서를 읽은 흉내만 내는데 급급하고 있다. 시험이라는 제도로 단기간 평가하기 어렵다면 몇몇 고교에게 자율을 주고 그 고교의 차별적인 교육성과를 대학이 인정하면 된다. 이를 고교등급제라고 게 거품 물면서 막으려 하는 행동이야말로 국가의 월권이다.

조기유학 대열은 기러기 아빠라는 사회문제, 외화유출이라는 경제문제를 막대하게 야기하고 있다. 그럼  교육선진국이라는 영,미가 취하는 제도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국가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고교와 대학의 자율적 경쟁이 핵심이다. 가까운 일본은? 오랜시간 본고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수십년간 개혁을 하고 있다. 이해찬 세대의 학력저하를 놓고 공교육은 왜 막대한 사교육비가 투입되었는데 하면서 화살을 사교육에 돌리고 사교육은 사교육대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교육 시스템을 비난한다. 그리고 선행학습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여기 민족사관고를 비롯한 각종 차별화 교육을 시행하는 학교들을 가고 싶다면 따를 수 밖에 없다. 안하면 나만 손해다라는 생각이 교육에 관심 있는 많은 학부모들의 뇌리에 박혀있다. 그렇다면 차별화가 나타나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스템에서는 결코 지방이나 가난한 집 수재가 서울대를 가지 못한다고 통탄하는 서울대 정운찬 총장의 주장을 새겨듣자. 본인 또한 그렇게 가난한 집 출신이었으니 더욱 들을 말이다.

이 우스꽝스럽고 계층 고착적인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책임논란을 해결하는 방법은 국가가 책임을 지고 교육문제에서 점차 손을 떼는 것이다. 아울러 이 시스템에 일조한 현재의 총리에 대한 역량 논란도 같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어리석은 국가의 위정자들 보다 개인으로서 큰 희생을 무릅쓰고 교육을 일군 최명재 회장에 대해 존경의 뜻을 다시 한번 표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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