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재발견 - 한국 자본주의와 기업이 빠진 조직의 덫, 개정판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2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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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강의는 꽤 길게 이론적 배경을 소개한다. 마치 사회학 교과서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양한 이론을 소개해주는 것은 좋지만 대학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다음에는 본격적인 전개로 들어가서는 그리고 본론으로 들어가 한국조직들의 위기를 두루 다룬다.
기업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 대형교회,건설업계,공무원 등이 나오고 20대 삶의 조폭,다단계,사채업 등 다양하게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에 저자의 문제의식을 담은 주장이 나온다.

책의 마지막 주장을 보면 기존에 다른 이들에게서 보기 어려운 색다름을 담고 있다. 그런데 써보려고 하면 모두 유용한 것도 아니고 반대로 모두 유용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주장을 쉽게 쉽게 전개하는데 기초로 삼고 있는 현실조사를 보면 구멍들이 많이 보인다. 그것도 제법 커서 이를 엮어 만든 저자의 핵심 주장 자체가 힘을 받는데 지장을 줄 정도다.

예를 몇가지 들어보겠다.

“경마장 가는길의 위기”라는 소제목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두 기업의 모습을 설명하는 대목을 보면 삼성전자의 성공이 대만의 지진, 일본의 화재 등 몇 가지 우연에서 나온 결과처럼 기술된다. 이들 요인이 도움이 제법 도움되었겠지만 정말 중요한 삼성의 가장 빠르게 256M, 1G 등을 개발해낸 노력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지진 덕분에 나온 효과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면 이를 미국의 마이크론이나 독일 기업이 누리지 못 했고 삼성만 입었는지 논리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엔론 사태의 기술을 보면 회계부정이 파산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되어 있다.
회계는 원래 고무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네가 맞다 내가 맞다 논쟁이 많이 벌어진다. 엔론은 회계를 부정해서 망한 것이 아니라 돈을 벌지 못해놓고 벌었다고 사기를 쳤기 때문에 망했다. 그런데 이를 부도덕한 기업이면 미국에서는 망하게 되는데 우리는 망하지 않고 있으니 언제 터질지 모르겠다는 식의 뉘앙스를 주는 것은 문제의 포인트를 영 다르게 잡는 위험이 있다.

이런 기본적인 현실 이해 부족이 산업이나 외국에서 나타나는 것은 사회나 경제를 모두 모아서 보는 학자의 입장이라 어느 정도는 이해하겠다.

하지만 정말 위험은 그의 조직이론을 기업에 적용할 하면서 조직론의 질문 Top 5를 던지는 마지막 핵심 부분에서 나타난다.

먼저 긍정을 하면 마지막 제언 다섯 개 중에서 여성,중소기업과 일하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대목은 공감을 해 줄만하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귀공자 자본주의 주장 부분에 있다.
삼성전자는 귀족들의 2세인 귀공자들 단일색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들이 실제 중요한 결정을 못내리기에 기업이 비효율에 빠져 조직이 위험이 빠지고 공무원들은 시험을 통해 공정하게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선출하였기에 훨씬 낫다는 주장에서는 정말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된다.
앞선 대목에서 빨간펜 든 관리층의 위험을 열심히 토로했는데 실제 아직 귀공자들 그룹은 의사결정권한이 없기에 위기는 한참 뒤에 온다. 그리고 삼성 등의 기업 전통은 청탁을 받아서 뽑기는 하더라도 내부경쟁을 통해 실력이 안되면 도태시켜서 내부효율을 유지한다. 삼성과 현대가 국내 공채 도입에 가장 먼저 였다는 사실이 이들 기업의 인재상을 나타내는데 아직 유효하다.
기업과 정부 조직의 효율문제는 이건희가 주장한 기업2류,정부3류,정치4류라는 명제가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발로 각 산업들과 기관들을 다녀본 경험으로는 그렇다.

공무원의 경우도 골방에서 수년간 책 들여다보고 암기한 결과를 통해 선발되는데 이들의 토익 실력이 부족한 것은 문제가 안된다고 저자는 강변하지만 국제경험 부족은 어쩔 수 없다. 반면 기업은 세계에 나가서 외국 인력을 경영해야 하는데 토익이나 기타 유학 경험을 중시하는 쪽이 당연한데 이를 귀공자로 몰아붙이는 것만 옳다고 볼 수는 없다.
기업에는 분명 귀공자가 존재하지만 경영자는 절대로 귀공자들만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믿지 않는다. 성공하는 사람의 핵심 요소에는 끈기와 근성이 필요한데 귀공자들은 그런 면에서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절히 안배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 이런 부분을 저자가 현장조사했는지 잘 모르겠다.
삼성에서 접대받는다고 하는 내용도 반론을 하고 싶은데 그 보다 먼저 중소컨텐츠 업체가 S텔레콤 등 대형 통신업체에 접대를 하고 다시 통신업체는 공무원에게 카드를 아예 통째로 빌려주어 룸살롱 등에 활용하게 하는 고리가 암암리에 존재한다
이쪽이 아마 삼성 등이 인력이 주 2회 술 먹는다는 것보다 비교도 안될정도로 빈도가 높고 사회적인 문제가 될 내용이다.
아마 각 지자체 앞에 몰카 설치하고 야근비 타먹으려고 카드찍으러 오는 인물들 확인하면 놀라운 숫자가 나올 것이다.

이런 토대에 문제를 틀리게 잡고 위에서 논리를 전개하니 결론은 전혀 엉뚱한 쪽으로 가버린다.

어쨌든 저자의 공부는 여기까지 정도가 현재로서는 한계인 것처럼 보인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주장이 유용한 부분도 있지만 유용하지 않은 부분도 매우 많은데 심지어 잘못하면 오도된 인식을 사회에 유포하는 위험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허구라는 주장 자체가 또 다른 허구를 만들어내는 위험은 없는지 저자에게 묻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 책의 독자들에게는 신선함에 매료되어 엉뚱한 방향으로 시각이 고정되지 않도록 항상 되물어가면서 자기 주장을 견고히 하며 읽기를 부탁 드린다.


조금 더 내가 볼 때 저자나 다른 분들이 조직을 놓고 좀 더 공부하고 참조했으면 하는 부분은 달리 있다.

삼성 등 현재 1위 하는 기업이 갖는 고민은 향후 인력의 질에 있다.
그 동안 한국기업의 장점인 속도를 유지시킨 힘은 연구와 생산인력들의 희생이었다. 이는 이공계 출신들의 우수함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이 일련의 과정은 박정희시대에 교육,사회,기업을 모두 통괄하는 하나의 거대한 마스터플랜 하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지금 이공계는 더 이상 우수 인력을 받지 못한다. 이 흐름을 크게 틀지 못한다면 10년 뒤 한국기업의 연구 능력은 한참 아래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부분을 심각하게 고민하는데 하나의 기업 차원에서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조직의 위기를 정말 고민한다면 학교,기업,사회의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 파고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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