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영
마거릿 대처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 바로 대처가 그런 유의 인물이다.

그녀는 먼저 노동자의 적이고 북아일랜드 사람들의 원수이고 아르헨티나의 싸움 상대였다. 가는 곳마다 공산주의를 비롯한 좌파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이 책을 보면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와 진한 우정을 나누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스페인 판사가 인권탄압 혐의로 발부한 구속영장을 영국 지방법원이 받아들이자 이에 맞서서 대처는 강력하게 피노체트를 변호한다. 피노체트 치하에서 죽은 사람 숫자가 소련이나 중국, 쿠바 공산당이 죽인 사람 숫자 보다 작다는 논리까지 들고 나온다. 이점을 본다면 대처 치하의 영국의 우경화가 거의 극단으로 까지 치닫았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긴 나도 한국에서 똑 같은 논리를 펴는 사람을 여럿 만난적이 있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죽인 사람 숫자가 김일성이 죽인 사람 숫자보다 작다는 논리 하나로 민주화 요구를 통채로 부인하던 인간들이다.

좋아하기는 어려워도  대처에게서 배울 점들도 있다. 우선 영국이 늙은 사자의 모습으로 과거의 영광을 곱씹고 있지만 아직도 가진 자산이 많다. 특히 과거 전세계에 식민지를 가지고 통치를 해본 경험은 역사학과 국제정치학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게 한다. 실제 최근의 이라크 전쟁에서도 미국이 영국에 요청한 협력은 식민통치 경험에 따른 아랍민족의 정확한 이해였다고 한다. 대처 또한 오랜시간 영국 정치의 중심에 있던 덕분에 국제문제를 보는 안목이 남다르다. 그리고 자본-공산주의의 대결의 막바지에서 결국 최후의 승리를 쟁취한 독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중동,중국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 여러 분야에 걸친 이른바 국가경영의 관점을 가진 사람의 주장은 그냥 무시하고 넘기기에는 아까운 부분들이 많다.

특히 국제정세의 변화속에서 국익이 무엇인가 논란이 되는 현시점에서 좀 더 세계를 넓게 보려는 사람, 우파이 입장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얼마전 노무현도 탄핵으로 쉬는 동안 대처 관련 책을 읽었다고 하고 그러한 독서를 개탄하는 논평을 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한국의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처가 펼쳤던 주장을 상당히 담아서 도전하는 인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른쪽에서든 왼쪽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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