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없다
이명박 지음 / 김영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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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나고 집안 서가를 뒤지다보니 이 책이 하나 나왔다. 아내가 10년도 더 전에 받아왔다는데 정치인이 만든 홍보용 책이고 별로 좋아하지 않던 인물이라 제쳐놓았었다.

어차피 5년간 배를 끌고 갈 선장이 되었는데 관심을 좀 더 두자 하고 심심풀이 땅콩 취급하며 읽어나갔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았지만 두고두고 유념할 만한 것들이 있어서  몇 자 적어 보았다.

1. 감방에서 낙관주의자 되기
6.3사태로 감옥 생활을 겪다가 낙관주의를 터득했다고 한다.
위만 보고 사는 사람은 비관주의자이고, 아래를 보고 살아가는 사람은 낙관주의자였다.
또한 나는 인간에게 잠재되어 있는 놀라운 적응력을 내 몸으로 체험했다고 한다.
그것도 밥 속의 콩알을 몇개 무시했더니 체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부터.

2. 현대건설 면접
정주영) 건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명박) - 창조라고 생각한다.
-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명답이다.
건설,조선,SI 모두 여기에 해당 되는데
업의 본질을 아는 것은 응용을 가능하게 한다.
정주영 회장은 나중에 조선에 진출할 때 이와 똑 같은 소리를 했다.

한 마디 더 건져내면...
건설회사는 종합사업.
그래서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3.태국 금고 사건 및 현장소장과의 다툼
태국의 경우 유명한 사건이고
현장소장에게 스스로 세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도 따라줄 수 없다고
버틴 것은 통상적인 업무처리와 다르다는 점을 보였다.

4.태국 공사현장에서 원가 분석
원가 분석을 해보니 적자라고 보고 했다가 자신의 리포트가
상사에 의해 아이디어가 차용되어 버렸다.
정주영이 날라와 직접 심문을 하는데 상사들은 자신들만 살려고 책임을
떠념겼지만 이명박은 원인을 잘 설명하고 그들의 강약을 이야기한다.

참 이 대목에서 하나 더 살펴야 할 점은 관리로 들어간 직원들이지만
대성하려면 결코 관리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각 사업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파악해야 제대로 된 관리가 된다.
삼성의 이학주 비서실장도 제일모직에 들어가서 공장에 붙어 살면서 라인의 여직공들의
작업과 기계의 동작을 보고 관리회계를 정착시켰다고 한다.
이명박 또한 건설 현장에서 그런 원리를 배워나갔다.

5. 중기 현장에서
본사로 들어가 핵심부서에 갈 줄 알았는데 현장에 다시 배치되었다.
이 때 중기를 다뤄야 제대로 된 경영자가 된다고 생각하고 중기를 아예 분해를 해보았다고 한다.
똑 같은 지적을 이건희도 한 적이 있다. 시계나 카메라와 같은 적자 사업을 맡은 사장에게 제대로 업의 본질을 아는지 얼마나 매니어가 되었는지 물어나가는 통에 고역을 차렀다고 한다.
본인이 워낙 하나를 잡으면 파고들어가는 성격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면 점수가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이명박 또한 그런 면이 나타났다.

6. 고속 승진
승진은 알아서 하는 것.
연말 논공행상을 따지기 전에 스스로 그 회사에서 그만큼의 가치를 내는지 잘 돌아보면 된다.
이명박의 샐러리맨 신화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읽다 보니 진대제 책을 읽으면서 느낀 포인트와도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승진은 결코 운이 아니다. 가치를 발휘하면 그 가치 만큼 가격으로 대우 받는다.

7. 정주영과 이라크 건설 때문에 다툼
이라크 수주는 이명박의 작품이지만 나중에 전쟁 덕분에 현대에 대량의 미수금을 발생시켰다. 부시에 의한 또 다른 이라크 전쟁 이후에 해결되면서 현대 주가의 상승에 큰 보탬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회사의 향방에 큰 악영향이었다.

8. 페낭대교 수주에 따른 마하티르와의 ...
마하티르에 대한 묘사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왜 수상만 큰 자리에 앉냐? 자리를 고쳐라는 말이나
동방을 배워서 우리도 발전하자는 점 등 역시 걸물이구나 하는 느낌인데
하나 더 해서 현대는 도둑놈(알리바바)이니 빨리 배워서 쫓아내라고 하는 말에
시껍했다고 한다.
역시 미국과 당당히 맞서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한 걸물이다는 점이
여기서도 확인된다.

9. 국보위 간부들과의 논쟁
육사를 나와 나라를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군인들 앞에서
나도 목숨 걸고 밖에 나가서 돈 벌었다고 당당히 맞서는 점
- 실제로 해외건설 현장에서 돈 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KAL기 사건 때
김현희에 의해 목숨 잃은 승객들 중에 현대건설 귀환 근로자 60명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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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별로 이명박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지금 그를 원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석훈의 88만원 세대에 대한 책을 보면 이런 혼란이 지속되면 히틀러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언급이 있는데 소위 유신세대의 부활은 386과 노무현의 실패에 대한 정확한 반작용이다.
그 점에서 자기 시대에 부여 받은 소임을 잘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더 해서 책 곳곳에 보면 과도한 국가권력에 의한 피해가 잘 나타나있다.
젊어서 감옥가고 신원조회로 현대 입사가 좌절 될 수 있었고 정부에 의해 강제로 회사
빼았기거나 심지어 회사 자체가 해체될 뻔한 사태... (신형식 장관인가)
를 맞아 청와대 요로의 채널을 통해 극복해내는 솜씨는 참 탁월했다.

그 피해감을 가지고 거꾸로 기업하는 사람들의 심정으로 정부를 바꾸어 나간다면 아마
지금보다 한참 좋은 사회를 만들 것 같다.

당장 삼성 대상으로 땅장사해가지고 성과급 나눠먹던 토공도 합병한다는 이야기나
교육부 없애고 교육 자율화시킨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반갑다.
군림하는 정부가 아니라 진심으로 사람을 섬기는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가급적 정부가 직접 하던 많은 일을 민간에게 돌리고 자율성을 살려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참 한가지 이회창의 출마 명분이 되었던 것처럼 골통보수 방식의 대북강경은
안따라가리라 믿는다. 이명박 개인이 다니는 교회의 전임 목사님인 곽선희 목사께서
연변,평양과기대 등을 만드는 등 대북지원에 앞장섰다는 점이 있어서
아마 잘 하면 청와대에 매주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 교회 장로인 이명박도 무조건적으로 보수와 미국에 끌려가
한국전쟁의 종료를 선언할 수 있고 남과 북이 하나로 갈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혼란으로 이끌지는 않으리라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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