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을 만들어낸 윤석금 회장의 경영철학 소개서다. 출판사 외판원에서 시작하여 자신의 당대에 20위 안에 드는 그룹을 만들어낸 인물에게는 비범한 역량이 있다. 그의 핵심역량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갖고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그룹에게는 모태가 되는 기업이 있다. 오너가 가장 먼저 시작해서 성공을 이룬 기업이 바로 모태기업이다. 이 때의 방식이 오너에게 성공체험이 되고 또 이 때 오너와 같이 성공을 이룬 사람들을 추가로 확장하는 기업에 내려 보내기 때문에 이 기업의 성격이 중요하다. 삼성의 경우 물산,제일제당,모직 등이 인재사관학교라고 불리는 것이나 현대가 건설 방식이 그룹 운영 방식이 되는 것 모두가 같은 맥락이다. 웅진에게는 모태에 해당하는 사업이 교육이다. 책을 파는 일은 여느 물건을 파는 것과 같지 않다. 책도 사람에게는 하나의 도구이기는 하지만 주요 차이는 사람의 인성과 능력을 만든다. 자식에 대해 책을 사주는 것은 먼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기 때문에 아끼지 않는다. 그런 책을 만들어내는 일에는 가장 고급 두뇌가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편하게 따라갈 수 있는 생각인데 그 다음이 문제다. 이제 막 사업이라고 시작한 전직 외판원이 만든 기업에 그런 고급두뇌가 올까? 여기에서 윤회장이 찾은 답은 서울대에서 제적당한 학생들의 활용이었다. 당시 운동권 출신을 기피하던 분위기라서 윤회장에게는 무척 호기기 돠었다. 이렇게 해서 만든 각종 학습지는 일본 교육산업을 베끼기에 급급했던 기존 업체의 틈을 뚫고 시장에서 큰 몫을 차지하게 된다. 다음으로 운동권 출신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었던 장은 바로 조직이었다. 한국의 고급 두뇌인 여성인력이 저평가되고 사장된 점을 아까워해서 이들을 모아 탄탄한 판매 조직을 만들었고 학습지, 책 판매 나중에는 각종 가정용품인 정수기 등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파는 물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파느냐가 성공의 포인트가 된다. 이 대목에서 윤회장의 핵심역량은 무엇일까? 사람을 알아보고, 사람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아닐까 한다. 남들이 미처 주목하지 않던 인력들을 자신의 전력으로 끌어들이는 솜씨가 남과 달랐다. 경영학적인 용어로 쓰면 driving force인데 이를 우수 인력으로 잘 잡았고 잘 활용했다. 하나의 예를 더 살펴보자. 웅진식품을 만들었는데 대폭 적자로 그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자원하는 부장을 발탁했는데 주변의 반발이 심했다. 부장이 사장이 되면 임원들은 뭐냐는 식이다. 이를 다독거리는 대목이 책 안에 나온다. 그냥 앉아 있으면 망하는데 무엇이라도 해보려는 의지가 중요하지 않냐는 생각에서 나온 의사결정이었다. 역시 이 기대에 부응해서 웅진식품은 아침햇살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꼭 그렇게 거창한 결단이 아니더라도 경영 여러 곳에 섬세함이 나타난다. 배달 등을 외주화하면서 목표를 주고 나머지 비용은 알아서 하도록 운영하는 방식이다. 볼펜 하나라도 자기 것이라고 하면 아껴 쓰기 마련이라는 통찰 덕분이다. 이런 원리를 그는 일본 등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보고 들었다가 현장에 잘 응용해서 써먹는다. 이런 점들을 두루 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사람의 가치를 높일 수 있고 그 사람을 활용하여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치가 눈에 들어온다. 최근 웅진의 행보를 보면 건설, 폴리실리콘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 점이 눈에 띈다. 이 분야는 사실 기존의 웅진이 가진 핵심역량과 별로 연관이 없다. 아까 모태기업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유는 사람은 처음 배운 방식을 여간해서는 안바꾸려고 하기 때문이다. 최근 웅진이 건설업에서 고전한다는 소문이 돈다. 수주 후 가변성이 크고 금리 등 주변의 영향을 받는 건설산업의 재무제표를 보는 방법은 달라야 한다. 제조업쪽도 보면 차이가 많다. 해마다 제품을 바꿀 수 있는 학습지에 비해 한번 의사결정 하면 수년간 바꿀 수 없는 제조업은 사고의 깊이가 다르다. 그래서 삼성 이병철 회장의 경우도 반도체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부한 노트가 여러 권이라고 한다. 반면 아랫사람을 잘 믿고 격려하는 문화는 친화적인 조직력으로 잘 하면 된다는 분위기를 통해 성과는 만들 수 있지만 조직의 치밀함은 떨어진다. 기존 성공체험의 사고 틀을 벗어나서 다차원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어야 종합그룹으로 제대로 성장하고 평가 받을 것이다. 책을 놓고 보면 최근의 기업과 기업가 홍보용 책의 한 부류라는 느낌인데 자신의 진솔함이 녹아 있어서 점수는 보통 보다는 좋게 줄 수 있다. B 정도. A로 주기 어려운 이유는 홍보라는 의도로 여기저기서 끼워 넣은 내용이 너무 많고 정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과 실패담도 드러내는 솔직함 등의 측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