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 - Black Sw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를 다 보고 내게 묻게 되었다.
너의 경쟁자는 누구냐고? 어제까지 보았던 경쟁자는 내 주변에 있었는데 오늘은 새롭게 잡아야 겠다.

영화는 정상에 올라서려는 그리고 막 올라선 사람의 고독과 노력을 그려낸다.
여러 설움을 이겨내고 무대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주인공의 눈에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수많은 백코러스의 후원을 받으며 앞에 홀로 나가 독무를 추는 모습은 황홀하다. 넓은 극장의 무수한 시선이 다 모이는 유일한 공간이 이제 그녀만의 무대로 열려졌다.
자신의 행동 하나 하나에 따라 관객의 만족이 달라지고 거기에 수백명의 단원 전체의 성과 패가 갈린다.

영광과 압박은 함께 오게 마련인데 빛의 아름다움에 취해 압박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시간은 아주 짧게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녀에게는 이제 새로운 압박이 주어진다.
영화의 소재인 백조의 호수에서 주인공은 두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화이트와 블랙의 모습이다.
화이트가 순결,청초함의 모습이라면 블랙은 욕망의 모습을 나타낸다.
선과 악의 대비로 이해해도 된다.
선하게 살다가 악의 역까지 해야 한다는 점이 새로운 도전이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려서부터 선으로 훈련을 받게 된다. 가정,학교,직장 등 대부분의 공간에서 배우는 내용은 선 위주다. 하지만 위로 갈수록 아니면 거리를 직접 걸어볼수록 세상이 선으로만 구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앞에서 좋은 낯을 가져도 뒤에서는 험담을 하는 동료가 출세한다.
이렇게 세상은 배운대로 성실히 열심히 살아서는 경쟁에 쳐지게 된다.
덕분에 세계의 다른 측면을 배워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주인공 또한 내면에서 나오는 연기를 하려다보니 무척이나 고통스러워진다. 지금까지 극단적으로 순결에 포커스를 두어왔기 때문에 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하려고 많은 시도를 한다.
새로운 다양한 체험을 하는데 이게 꿈인지 환상인지 현실인지 잘 구별되지 않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정말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쩌면 그런 모순 속의 공간인지 모르겠다.
회사라는 공간도 참 오묘하다
사주는 직원들에게 무슨 way라는 이름으로 도덕으로 무장하기를 강요하지만 자신은 다양한 수단으로 탈세와 착복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 사주에 적당히 동조하지 않으면 세상은 바보라고 한다. 바보들에게는 절대로 소위 ‘줄’이 내려오지 않는다.

이런 세상에 분노를 표해봐도 해결은 쉽지 않다.
사주는 사주대로 하소연을 한다. 건설을 비롯해 다수의 업종은 정부와의 관계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허가가 결정적인 사업들에서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각종 접대는 업자들의 몫이다.
정부의 가장 최고자리인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자녀들이나 자신들과 연관된 부정사건으로 마감했다는 점을 상기해주기 바란다.

정상이라는 자리는 일반인의 도덕과 규칙이 통용되지 않는 곳이다. 공자님의 책에 나오는 어질 인자도 리더인 송나라 양공이 맹목적으로 따랐을 때는 어리석음의 상징이 된다.
그러니 현실에서 우리도 양면화 되게 마련이다. 겉으로는 예예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지만 속으로는 상대의 수를 읽어야 하고 거기서 나타나는 득실을 계산하면서도 감정으로 표현해서는 안되는 모순속의 인간이 된다.

이런 모순 속의 공간인 현실세계의 모습이 백조의 호수라는 한 작품안에 녹아 있고 이를 표현해야 하는 연기자에게는 그 만큼 어려운 과업이 부과된다.
노력하려고 집중할수록 다른 면에서 그녀의 모습은 달라진다.
아마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기억할 수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랬던 것 같다.
이 영화에서도 그녀는 계속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세상을 뒤집어 본다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
어제까지는 누구를 쫓으며 살았다. 프리마돈나를 담기 위해 노력만 한 게 아니라 그녀의 물건을 훔치기도 하고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그런 자신이 이제 오늘 또 다른 누군가들의 질시를 한몸에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까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던 악이 사실은 남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점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많이 달라진다.
선도 악도 다른 세계의 이질적 존재가 아니라 내 안에 같이 존재할 따름이다.
특히 리더에게는 이 둘은 한 몸에 존재해야 한다. 이 양면사고가 되지 않으면 그는 현실 세계의 리더로서 자격이 거의 없게 마련이다.

영화는 이런 성장통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결국 처음 했던 나의 경쟁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나 자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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