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가는 연습 - 경제빙하기의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
유영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유래 없는 불황이다.
작년 말에 시작되어 6개월여 지난 지금 한숨은 잠시 돌렸지만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면 여전히 깜깜하다.
이 혼란의 와중에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유영만 교수의 <내려가는 연습>이었다.

책의 주 메시지는 간명하다.
이제 내려가는 연습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성취욕이 강한 사회도 드물다.
다른 선진국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의 내면에 관심을 두는데 비해 한국은 여전히 더 크게 더 많이 더 빨리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속에서 우리도 악착같이 노력했지만 막상 자신이 내려가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 너무 당황스러워 정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명문대를 나와서 대기업에서 어서오라고 손짓해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숫자가 반 이하로 줄어든 채용계획을 신문에서 보게 되면 어떨까?
그렇게 들어가려는 회사의 속을 보면 또 어떤가?
회사원으로 한 해 열심히 뛰었는데 보너스가 늘지는 않고 거꾸로 줄어든다면 또 부서 통폐합으로 승진 기회도 활 줄어들게 된다면 어떨까?
대기업의 임원을 지내다가 갑자기 자리가 없어지고 지휘할 부하가 없어지면 기분이 어떨까?

그러니 이곳저곳에서 다들 난리다.
안에서는 공공개혁으로 공시족이 폭탄 맞고, 바깥으로 보면 세계적 경제난으로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진다.
내가 무슨 죄라고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지 갑갑하게 마련이다.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고 직장이 튼튼한 요새라고 생각해왔다면, 그래서 그동안 다소 안일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바로 스스로에게 사과하자. (책에서)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은 정말 귀한 청량제 역할을 해준다.

사람에게 잘 되어라, 잘 할 수 있다는 격려는 물론 필요하다. 그래서 성공학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반면 나이가 들고 체력과 함께 총명함도 부족해지는 사람에게 계속 성공에 대한 미련만 강조하는 것도 바람직한 처방은 아니다.
어느 정도 겸손함을 배우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 다시 몸을 추려서 장점 위주의 방향 재정립을 하고 좁더라도 확실히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는 쪽이 한결 낫다.

유교수의 이 책은 다양한 주변의 예화를 통해 삶의 진실을 보다 잘 드러내고 있다.
넓게는 새클턴이 가장 아끼는 물건부터 버려서 부하들의 몸을 가볍게 해 탈출을 가능하게 했다는 일화, 에베레스트에 오른 아들에게 내려오는 것이 더 어려우니 정말 조심하라고 다짐 하는 힐러리 경의 일화도 예사롭지 않다.
가장 먼저 버려할 것은 체면 그리고 자기 주변의 보호막들이다. 직장도 일종의 따뜻한 공동체인데 그 속에서 각자는 어쩌면 혼자는 하기 어려운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사는지 모르겠다. 별대가 없이 누리는 그런 혜택들이 갑자기 사라질 때 투정거림이나 원망 만으로는 해법이 안된다.

이때 다음 글귀들을 한번 가슴에 담아 보자.

높은 곳에서 내려가 기꺼운 마음으로 살피면 많은 기회들이 바닥에 널려 있다.
그 기회를 챙겨서 다시 오르면 되는 것이다.

직 중심의 아마추어는 자리에 목숨을 건다. 반대로 업 중심의 프로페셔널은 의미에 목숨을 건다.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희망을 발견한다. 희망의 불씨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다시 일어나 걸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싹튼다.

그렇게 바닥을 딛고 다시 일어나 걷다 보면 언젠가 다시 위에 올라서서 남들에게 다음 말을 해주게 될지 모른다.

성공은 시간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시간을 잘 활용한 것이 성공이고 성공은 그 대가로 보람찬 시간을 선물해준다. 
  

전체를 통독하고 인상 깊은 곳은 줄을 몇번 치고 나중에 생각 날 때 마다 가끔 굵은 글씨로 된 강조점들과 함께 읽어가면 오랫동안 지침이 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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