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구 1
가와구치 가이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읽다가 구역질 나는 사람도 많은 것이다. 그래도 덮기는 아깝다. 이 책의 저자 가와구찌 가이지는 89년부터 십여년간 침묵의 함대를 연재해서 무려 2000만부 이상 팔아치웠다. 간단히 계산해도 인세만 100억은 될정도의 대박을 만들었다. 베스트셀러라고 다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당시 일본이 처한 시대상황을 정확히 짚어내고 나름대로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우향우, 덕분에 일본의 사회 곳곳과 멀리 미국까지도 화제로 올라섰다.

일본의 우향우는 과연 한국인들에게 좋은것인가? 당연히 구역질난다. 그들에게 과거는 없다. 보고싶지 않은 것은 멀리 치워버리거나 아예 덧칠한다. 역사교과서 파문은 이러한 흐름의 표면적이지만 크게 보면 사회당 공산당 등 좌파정당을 몰락시키며 일제히 우경화해버리는 그런 사회의 흐름이 정작 문제다.

그들의 지향점으론 내거는 것은 먼저 보통국가론이다. 당연히 국가는 보통 군대도 가지고 자위권도 행사한다. 그런데 그들이 볼 때 일본에는 군대도 없고(자위대의 갈등 문제는 작품속에 계속 나온다) 덕분에 돈은 내는데 세계평화에 기여(?) 하지는 전혀 못한다. 그래서 이제 보통국가로 돌아가자는 아주 단순하고 명백한 논리다.

하지만 이런 논리의 단순함을 넘어 그들은 훨씬 교묘한 책략을 보인다. 과거 내가 한대 맞았으니 이제 너를 한대 때리겠다. 이런식의 논리는 별로 정당성이 안보인다. 적어도 상대방까지 공감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이제 싸우지 말라가 한단계 위의 논리다. 가이지는 바로 이 논리를 사용한다. 침묵의 함대에서 내내 주장한 것은 평화를 위한 무장, 모두에게 공정한 질서다.

지금 세계는 2차대전 이후 오랜 평화속에서 다시 전란으로 뛰어들고 있다. 주범은 바로 미국이다. 핵과 경제력의 우위를 가진 미국은 과거 로마식으로 자신들의 논리를 강요하면서 주변 문명들과 전쟁을 자유롭게 벌인다. 이 단계에서 한반도도 예외가 아닌 점을 우리는 잘 알아야 한다. 바로 이 대목에 가이지의 논리가 먹힐 소지가 나온다. 핵을 가진자가 과연 정당성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핵잠수함으로 풀어본 것이 침묵의 함대고 과거 역사 뒤집기로 나오는 것이 바로 지팡구다. 그 점에서 지팡구의 진행은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지팡구에 나타나는 일본의 무조건적 자기 합리화는 물론 역겹다. 거기에는 남방군도에서 죽어가는 조선인 징용자, 정신대의 모습은 없다. 일본인 요정의 아리따운 아까시, 열심히 스스로 일하고 포로를 절대 학대하지 않는 일본군인의 성실한(?) 모습이 나타난다. 이런 부분은 어차피 일본 만화를 보는 입장에서 한번 접어주고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가이지의 만화는 꼭 모든 걸 좋아해서 보아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보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일본인의 속내의 본심을 알게 해주는 도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년에 한번 정도 교과서 파동에만 열을 내지 말고 제대로 일본을 알아야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목소리만 컸지 이해가 얕는 우리의 소리가 한층 두터워지기를 기대하면서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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