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오랫만에 옛 직장 동료를 보았다.


지금은 대학의 중견 교수로 성장한,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대단한 동료였다.
컨설턴트에서 대학교수로 변신하고 성장해간 이야기가 꽤 재미있었다.

당시 A(편의상 호칭)교수가 부임한 학교는 신생으로서
실용교육, 간단히 표현하면 취업이 잘 되는 학교를 지향했다.
원래 교수란 이런 것이다 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성장한 
A교수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았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짧고 하지만 그는 당당했다.
그래서 총장의 리더십에 반대도 많이 하는 신소리 잘 하는 교수였다고 한다.

총장이 또한 특이해서 나이든 교수가 반대하면 공부 더하고
적응 더하라고 하지만 
A교수가 반대하면 일단 들어주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총장도 떠나고 A교수도 성장해서 중견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 학교의 중추가 되다 보니 젊을 때와는 의견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흑으로 보이던 것이 이제 백일 수도 있다고 반대의 여지를 열어 놓는다.
그러고 보니 과거 총장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던 독재적 리더십도 
각도를 달리 하면 강한 영도력이 된다.
이는 특히 후임자의 약점과 대조될 때 나타난다.
강한 리더십이란 당대에는 버거운 면도 많고 부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중요한 건 자기 색깔을 가진 결과물을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반면 개방적 리더십이란 생각보다 다각도의 추구, 별 색깔 없는 그냥
흘러가는 조직을 만들기 쉽다.
말이 자유로워서 속은 시원하지만 가만 들어 보면 소란해도 이루어지는 일은 없는
그런 느린 조직이다.
좀 더 나쁘게 되면 각자 적당히 이익을 나눠 가지는 무능하고 타락한 조직이 되기도 한다.

흑과 백, 어느 하나만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민주적이면서도 강력한 비전에 따라 결과를 만들어내는 그런 리더를 원하는게 모두의 바램이다.

그리고 중요한 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예전의 갈등을 잊고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총장과 A교수 같은 사이가 되어야 한다.
젊은이가 이상도 없고 주견도 없다면 앞날이 뻔할 것이다
총장은 자신의 리더십에 고분고분하지 않지만 그래도 될 성 싶다는 재목 하나를
발견한다는 흐믓함에 반대를 억누르려 하지 않았다.
또 세월이 지나다 보니 A교수도 총장의 방식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전직이지만 찾아 가서 담소를 나눈다.

참고로 박태준 회장의 전기를 보면 
홍보 담당 간부가 회의 때 적절하게 반박을 했고
이를 수용해 가는 모습이 보인다.
애플의 잡스도 그랬다고 하지 않나,
말도 안된다고 난리를 치다가도 제대로 논박하는 부하를 만나면
더 크게 키워줬다고.
직장에서 가끔 보면 제대로 반박해냄을 자신의 도약의 기회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도 많지만.

어쨌든..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의 만남, 
다름을 인정하더라도 차이를 존중하고
함께 배워가는 관계, 그런 사이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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