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사장 6
히로카네 겐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시마사장 6

이번 호에서는 일본 전자업계의 절박한 처지가 잘 묘사되었다.
기업의 건강은 벌어들이는 수익에서 나타난다.
현재 일본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소니와 파나소닉에 다른 몇몇 회사를 합쳐도 삼성전자 하나의 이익 절반에 못 미친다. 시마 시리즈의 초창기에 미국 산업을 통째로 위협하면서 마구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부동산을 사들이던 일본 기업의 화려한 모습은 더 이상 안 보인다.

한국 기업의 빠른 부상에는 일본의 실책도 있다. 먼저 국가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일본의 정권은 수시로 뒤바뀌면서 일관성 있는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다. 교토의정서라는 세계적 이벤트가 보여주는 지구온난화 방지에 대한 대의는 공감하지만 막상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CO2 감축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세세한 배려가 없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반해서 삼성의 도전은 점점 가열차지는데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삼성이 연합해서 과학기술 중심으로 전략을 짜면서 압박하는 점을 잘 묘사한다.

기업측면을 보면 조직원의 마인드가 바뀌었다.
“시마부장” 시절부터 연이어 단행된 구조조정의 결과 종업원들의 충성심이 약화되었다. 이는 퇴직 혹은 고참 기술자들의 연이은 한국행으로 이어졌다. 참고로 일본은 기술을 빼가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기술자를 모셔가서 전수 받는 행위는 용인된다고 한다. 이러한 환경을 잘 이용해서 한국 기업에서는 자신들의 모자란 2%를 채워 줄 일본 기술자를 영입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거기다 더해 또 하나의 환경 변화가 있다. 고이즈미 정권에 단행된 노동법 개정으로 파견직 제도가 폭넓게 확산되었다. 기업 입장에서 구조조정이 용이하다는 장점과 노동자 입장에서 보다 메이지 않는 생활을 한다는 점이 서로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오랜기간 숙련이 필요한 분야에서 기술의 축적이 안된다.

이번 호의 이슈는 이런 문제점들이 총체적으로 모여 있다.

이제 사장이 된 시마 입장에서도 자신의 회사가 가진 기술을 어떻게 극대화시킬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왕년처럼 놀러다니며 영어 솜씨로 외국인 상대하고 또 자신이 모시던 어른들 분위기 잘 맞추던 날쌘돌이의 모습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제 무척이나 딱딱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의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일본의 우위인 기술을 재점검함에서 시작된다.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만 15명이 넘는 기술 강대국이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적 우위가 그동안 차,전자 등 여러 분야에서 발휘되었지만 이제는 소위 조립사업에서는 한국에 많이 추격당하고 있다. 아직 유지하고 있는 화학,소재,부품 등 원천기술 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우위를 활용해서 승부를 내야 한다.
덕분에 파나소닉(만화의 주인공 시마의 실제 배경)은 산요(만화에서는 고요)를 합병한다. 산요의 전지기술을 무기화시키려는 목적이다.

여기까지는 잘 될 것 같은데 다시 어려움이 앞에 놓인다.
현재 하이브리드 카에 쓰이는 전지 기술은 위험성이 크다. 이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리튬전지다. 그런데 일본에는 리튬이 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일본이 누구와 손을 잡을 지를 고민하게 된다. 만화에서는 중국 기업이 손을 뻗치는 형태로 묘사된다. 원래 중국 내륙에는 거대한 소금광들이 존재한다. 옛날 용어로는 염해(소금 염,바다 해)라고 표현된다.
이 소금광이 리튬의 산지가 되고 이를 무기로 중국은 기술을 요구한다.

중국은 자국의 거대한 시장까지 더해서 일본을 압박한다. 그러면서도 공정한 거래, 장기적 관계를 원하는 상대방 입장은 잘 고려해주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쌍용차에서 이 현상을 잘 보았다.

당신이 시마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만화에서도 논란이 많다.
시마가 현대 사회의 기술은 길어야 5년이라고 언급한다.
잠시 한눈팔면 삽시간에 따라잡히는 지척의 거리다. 그 사이에 다시 우위를 만들지 못하면 어느새 뒤쳐져 버린다.

반도체,LCD,휴대폰 등 많은 분야에서 일본은 쓰라린 경험을 했다. 한두번이 아니다 보니 이러한 현상을 모아서 체계적으로 정리한 학자까지 나왔다. 만화에서 다섯장에 걸쳐 길게 언급된 “갈라파고스” 이론이 그것이다. 섬나라에 머물러 내부적 풍요만 누리려다가 진화에서 도태되고 마는 생물학적 비극이 지금 일본 기업에 나타나고 있다는 준열한 비판이다.

만화는 낙관적으로 미래를 그려내지 않는다. 그냥 이 순간에 진행되는 치열한 싸움터를 고대로 묘사해내면서 그 속에서 고민하는 주인공의 어려움을 함께 느껴보자고 한다. 이 치열한 싸움은 아마 5에서 10년이면 결판이 날 것이다. 차세대 전지에서 한,중,일 누가 웃을지는 아직 잘 모른다. 버핏이 투자한 중국의 BYD, 한국의 LG화학,OCI, 일본의 기업들 중 과연 누가 승자가 될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더 좋아진 시마, 그의 사장의 눈높이는 우리를 계속 즐겁게 해준다.

PS : 만화가 묘사하는 상하이의 파크 하이야트, 상하이 엑스포 등 멋진 경관 등은 우리 눈을 즐겁게 한다. 중국 현대미술의 급팽창을 묘사한 점도 정확하다. 버블이 끼어있지만 아직 정치적 자유화되지 않은 중국의 다양한 자의식이 미술이라는 형태로 분출되고 있다.

그리고 인력 유출을 고민하는 일본기업 관리자들의 고민은 약간 바꾸어보면 한국의 고민과 똑 같다. 한국도 요즘 주요 기술자들의 중국행에 겁을 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