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유기 - 중국 역사학자가 파헤친 1400여 년 전 진짜 서유기!
첸원중 지음, 임홍빈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현장 서유기

이 책에서 나는 세 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현장이라는 인물이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 원래 나의 궁금증은 중국 서안의 대안탑을 보면서 시작되었다. 10층 높이라는 1400년 전에 만든 이 거대한 탑을 만들게 된 동기가 현장스님이 가져온 불경 보관용이라고 한다. 그 업적이 얼마나 크다는 말인가 하는 물음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현장의 말씀 하나 하나는 무척이나 뛰어난 예지를 보여주었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자신을 구원할 것은 혓바닥 하나였다. 그 말로 자신의 의지와 순수함을 보여주어야만 다음으로 넘어가는 관문이 열린다.

둘, 현장의 여행은 정말 정말 힘들었다. 앞을 가로막는 당나라의 금지령을 넘어, 사막의 험한 여정을 통해, 그리고 각국의 다른 제도와 문화를 넘어 인도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현대의 실크로드를 여행해본 사람도 쉽지 않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 여행의 험난함을 세세하게 잘 묘사해준다.

셋, 현대 중국의 문화 수준이 꽤 높아지고 있구나. CCTV를 통해 방영되는 교양강좌의 일환인데 삼국지를 다룬 이중톈의 강의에 한번 놀랐었다. 그러다가 이번 책에서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요즘 중국의 현대미술이 뜬다. 작품도 많아지고 더해서 돈이 마구 몰린다. 신흥부자들이 선점하기 때문이다. 이와 비견해서 중국인이 스스로 만들어낸 이야기의 가치도 계속 올라간다는 점을 여기서 잘 확인할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대안탑은 부처님의 설화와 관련이 있다. 날아가는 기러기가 땅에 떨어져 배고픔 탓하던 중들에게 깨우침을 주었다고 한다. 이것도 원래 여행에서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정신이 확 난다.

현장 자신의 삶이 곧 인생에 큰 사표가 된다.
깨우침을 얻기 위한 갈증이 그에게 죽을 위험을 감수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국경의 경비대장, 토호, 강도 등 무수한 집단이 그에게 감복하게 된다. 말이 다 통하지 않는 환경이지만 그의 신념이 주변에 퍼져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대목 하나 하나를 읽다 보면 1400년이라는 시대를 넘어 정말 감동이 밀려온다.

스승이란 무릇 지위나 권위가 아니라 삶 전체로 보여주는 아름다움으로 감동을 주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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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1-06-2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마득한 옛날, 그 열악한 환경조차도 간절한 구도자의 발길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5월 초에 '실크로드'의 중요한 관문 가운데 하나인 '사마르칸트'를 다녀오면서 현장법사와 혜초 스님의 발자취를 잠시 떠올렸던 기억도 새삼스럽습니다.

현장이 인도를 다녀온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신라 사람이었던 혜초 스님이 천축국 다섯 나라를 다녀온 기록인 <왕오천축국전>도 한 번 읽어보고 싶더군요.

사마천 2011-06-2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안 갔다 오면서 오렌님 실크로드 사진 보았습니다. 다 같이 먼 옛날 돈과 생각,모험이 흐르던 길이더군요.. 실크로드 이야기 속편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댁에 큰 일이 있으셔서.. 조만간 좋은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