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20 - 국민주 탄생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식객 20

한 사회의 음식문화 소개에 결코 술 이야기 빠질 수 없기에 이번 20권은 술로 빼곡 채워졌다.
다른 문화와 마찬가지로 술에서도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적인 방법과 근대화에 의해 새로 도입된 방법이 섞어져 존재하게 된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먹는 것도 늘 부족했던 시대에 술은 사치품이라 이를 만드는 일은 아무나 마음대로 할 수 있지 못했다.
그냥 가볍게 발효하는 정도는 서민들도 즐기지만 여러 단계를 거치며 도수를 높여야 하는 전통소주는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서민들은 꿈꾸기 어려웠다. 하지만 근대화를 통해 희석하는 방식이 도입되어 싸게 대량으로 공급하게 되는데 이렇게 유도한 주체는 정부고 목적은 세수증대다.
근대화는 대량생산을 통한 효율을 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표준화는 특색을 없애서 문화의 다양성 차원에서는 역기능을 한다.

책이나 음악과 비교해보더라도 문화는 개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양해지려는 욕구를 가졌다. 와인의 예를 보면 식사의 진행, 음식의 종류, 개개인의 상태에 맞추어 수십,수백 아니 수천의 선택을 하게 만들어 인간의 먹는 즐거움을 극대화하는데 기여를 해준다.
반면 한국인의 메뉴판에는 서민을 위로하는 막걸리, 조금 더 쓰면 맥주, 독하게 하면 소주 그리고 끽 해야 위스키 문화 정도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이 갭을 치고 들어온 와인과 최근의 일본 사케의 공세는 우리에게 다시 전통과 근대의 딜레마를 돌아보게 한다.

어머니의 동동주는 내 주변 지인 중에 이 이야기와 거의 유사한 구조를 가진 경우가 있었다. 뒷골목의 낡은 건물에서 고생고생 해가며 수십년 장사를 통해 단골도 많이 만들고 돈은 제법 벌었다. 하나 하나 키운 자식 중에 큰 아들은 맏이라고 투자해서 유학까지 갔다 오더니 좀 더 고상한 직업을 찾아 이 바닥을 떠난 뒤 돌아보지 않는다. 다른 동생들은 그만큼 받지 못했다는 피해의식이 있어서 첫째를 경원하지만 본인들도 제대로 장사에 몰입해 대를 이어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답이 떠오른다.
다들 결과물인 돈은 좋아도 과정에서 들여야 하는 수고는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서비스 업은 대부분 유사한 과정의 반복인데 전통이라는 이름의 산물들은 규모가 작아서 기계화되지 않은 절차 덕분에 많은 수작업이 들어간다. 이름난 집은 과정에서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을 작업 과정에서 다 지켜나가려면 보통 집중력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더욱 더 피곤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조금 살만하면 육체를 쓰는 일은 가급적 피하고 싶은데 일찍 아침부터 일어나 재료를 사고 다듬고 식사를 준비하는 일도 쉽지 않은데 매장에서 일일이 손님의 비위를 맞추는 작업이 보통 수고가 아니다.

살만하면 하나 둘 떠나가는 골목에서 정말 장인 정신을 갖춘 집을 쉽게 찾기 어렵다.
소문난 설렁탕 맛집의 노하우를 알아보니 프림을 국물에 몰래 넣는 것이라 다들 실소를 금치 못했다. 맛만 나서 장사만 잘 되면 좋은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는데 손님의 몸에 좋지 않은 먹거리를 내놓고 주인만 부자되는 길을 칭찬할 수는 없다.

반면 일본은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
오랫동안 유지되는 가게가 있는 이유는 자리를 잡아 먹고 살만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일 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그러기에 고심고심을 하면서 방법을 찾고 한길을 가며 신용을 지킬 때 소위 노렌(문앞의 문장을 상징하는 깃발)을 걸고 수백년 이어가는 전통의 가게가 탄생하게 된다.
사무라이만 이름을 걸 수 있지 않고 장사꾼에게도 자신의 상징물을 내걸게 해주었을 때 그들이 인고의 작업을 감당할 만한 보람을 일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로 손님과 주인이 서로 대접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주인의 정성과 손님의 감사가 함께 해야만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멜라닌과 광우병 고민 없는 지속가능한 식문화로 갈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