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사회 - 사회적 주체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
김상봉 지음 / 한길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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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다고 자살하는 수험생들, 하지만 다음날 확인해보니 받은 점수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로 더 가슴아파하는 부모. 음악과 미술에 관심이 꽤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거의 알기 어려운 고교 시험 문제 하지만 고교에서 절대로 대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일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한번 대학 잘 나오면 평생을 욹어먹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앞길까지 패거리 지어서 막아버린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저자는 사회운동의 차원에서 모임을 이끌어 왔고 덕분에 꽤 실증적인 자료조사와 문제제기를 전개한다.

저자는 나아가 과감하게 학벌을 없애기 위해 대학을 평준화하자는 제안을 한다. 저자가 독일에서 유학하며 살펴본 바로는 이 제도가 각 대학을 특성화시키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학벌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생각나는 반론은 수많은 봉건영주들이 경쟁하며 발전해온 독일의 사회 시스템과 중앙집권이 강했던 나라들의 시스템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장 왕이나 황제가 전권을 휘두른 프랑스는 국립이라는 이름 붙은 학교들의 위세가 아직도 대단하다. 귀족사회의 전통이 강한 영국과 부자들이 대우받는 미국의 대학입시는 상당히 강력한 학교등급제다. 더 나아가 기부금과 집안의 배경을 살핀다. 재벌2,3세들이 수월하게 하바드를 다니는 것과 관련 회사들의 수십억대의 기부금액수와 상관이 없을까?

미,영,캐나다 등이 교육 선진국 이름을 달고 교육을 기업화시켜 외화획득에 나서는 것이나 가까운 일본이 고집스럽게 전통적 본고사 및 차별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도 다 명분과 효율이 있다. 반면 한국사회는 20년 이상 교육제도를 고쳐왔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을 만족 시키는 답이 없다. 그래서 지금도 어여쁜 아이들을 해외로 내보내는 기러기 아빠들의 고통과 막대한 외화유출이 발생한다. 해결을 어떻게 할까?

내가 보건데 한국의 대학이 실은 그렇게 수준 높지 못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나와서 독점이 보장되는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의학계열은 이미 전국적인 대학평준화가 이루어졌다. 아무리 지방이라도 이름 없어도 의대라면 간다. 저자가 바라는 대학평준화는 적어도 의학계열에서는 충분히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학벌의 문제에 대한 본질은 현재의 제도 문제에서 벗어나 대학 교육의 대가에 대한 문제에 있다. 지방대를 나와도 개성있는 교육을 받아서 취업 등에 전혀 문제 없다면 대학에 대한 집착도 그리 강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한국의 대학이 우수한 기술자를 만들어낸다면 아마 미국이나 중국,일본 등 다양한 해외취업도 가능할 것인가? 그런데 정말 그런가? 이해찬은 교육장관 시절 기업에 공문을 보내 출신대학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나중에 자기 자식은 해외유학 보내면서... 모순아닌가? 사실 지금의 청년취업난의 핵심에는 기업이 채용해서 부가가치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져간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면 질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바로 경쟁이 답이다. 지금 한국에서 제기되는 대안 중 하나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바로 만나도록 정부가 뒤로 빠지라는 것이다. 이는 고교등급제 및 본고사의 부활, 나아가 기부금 입학까지도 사회가 받아들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내가 선호하는 답은 이쪽이라고 생각한다. 기부금만 빼고 나머지는 대학에 자율을 주고 대신 외부의 참여자까지 포함하여 경쟁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로서 학생 - 4년간 수천만원을 질낮은 교육에 갖다바치는 - 의 주권을 인정하여 자유롭게 학교와 학과를 바꿀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자의 학벌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는 단지 학교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답은 평등의 가치만 고려하는데 머물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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