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인간 4 - 진실 운명의 인간 4
야마사키 도요코 지음, 임희선 옮김 / 신원문화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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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인간>

<하얀거탑>과 <불모지대>의 거장, 야마자키 도요코의 신작이다.
실제 사건을 근간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외무성의 오키나와 반환에 대한 밀약을 담은 비밀문건이 신문에 보도되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사건을 조사해보니 기자가 외무성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고 이를 이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기자를 기소했고 오랜 재판을 통해 무죄와 유죄가 번갈아 나왔다. 상심한 기자는 끝내 붓을 꺽고 직장을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결국 비밀로 감추려던 진실이 밝혀진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우선 외무성과 법원,신문사 등의 모습을 아주 세밀히 묘사해내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했다. 그런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다가 아예 시선을 반대로 돌려보았다.
그렇게 한국을 돌아보니 내게 주는 시사점이 많았다.
그 생각을 나름 자유롭게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아보겠다.

1.
우선 2008년 외환위기의 와중에 화제가 되었던 미네르바가 떠올랐다.
포털은 그의 정보를 보호할 의무를 저벼린채 경찰에 넘겨버렸고 곧이어 발가벗겨진 그의 사적 영역이 공개된다. 언론은 계속 그가 좋은 대학의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인물임을 부각시키고 그가 보여준 통찰력은 별 것 아닌 것처럼 취급해버린다.

권력은 이렇게 자신과 맞선 개인을 무자비하게 짓밟으며 주변에 선언을 한다. 봐라 나에게 대들면 이 꼴이 된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는다.

2.
이 대목에서 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바로 정신대 할머니를 비롯한 일본 전쟁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다.
오랜시간 소송이 전개되었고 막 이겨나가는 순간에 검찰측에서는 외무성의 비밀문건을 해제시켜 공개한다. 그 문건을 통해 한국정부가 이 할머니들이 가져가야 할 보상을 가로챘다는 밀약이 드러나게 된다.

내 생각은 다시 옆으로 비켜간다. 포스코의 창립자인 박태준은 늘 우향우 정신을 강조했다. 피값으로 만든 제철소인데 잘 못 운영하려면 우측으로 꺽어 바다로 가 죽으라는 압박이다.
피값으로 만들었다는 부채의식이 있다면 왜 민영화를 할 때 일정 부분을 출자해 정신대 등 피해자 보상을 위한 기금을 만들 생각을 안했을까?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당사자 김종필, 대통령 박정희,노태우, 포스코의 창업자 박태준 등 내용을알만한 사람 아무도 그런 제안은 하지 않았다.

3.
그런 피 같은 주식을 제대로 관리 못하더니 왠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작자가 매수해서는 성공투자라는 소리나 하고 있고…
웃긴 세상이다. 그는 그렇게 확보한 지분으로 포스코가 다른 한국기업과 협업 하는 경우에 비토권을 행사한다.

포스코를 보면 요즘 세계화시대에 고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인도에 제철소 하나 짓는 것도 현지인들과 갈등이 심해서 진도가 빨리 못나간다.
그 뿌리를 찾아보면 정신대 사건 등을 다룸에 있어 보여준 인문학적 빈곤이 나타나지 않을까?
인문학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남을 보지도 듣지도 이해하려 들지도 않고 그 아픔을 무시하려는 수준의 소통력.

그게 멀리 박정희 시대가 일본에서 배워온 전제주의의 슬픈 유산이니 어찌하랴.

4.
결국 이 소설은 읽다 보니 남이야기가 아니게 되더라는게 오늘의 결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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