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22 - 임금님 밥상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권 가득 맛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들 이야기를 잔뜩 모아 만들어졌다.
병원 장면에서는 신경을 다쳐 맛을 잃어버린 환자들, 직장생활의 반복됨 속에서 삶의 목표를 잃어가는 도시의 직장인, 회사 경영의 부담에 지쳐가며 식욕이 줄어든 경영자 등등.

시작은 병원이야기다.
신경이 다쳐서 맛 느끼는 것 까지 잃어 버린 환자들이 상상을 통해 맛의 추억을 회복하려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식객의 여러 편에서 반복되는 테마인데 금욕하는 보디빌더,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환자, 꽃동네의 환자 등등 정상적으로 맛을 누리기 어려운 조건의 사람들의 흐름과 같다.
죽음과 삶의 경계인 병원의 앞마당을 가다가 발견하게 되는 두릅 새순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이 되면 겨울의 차가움 어려움을 이기고 새로 피어나는 순들의 모습은 무척 경이롭다. 새순을 잘 먹으면 그 속의 엔자임이 같이 들어와 활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올갱이
만화를 자세히 보니 국 하나 만들기 위해서도 올갱이 하나 하나를 직접 손을 보아야 하는 음식이었다. 덕분에 다음에 이 음식을 대할 때는 정말 소중히 먹어야 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은어
민물 물고기의 백미가 은어라는 소개는 아마 왕의 진상품 기록에서 잘 확인되나 보다.
낚시 장면이 같이 나오는데 일본 만화 <소년 낚시왕>에서도 은어 낚시가 잘 묘사되어 있다.
낚시는 일종의 시합이고 경주인데 그 결과 직접 잡은 재료로 만드는 음식은 더욱 흥취를 돋우는 것 같다.

여수의 갯장어 이야기가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먼저 음식 만들어가는 과정이 워낙 생동감 있어서 다음 몸 보신은 갯장어로 해야겠구나 하는 느낌이 깊게 들었다.
진행 과정은 다시 등장하는 오봉주와의 벌이는 대결이 꽤 재미있었는데 특히 고객 혹은 심판관으로 등장하는 경영자의 모습이 더욱 흥미를 돋구웠다.
소위 경영자라는 인간에 대한 묘사가 꽤 디테일하게 이루어졌다.
사전적인 정의로 하면 각기 모가 난 사람들을 두루 만족시키며 치고 받고 싸우지는 않아도 적당히 경쟁시키는 기법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겠다.
맛의 극한을 추구하려면 이를 알아주어야 하고 돈이 많이 들게 된다. 그런 돈을 많이 가진 경영자로서는 쉬지 않고 여러 편을 모아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끌어간다.

오봉주가 만든 거대한 식당 운암정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체가 되다 보니 더욱 맛의 화려함을 찾게 되는 반면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식재상 오성찬은 재료의 신선함을 살리는 쪽을 강조한다. 그렇게 화려함과 재료 살리기로 겨룬 양측의 승부는 글쎄… 경영자가 벌여 놓은 말의 향연을 직접 확인하시기를..

종합적으로 보면 맛을 중심으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점점 다양해지고 깊어지는 듯 하다. 맛 만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람까지 발견하게 됨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