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들어갈 때 회사에서는 여성인력을 대거 채용했다. 처음에는 직장의 이쁜 꽃 같이 보이던 그들도 세월이 지나자 성패가 갈린다. 그런데 생각보다 명문대 출신의 성과는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왜 그럴까? 유심히 지켜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명문대 출신들이 먼저 대접받기를 원했던 데서 잘못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흔히 이쁜 아가씨들이 먼저 밥값 내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명문대 출신들은 대체로 회사에서 먼저 밥값 내기 - 즉 기여,헌신 - 보다는 회사가 밥값 내주기 - 보직 등에서 좋게 배치해주기를 - 를 원했다.
하지만 비명문대들은 달랐다. 회사가 채용해준 것에 대해 감지덕지 했고 이들은 퇴로 없는 싸움에 들어갔다. 사기의 한신이 처음 제시한 배수진의 싸움을 한 것이다. 회사가 돈을 주고 사람을 쓰는 이유 중 가장 핵심은 책임감있게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처음 회사에서 맡게되는 역할은 대부분 매우 단순하고 지겨운 일이다. 만화 초밥왕을 봐도 접시닦고 청소하고 잘 해야 밥짓지만 기술은 결코 가르쳐주지 않는다. 회사도 매한가지다. 하지만 명문대생들은 그동안 대접받으냐 오냐오냐해서 살아오던 가락이 있어 이것을 못참는다. 부서를 옮겨달라, 업무를 바꾸달라. 그런 응석도 한두번 치르다보면 눈밖에 나게 마련이다.
남자들과 달라서 여자들은 업무상 만나서도 여자 - 이쁠수록 심함 - 로서 대접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결과는 이른바 왕따다. 조직의 정보가 제대로 안흘러들어오고 뒷소리가 나오면서 서서히 밀려나는 것이다. 반면 비명문대생들 중에는 다는 아니지만 끈기로 승부하는 사람들도 나온다. 이들은 대접받는다.
때로는 줄도 잘 서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충분한 보답을 받는 것이다. 입사동기 중에 돈을 가장 많이 - 100억대 - 번 사람은 D여대를 나온 사람이다. 프로그램 실력 등을 볼 때 A급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끈기와 고집에 더해서 흐름을 잘 만나자 그렇게 까지 올라간다. 반면에 명문대출신들? 조기 퇴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대학의 학벌이 회사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특히 여자들에게서는 더 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