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고스란히 사회학 텍스트로 써도 좋을 영화입니다.

1980년대의 사회상이 잘 담겨 있는데

주먹,돈,권력,핏줄의 관계가 정말 정말 잘 묘사됩니다.


1980년대는 전두환 후반기로 돈이 몰려오던 때입니다.

거의 꼴까닥 할 것 같던 한국경제가 3저 효과 하더니 단숨에 날라갑니다.

그리고 모두들 돈에 취해있을 때 새로운 욕구들이 나타납니다.


좀 더 그레이Gray, 아니 블랙에 가까운 인간의 욕구들이 나타납니다.

그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업화가 필요합니다.

불규칙성을 줄여주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가격과 원칙

대외 신용을 만드는 일들이 사업화의 핵심입니다.


출발은 마약과 매춘, 양성화된 모습은 나이트클럽이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로 보자면 이들 사업은 매우 수익성이 높습니다. 

원가는 낮고 수익은 높고 경쟁자는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조폭은 주먹을 휘드르며 특권을 유지하죠.

돈이 있는 곳에 주먹이 나서기 때문에 싸움이 납니다. 

아마 요즘에도 가끔은 신문에 이름이 나오죠.


이 때 전직 공무원이 등장합니다.

시작은 매우 미약한 주인공 최민식은 관세 공무원으로 

돈의 세계에서 맛을 보았기고

억울함을 풀고 한방 해보자는 열망을 가졌습니다.

혼자만은 안되겠죠.. 중년 아저씨 하나가 ..

그래서 새로 알게 된 조폭을 어떻게든 엮게 됩니다.

수단은 같은 혈족이라는 점을 이용해서요...

자세한 장면은 영화를 보면 재미있게 나옵니다.


난세에는 크로스 오버가 중요합니다.

역사의 위인들도 서로 다른 두 세계의 경계에서 태어나고 활동한 경우가 많죠.

최민식은 공무원과 조폭 그 사이에 걸쳐져 있었습니다.

두 세계가 하나로 묶인다니 이상하겠죠.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공권력을 힘에 업은 밤의 권력, 이렇게 되면 무적이 되죠..


공권력은 왜 이렇게 왜곡될까요?

그건 그들이 돈을 필요로 했기 때문입니다.

민주화는 돈을 먹는 하마입니다. 선거라는 행사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로 합니다.

막 선거판에 등장한 공무원들이 정상적으로 살았다면 돈이 없겠죠..

덕분에 어디엔가 빨대를 꼽고 열심히 빨아들여야 할 곳이 없는지 찾아다닙니다.

그들에게 딱 맞는 수단을 제공한게 최민식이죠..


바로 빠찡꼬입니다.

도박사업은 막강한 현금 창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원도 산골 폐탄광이 변모한 강원랜드를 잘 보십시오.


다시 한번 강조드리는데 크로스 오버가 되는 인재라면 남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자기의 키워드 하나 하나로는 모자라지만 이를 결합하면 남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죠.


이제 또 다른 세계로 가볼까요?

권력의 핵심은 칼입니다. 바로 검찰이죠.


80년대는 민주화의 시대입니다. 광주의 학살에서 시작한 전두환 정권 내내

경찰은 방패를 들고 거리에서 학생들의 돌팔매를 막아야만 했습니다.


이 시대가 노태우로 넘어가면서 검찰에게 권력이 쏠립니다.

모두가 선출한 지배자, 동의로 만들어진 법, 이를 지켜야 하라는게 이 시대의 지배논리입니다.


검찰은 보다 세련되었죠. 냉정하게 감옥으로 이어지는 문을 가리키면서 큰 세력들을 길들입니다.

아마 노태우는 후일 수사과정에서 자기가 검찰을 다수 고위직에 등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검찰의 모습이 영화에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보통 착한 사람이라면 굳이 여기까지 갈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우리 주인공 최민식은 경계를 걷기로 했습니다. 그냥 교도소의 담장을 걷는 수준이 

아니라 자기는 돈줄이 넘치는 어둠의 세계에 머물면서 경계선을 확 당겨서 자기만 하얗게 포장합니다. 놀라운 수완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한명 한명이 칼을 잡고 이 칼을 어떻게 휘두를까 하는 자부심을 가진 존재.

그런 검찰인데요..

여기서 바로 비장의 무기가 나타납니다.

최민식은 경주최씨라는 명문의 일족입니다.

오랫동안 경주 지방에서 지배층을 형성한 최치원의 후예 답게 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그 혈족이 도구로 등장하고, 금두꺼비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검찰이라는 조직의 특수성이 보여집니다.

검사동일체라는 원칙에 의해 만들어지는 상명하복 문화.


그래서 양심과 원칙을 지키려는 실무자와 어느 정도 노회한 상층부의 갈등이 나타납니다.


술자리 장면은 정말 검찰의 리얼리티를 잘 보여주죠.

검사님, 의뢰인, 그리고 변호사 등...


이 장면 하나로도 영화는 사회학 교과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자 이제 돈의 시대도 극에 달하다보니 무언가 정화가 필요하다는 선포가  나옵니다.

증권,부동산 등 사회 곳곳에 퍼진 버블을 보면서 지도층에서

돈과 권력을 등에 업고 독버섯처럼 커져버린 조폭을 다스려야 한다고 방침이 정해졌습니다.


이후는 또 이후대로 스토리가 이어지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몇개 있습니다.


이제 다 늙은 최민식은 아들을 검사로 키워냅니다.

이 때 검찰 고위층은 요즘에 검사 재미없는데 라는 말을 던지더군요.

적대적 공범자라는 개념이 있죠.

조폭이 설쳐줘야 검사도 할일이 있는데

이제 많은 사업이 합법화되고 제도화되어버리니

예전만큼 칼 자루 쥐고 내가 법이야 하고 외치는 쾌감이 줄어들었다는 의미겠죠..


그리고 영화가 마무리 되는 과정을 보면서

이 모든 주인공들이 매달리게 되는 가치는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돈일까요? 과연 돈 만일까요?

그 보다는 더 큰게 아마 혈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혈족은 공동의 씨를 받고 태어나 고래로부터 운명공동체였습니다.

가장 최우선의 목적은 자손을 보전하는 일이었죠.

이 시대의 대한민국 아버지들 대부분 이 운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영화의 모습은 한국사회의 단면일 것입니다.

위선,돈,권력 그리고 편법

이 규칙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빠른 성공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악착같이 정말 개 같이 벌어들이는 돈들의 궁극적 목적은 자식 하나 잘 키우자는 마음이겠죠..

구정물을 뒤집어 쓰던, 새파랗게 젊은이들에게 두들겨 맞던 간에 

자식 하나 잘 키운다는 사명감으로 그들은 굴종을 참아야 하는 그런 삶..


그 인고의 세월을 헤쳐나오신 많은 아버님들께 절을 한번 하고 싶었습니다.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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