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
크리스 가드너 지음, 이혜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행복을 찾아서

피부색은 까맣고 키는 훌쩍 큰데 옆에는 조그만 아이 하나를 달고 가는 청년이 하나 있다. 자세히 보니 이런 양손에 큰 가방을 들었는데 그 안에 살림살이가 가득 들었다. 그를 따라 가보니 낮에는 아이와 공원 등 돈 안드는 놀이터에서 놀아준다. 거기까지는 좋지만 저녁에는 무료 급식소를 거쳐 잠자리는 교회에서 주는 무료 숙소를 향하는데 만에 하나 거기를 놓치면 지하철역 화장실로 가기도 한다.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하는 그런 장소에 아이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면 삶이 쉽지는 않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 된다.

그런 그의 현상적인 모습에도 마음은 절대로 낙관을 잃어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교회를 다니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굳은 믿음을 가졌고 주변에서 자신이 꼭 따라 하고 싶은 롤 모델을 발견하는데 열중했다.

PSD, 약자를 풀어쓰면 가난하지만 Poor, 영리하고 Smart, 돈을 벌겠다는 열망이 강한 Desire에 정확히 해당하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그는 눈을 위로 올려 아주 높은 곳을 바라보고 가슴은 열정으로 가득채우고 힘껏 발로 달렸다.

그의 성공의 핵심에는 전술의 유연함이 있었다.

당시 차별이 아직 무척 심하던 시절 흑인이 올라간 캐리어 사다리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강한 벽이 나오면 굳이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지 않고 롤 모델을 수시로 바꿨다.
맨처음 의학의 길로 인도해서 전문성을 살려주고 키워준 박사는 좋은 상사지만 함께 오래 할 수는 없다. 자신이 최대한 재량을 발휘해주어도 최저 수준 이상의 연봉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은 봉건제와 같이 신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니 한 달에 몇 만불 이상을 번다는 주식중개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신의 강점이 머리가 좋고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자격시험에 도전했다. 다음으로 돈은 희고 검은 색을 따지지 않고 오직 녹색을 띄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곳에서도 차별은 있다. 신참이라 고된 일은 시키고 다 될 것 같으면 슬쩍 낚아채가는 동료들, 성과를 정당하게 인정 안하고 연봉인상을 미루는 상사 등에 대해서 그는 절대 혼자 맞붙어 싸우지 않았다.
전화로는 매매를 승락했지만 막상 와서 보니 시커먼 거구의 흑인에 놀라 다른 중매인을 부탁하는 고객을 탓하지 않았다. 그냥 전술을 바꾸어 전화 자체만으로 완료 되도록 말투와 세일즈 화법을 바꾸고 그럴듯한 핑계를 대어 사무실로 오지 못하도록 잘 막아내면 된다.
즉 막히면 막힌다고 그 자리에서 원망하지 말고 돌아갈 길을 찾는 쪽으로 즉시 방향을 틀었다.

물려 받은 리스트가 없기에 그는 최대한 자신만의 손으로 일을 만들려고 했다. 회사에서 자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화 200통을 돌려대는 모습은 경이적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베어스턴스(최근에 파산했지만 월가의 전통 있는 투자은행)의 지역책임자가 그를 스카우트 했다.

베어스턴스에서도 여전히 인맥이나 학연에 의해 좌우되는 월가의 방식과 달리 직접 자기손으로 전화를 돌려가며 개발했다. 보험영업으로 말하면 소위 돌방(갑자기 모르는 사람을 방문해서 영업함)의 단계인데 이는 꽤 뻔뻔한 얼굴과 컴팩트한 설명력을 갖추지 않으면 어렵다.
이렇게 연결한 텍사스의 큰손 J.R.과의 영업 일화는 꽤 재미있었다. 인종차별주의자인 그를 어떻게 최대의 고객으로 유인했는지는 읽으면서 배꼽을 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역시 전화로는 잘 되다가 굳이 돈 잘 벌어주는 가드너를 직접 보겠다고 사무실까지 찾아온 고객이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가는 모습을 묘사한 장면과 여기에 대한 능수능란하고 뻔뻔해진 가드너의 모습 등.

이렇게 해서 결국 그는 흑인에게 막혀있는 유리천장을 넘어선 초기의 몇 안되는 인물이 된다.

몇이 안되기 때문에 오히려 그에게 더 많은 선물이 주어진다. 음악이나 스포츠계에서 다른 방식으로 부를 이룬 스티브 원더 같은 흑인 명사들에게 접근해서 이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PB 노릇을 해주는 일은 큰 보상이었다. 클린턴이 흑인 프렌들리 정책을 펼칠 때 친구처럼 보일 수 있었고 나중에는 정말 흑인세계에서 존경하게 되는 만델라 대통령 취임식까지 참석하여 알현할 기회를 갖게 된다.

불황이다 보니 다들 어려운데 이 시점에 사회의 첫발을 디디는 젊은이들에게 MB 정부가 주는 인턴이 계를 같이 느껴질 수 있다.

정식 취업으로 들어가는 사람들과 신분으로 비교되다 보니 솔직히 가슴에 불만이 없으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한번 권해보고 싶었다.

아무 보수를 받지 않더라도 여기 주인공 가드너처럼 증권회사와 같은 특정 사업장에 있기만 해도 배움이 있게 된다. 남들을 보다가 자신 속에 성공에 대한 욕망이 불같이 일어나기만 해도 그 자리에 있는 값은 한 것이다. 그냥 밋밋하게 감정의 기복도 없이 시간을 보내며 가격 싼 매체들 – 지하철 무료신문과 인터넷 서핑 –에 시간을 빼앗기면 그것만큼 큰 손실은 없다. MB의 여러가지 면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가 그래도 6.3학생운동 하다가 박정희에 의해 감방 갇힌 후 여기서 눈을 아래에 두지 않고 위로 올려보았다는 점은 인정해줄만하다.
하여간 어려운 시절일수록 정말 더 어려운 조건에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 이야기에 매달리는 독서에 마음이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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