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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탁월함에 미쳤다 - 공병호의 인생 이야기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공병호 박사는 한국의 대표적인 1인 지식기업가다.
저술한 책 97권, 1년 평균 강의 250건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다.
양이 늘어나는 만큼 최근에는 자신의 독특한 색깔이 준다는 아쉬움이 있다.
공박사의 이번 작품은 기존의 책과는 스타일이 매우 다르다.
우선 자기 이야기가 많다. 처음 공부를 시작해 박사를 받고 귀국해 기업연구소 활동에 이어 잠시 벤처 CEO 생활 등 인생 주요 마디에서의 삶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많은 부분은 용기와 현명, 혜안이 돗 보이지만 때로는 무척 어리석고, 아집 강한 모습도 나타난다. 허점을 안 보이는 사람은 진실된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 하던데 이번에 알게 된 공박사의 새로운 면모 덕에 나는 그가 한걸음 더 가깝게 느껴진다.
미국에서 어렵게 공부를 마쳤지만 한국에 와 보니 박사에 대한 우대가 확 줄어 고전했다. 학교의 자리가 쉽지 않아 기업에 둥지를 틀었지만 그곳 또한 질시와 경쟁이 많은 우울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공박사는 소신과 열정, 안목을 가지고 자기 준비를 하였다. 작은 자료라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면 모았다. 하다못해 미국 최신간을 번역되기 전에 요약해서 소개해주는 일까지 했다. 언젠가 자신에게 의미 있으리라 내다본 결과다.
그에게는 지식을 기반으로 한 경쟁에서 전략에 대한 관점이 뚜렷했다. 전략의 핵심은 차별화다. 당시 기업과 경제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세력이 너무 미약한 환경을 알고 철저하게 다수와 반대로 가는 편에 섰다. 그리고 이왕이면 쎈 놈과 붙으라고 정부나 기타 소위 반기업,반시장 주의자와의 토론은 마다하지 않았다. TV토론에서도 상대가 쎄면 쎌수록 즐겁게 자리에 나갔고 이왕이면 정부 고위직과 반대편이 되기를 즐거워했다. 덕분에 남들이 동조하지는 않아도 무시하기도 어려운 존재로 자기를 키워간 것이다.
전경련 산하 연구소에서 자리가 커지니 질시도 많이 받았다. 여기서도 정치의 힘을 활용할 줄 알았다. 막 소장이 바뀌는 순간 그의 귀를 먼저 잡아 당겼다. 새로운 조직에 와 아직 주견이 없는 리더의 머리에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심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다가 마침내 자신의 소신을 철저하게 펴보겠다고 자유기업센터를 만들게 되었다. 공감도 얻었고 덕분에 사방에서 찬조를 받았는데 여기서 인생의 방향이 전환되게 된다. 그만 신생 벤처 CEO 자리로 옮겨 버리는 것이다. 지금도 혹자는 두고두고 몹쓸 사람이라고 비판한다고 한다. 그의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계속 재벌 옹호만 하다가 인생 끝낼 것이냐”는 유혹 어린 한 마디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벤처 생활 (인티즌이라는 당시 꽤 돈 많이 모은 거품 벤처)은 순탄하지 않았다. 조직 관리에 문제를 노출해서 핵심 인력을 잃었고 내리막 길에 살아남으려고 연달아 M&A를 해야만 했다. 그런 어느날 이제 고생을 마무리하고 나름 보상을 받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기업의 오너 (권성문 회장으로 추정)가 그에게 약속한 보상을 그냥 날려버린 것이다. 책에 묘사된 바로는 지분의 1%를 넘겨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 대상 회사가 한번의 M&A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려는 치졸한 행동이었다. 계약서를 꼼꼼히 보지 않고 사람을 믿어 버린 순진함이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아마 그로서는 사람을 믿어서는 안된다. 특히 경영자는 믿어서는 안된다는 인간관이 확실히 자리 하게 되었으리라.
3류 자본가는 아주 치졸해 보이는 재벌의 추태 보다 훨씬 너저분한 짓거리를 자연스럽게 한다.
재벌 옹호를 비판하던 바로 그 자본가의 행태에서 그는 많은 걸 배웠으리라.
하여간 이번 책의 솔직함은 무척 좋았다.
크고 작은 실수를 여럿 드러내주었다. 지인에게 자리 마련해달라고 했다가 금방 뒤집어 상대를 난처하게 만든 행위 등등.
아마 그 덕분에 앞으로의 책은 달라지리라 믿는다.
자신의 업을 그 동안은 일종의 지식 factory로 규정하고 있었다. 지식도 가공해서 고객의 입맛에 맞춰주는 factory라고 한다. 부품,제조공정,마케팅 등이 갖춰진 공장은 물론 효율이 높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일용품 이상으로 명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 세상에 지식은 많지만 정말 오래 나를 이끌어주는 지혜로 가득한 책은 별로 없다.
공박사도 100권을 바라보는 저술들을 내놓았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책의 판매지수는 그리 높지 않다. 수준도 편차가 심한 편이다. 공장의 부작용 아닐까?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이 책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시류에 맞추어 순서만 바꾼 것인듯한 인상. 저자의 이름이 굳이 공박사이어야 할까 하는 의문 등.
아마 factory라는 업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효율 높은 ‘좋은’ 기업이 아니라 여운이 오래 남는 ‘위대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