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에 Historie 5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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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에 5

1년반만에 만난 에우메네스, 우연한 서핑 중에 그의 재림 소식을 듣고 만화방으로 후딱 달려갔다.
다 읽고 난 나의 감상은 역시 기생수의 작가님의 흡인력 있는 필력에 강한 매력을 느끼며 언제 다음이 오나 기다리는 마음이 된다.

주인공 에우메네스가 가진 고향땅의 마지막 기억은 아버지의 죽음과 갑작스런 노예로의 방출이었다. 가족, 친구들, 어린 나이지만 연인 모두 놓아두고 떠난 긴 여행이었는데 이제 하나 하나 궁금함을 풀게 된다.
떠날 때야 어린 나이지만 이제는 18,9세의 제법 어른이 된 에우메네스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알맞은 솜씨를 발휘한다.
앞서 보여준 맨 입의 말솜씨 하나로 철벽같이 둘러싼 마케도니아의 장창병 사이를 지나고 높다란 성문도 그냥 통과해 성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또한 남 다른 수준의 역량이 발휘하였고 이는 누군가의 눈에 띄게 된다.
그가 친구던 혹은 적이던 간에 분명한 것은 적어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이다.

고대 영웅들의 행적을 다룬 가장 뛰어난 저작은 플루타크의 영웅전이다. 그리스 시대의 영웅들의 상당수는 에우메네스와 동시대의 인물인 알렉산더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바로 그 영웅들을 만나러 가는 순간에 묘한 비유 하나가 나온다.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에 나오는 키클롭스, 나를 화들짝 놀라게 하는 이 인물의 등장은 너무 이야기 많이 하면 스포일이 되니 뒤로 미루고..

이 대목에서 우리 주인공을 상징하는 오디세우스의 강점이 무엇인지 돌아보자.
오디세우스는 지혜의 상징인데 그의 지혜롭다는 점은 역시 사물과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고 덕분에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식은 남에게 듣기도 하고 내가 찾아서 읽기도 하면서 얻을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쉽다. 지혜는 보통 사람과 세상과의 관계에서 얻어진다. 그냥 읽어서 알 수 있는게 아니고 직접 체험을 해서 머리속에서 깨달음이 얻어져야 자기 것이 된다.

주인공처럼 오디세우스도 호기심이 많고 여행을 좋아하되 순간의 격정에 의해 행동하지 않는다.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감탄했던 점은 아내나 아이들을 만나면서까지도 그 속을 하나 하나 테스트 한다는 점이다. 수십년만의 만남인데도 그는 정말 이 인간의 나의 편인가를 찬찬히 진행되는 관찰과 대화를 통해 판단한다. 이는 반대로 아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과장아니냐는 비판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은 아가멤논의 이야기를 다룬 비극들을 보시기를.

하여간 이 만화를 보면서 느끼는 점 하나는 그냥 되는 인연은 없다는 이치다.
만남에는 우연이 있겠지만 이 만남이 인연이 되려면 서로의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옷을 허름하게 입었던 만나는 시간이 짧았던 간에 진실로 가치 있는 인물을 확 눈에 띄게 마련이다. 작은 언행에서도 그 사람의 가치는 드러난다.

우연한 만남 자체를 인연으로 삼아 제국의 중심부로 확 들어가는 주인공이지만 그는 여전히 신중하고 사려 깊고 또 여전히 책에 대한 열정과 여행에 대한 열망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그의 계속 이어지는 여행을 따라감은 나에게도 다른 세계로 가는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참 이 대목에서 아리스토텔레스를 불러다가 알렉산더와 그의 친구들을 모은 학교를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다.(스포일)
이 부분이 중요한데 이 학교가 세계 최초의 공식화된 영재교육이라고 한다.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소크라테스의 문제 풀이 기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 당시의 교육은 후일 이들 주인공들이 그리스를 통일하고 페르시아를 정복한 뒤에 세계를 나누어 통치하는 왕국들을 만들 수 있는 기본 역량이 된다.
이 부분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대량 주입식 지식 중심의 교육이 횡횡하는 시대에 이들 영재교육 받은 인간들이 어떻게 처신하는지.
그리고 그 모델의 상당부분은 바로 주인공에 있다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난세에는 유연한 사고가 중요한데 자신이 아는 것의 한계를 잘 아는 태도야 말로 주인공의 장점이다. 모르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무슨 새로운 것을 알려고 할까? 바로 그 깨달음을 주는 기본 힘이 영재교육의 기본이다.

히스토리에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 더해지기를 바라면서 나도 그 지혜의 일부라도 같이 늘어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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