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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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생활

북한에서 매우 쇼킹한 뉴스 하나가 나왔다.
바로 화폐교환이다.
통상적으로 화폐의 명목가치를 낮게 하는 디노메이션이 아니라 이번에는 화폐 소유자에게 정부가 정한 선 이하로만 교환해준다.
이는 일종의 약탈이다. 공인된 강제력을 가지고 행하는 매우 광범히하고 불공정한 약탈행위다.
한국사를 쭉 돌아보면 종종 이런 약탈행위들이 나타났다.
멀리 보면 흥선대원군의 당백전은 고가 화폐를 마구 발행해서 물가를 확 뛰게 만들었다. 수혜자는 첫번째로 돈을 쓰는 정부밖에 없고 나머지 뒤치닥거리는 모두 힘없는 백성에게 남겨진다.
다음으로 일제시대에는 구한말의 돈을 싹 정리했다. 이때 많은 상인들이 파산했다고 한다.
박정희시대에도 크게 몇 차례에 걸쳐 약탈이 있었다.
첫 번째는 화폐교환인데 이때 차이나타운의 화교를 집중 겨냥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유신 직전에 나타난 사채지불 정지 조치였다. 개인으로부터 기업에 강제로 부를 이동시키는 행위다.
세 번째는 수출대금의 무조건 국내 화폐 태환으로 화폐증발을 가져온 것이다. 이는 급속한 인플레이션을 가져와 부마항쟁으로 정권을 마감시키게 된다. 후일 전두환은 이때의 교훈을 통해 무조건적인 물가안정으로 정책을 선회시켰다.

각각 행위를 보면 알 수 있는 이치가 이념과 노선을 떠나서 정부로 대표되는 지배계층은 피지배계층의 돈을 약탈하려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벌가는 그림,금,달러 등 교환가치 높은 자산을 일정부분 보관해왔다. 정부의 권위가 변할 때 화폐가치의 큰 변화가 나타난다는 오랜 경험에 의한 노하우다.

그런데 바로 이 화폐교환 행위가 지금 북한에서 나타났다.

이 정책의 수혜자는 일단 정부 두 번째는 개인적으로 달러를 소유한 힘 좋은 공산당 간부들이다. 나머지 서민들이 모은 돈들은 대부분 휴지로 변해버린다.
이념을 떠나 매우 안타까운 행위이다.
원래 화폐에 전후면에 보면 지배자의 얼굴이 박힌다. 로마시대 오랫동안 만들어진 금은화에는 당대의 황제의 얼굴이 근엄하게 조각되어 있다. 이는 곧 신뢰의 상징이다. 황제가 거의 신격화된 시대였으니 화폐가 나타나는 가치에 대한 믿음 또한 거의 신에 대한 믿음에 버금가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사람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이 체면 즉 얼굴 값이다.
북한의 화폐에 오르내리던 인물은 당근 김일성 일족이다.
그 얼굴의 가치를 스스로 짓밟으면서 과연 얼마나 더 충성을 기대하는 것일까?

세계를 오토바이를 몰면서 국경을 넘어간 짐 로저스가 깨달은 불량국가의 기준은 국경을 넘을 때 관리들이 돈을 받느냐, 그리고 그 돈을 자기돈으로 받느냐 달러를 원하느냐라고 한다. 그 점에서 북한은 최악이다.

북한에도 분명 경제 엘리트가 있을 터인데 이 기본적인 역사적 교훈을 무시하고 취하는 정책은 그만큼 그들이 절박하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과연 지금 우리가 이 대목에서 북한에 대한 원조를 멈추고 있는 이명박의 정책이 바람직한가 같이 물어가야 한다.

약탈 행위는 분명 사람들을 절박하고 공격적으로 만든다.
지금 남북간의 전쟁이 난다면 아무도 공화국을 위해 싸우지 않을거라는 성난 목소리가 북한 곳곳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그렇게 험하게 급작스럽게 북한의 정권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리는 위험이 바로 발생할수도 있다.
격변을 거치며 삭막해진 북한사람들과 남한사람들의 부조화된 동거를 이 소설은 잘 그려내었다. 상상과 현실을 잘 섞어가면서.

읽고 나면 우울해지지만 그럴수록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나쁜 바리새인과 제사장 수준의 기독교인인 우리 대통령님의 완악해진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당장.
그것만이 우리 모두의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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