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하나 못 살리는 나라
김대호 외 지음 / 사회평론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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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떤 목표든 목숨 걸고 뛰어 본 사람들이라면 회사일도 잘 할것이다." 운동권 출신들 수십명들에게 운동 경력을 인정해주면서 열심히 뛰어보라고 하던 김우중 회장. 그렇게 대우자동차에 들어가 열심히 뛰었던 저자 김대호 과장.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 서울대 출신 특혜라고 손가락질 당하기 싫어서 더 몸바쳐 열심히 일했지만 대우자동차는 IMF 환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무너졌다.

무너진 대우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정부,DJ,교수,외국계 컨설팅 회사, 그리고 대우차 노조 및 김우중까지 모두에게 실망스러운 면을 발견하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내용은 가끔 섞인 울분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차분하게 한국자동차 산업의 역사와 문제점에 대한 꽤 깊은 통찰이 보인다. 자기 분야를 넘어서서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하고 깊게 생각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세계적으로도 유래없이 완성차를 해체시킨 결정은 DJ, 이헌재 - 현 재경부,강봉균 - 현 열우당 국회의원 등의 몫이 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이 결정이 정말 옳았을까?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려는 바는 꼭 누구 하나가 책임지고 잘 했다 잘 못했다고 하는데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동차 산업이 가지는 엄청난 파급효과에 따라 과거 미국도 디트로이트의 다 무너져가는 크라이슬러를 살리기 위해 일본 업체에 초법적인 압박을 가했던 것이나 일본의 닛산을 살리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한 것 등등 타국의 사례를 보면 적어도 최선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내가 아는 대우출신 하는 말은 GM이 너무나 만족스러운 deal이었다고 요즘 이야기한다고 한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는 너무 쉽게 팔았는지도 모른다. 지금 현대차가 보이는 놀라운 성과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세계 주요 업체들의 독과점체제에 편입되지 않고도 훌륭히 독자적 몫을 한다는 걸 입증해낸다.

남이 해주는 말이 꼭 약이라는 법은 없다. 하이닉스를 팔아서 국가 신인도를 올리라는 현혹에 넘어가지 않은 당시 하이닉스 이사회의 결정이 없었다면 오늘 <하이닉스 하나 못 살리는 나라>라는 통한의 책 한권이 더 나왔을 지 모른다. 참고로 장하준의 사다리 걷어차기 또한 같은 맥이라고 생각된다. 현란하게 만들어진 경영이론이 논리적 아름다움은 보여줄 수 있어도 우리 체질에 맞지 않는다면 다 부담가는 독일지 모른다. 재벌그룹의 경영진들이 창업자에서 2세 3세 내려가면서 학력이 초교 졸에서 하버드 MBA까지 올라가지만 경영역량은 정반대로 추락한다. 말보다는 행동을, 이론보다는 숨은 잠재력을 보면서 한국경제의 희망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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