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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세상을 지어라
안도 다다오 지음, 이규원 옮김, 김광현 감수 / 안그라픽스 / 2009년 11월
평점 :
섭지꼬지 휘닉스아일랜드의 <지니어스 로사이>
제주도를 갈 때 꼭 들르는 건축물이다
양쪽에 흐르는 물을 두고 땅 속으로 천천히 내려가면서 체험하는 명상의 여운은 오래 남는다.
작가는 안도 타다오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다.
최근 안도에 대한 다큐가 극장에서 상영되었다가 OTT에 풀렸다.
짧지만 상당히 임팩트가 강했다.
건축사무소 1층에는 근무규칙이 붙어 있다.
여자는 6시, 노인은 7시, 남자는 9시
퇴근시간이다
요즘 한국같으면 난리 날 내용이다
거기다가 전화는 1층에만 있는데 거기가 바로 사장 안도 옆자리다.
이렇게만 보면 꽤나 꼰대 모양새다.
잘되면 예술, 안되면 꼰대.
제주도 이야기를 좀 더 하면, 몇년전 조정래 작가가 컨퍼런스에서 제주도에서 우후죽순 솟아나는 건축붐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했었다. 사랑스러운 자연을 마구 파괴하는 몰지각한 개발이라는 게 포인트였다.
자연스럽게 제주도에서는 일본작가들의 건축물들이 돗 보이게 된다.
안도타다오, 이타미 준의 방주교회 등등.
왜 일까?
안도의 삶을 좀 더 살펴보자.
출발은 시원찮았다.
청년기 실패한 권투선수의 길을 접고 나서 막막했기에
그냥 멍하게 일본 교토의 절 건축물들을 쳐다봤다고 한다. 그러다가 구조물이 머리에 들어오면서 좀 더 알고자 해외로 나갔다.
유학이 아니라 여행이었다. 넉넉치 않은 삶을 쥐어짜고 젊음이 가진 패기를 앞세운 그런 여행.
이 유럽여행에서 본 판테온과 코르뷔지에의 롱샹교회는 그의 마음에 깊게 깊게 자리했다.
초년의 출발은 늘 쉽지 않은 거라, 아주 작은 집 건축, 작은 교회 등에서 자신의 특징을 만들어간다. 초기작 빛의 교회는 꽤 길게 소개되는데 벽 하나에 십자가 모양의 구멍을 낸 것, 아예 유리도 없는 이 틈새로 빛이 들어오도록 설계한 건 <판테온>에 대한 오마주일것이다.
빛 실험은 계속 되는데 지추미술관이라고 나오시마라는 섬(예술가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쿠사마 야오이의 커다란 호박이 있는)에 건축할 때도 모네 작품이 들어간 곳을 자연채광으로만 했다 한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불교 사원 건축이었다. 땅 밑으로 들어가게 되고 지하에 놓인 불당으로는 빛이 위에서 내려오면서 붉은 칠들에 반사되면서 신비감을 주는 작품이다.
들어가는 구조가 제주도의 <지니어스 로사이>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감히 안도의 건축을 총평해보자면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자유로운 이단아로서 과감한 실험들이 전개되지만
반대로 주류 사회로의 편입을 막는 벽도 꽤 있다고 본다.
안도가 꽤나 유명세를 타도 주로 오사카 지역에 작품들이 많고
동경에는 적은 편으로 알고 있다. (건축사 공부는 짧아서 함부로 아는 척할 수는 없고)
경제성을 중요시하는 대형건물 등에 안도 방식의 설계술은 아직 믿음을 주지는 못한 듯 하다.
반면 오사카를 대표하는 작가 시바 료타로 기념관이나, 아쓰카 문화 박물관 등은 직접 가보았는데 자연친화적이라는 점이 강한 특색이었다.
자연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하고 그러니 땅 속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철학이다.
제주도에서 왜 안도를 비롯한 일본 건축이 늘어나는지는 앞서 조정래 작가의 날선 비판과 함께 이해되는 태도다.
그런 안도로서 반가왔던 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자신의 설계로 멋진 건물이 들어간 것이었다.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중국 상해의 오페라하우스였다. 난이도 높은 설계로 건축할 때 꽤나 고생스러웠을 이 건물의 완공식에 아쉽게도 안도는 나타나지 못했다.
이유는 바로 <암> 선고.
마지막으로 안도의 독백을 하나 붙이고 마무리하련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항상 내가 진심으로 즐기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한단계 위로 가려는 마음이 사라지면 일을 접는 게 나아요
저라면 그만둘 겁니다
하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