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 Pluto 3
테츠카 오사무 지음,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데즈카 오사무와 우라사와 나오키 라는 두 거장의 만남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마침 20세기 소년도 늘어져서 답답해하는 와중에 나온 이 작품을 펼쳐보니 기대를
전혀 저버리지 않는다.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을 바탕으로 고전이 가진 불멸의 가치를 잘 살리고
현대적인 환경에서의 재해석을 시도하고 이를 예쁜 선으로 그려낸다.

주제는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사회 속에서 과연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물어감이다.
로봇 소설의 원조 아시모프의 로봇헌장의 원칙도 나오고 인간과 인간의 심각한 전쟁이
그렇게까지 피를 흘려야하는 것인지 물어가는 원초적 질문도 나온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전쟁의 모습은 마치 대량학살 무기 존재 여부로 촉발된 이라크 전쟁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악역을 맡은 존재는 현재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는 곰인형같은
로봇이다. 이름은 루즈벨트인데 작가의 의도는 테디 베어로 유명한 루즈벨트를 상징 시키면서
미국이 가장 선하게 내세우는 대통령조차도 실은 타국에게는 엄청난 폭력을 행사하는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넌지시 보여주는 것 같다.

어쨌든 수 많은 로봇이 죽어간 이 전쟁은 아직 마무리 안되었는데 하나씩 죽음이 발생한다.
바로 대량학살무기 조사단 일원들과 초고성능 로봇들이 대상이 된다.
그들에게 그만한 힘을 주는 존재는 무엇일까? 다 말하면 만화가 재미없으니 스포일러라는
소리를 듣겠다.

이 과정까지 거의 군더더기 없이 빠른 속도로 전개가 이루어져서 한편의 웰 메이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비슷한 느낌으로는 스필버그가 만든 뮌헨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짙은 영상 속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 과연 그렇게 온당한 근거를 가진 것인지 물어간다. 마지막에 비추어지는 무역센터빌딩은
바로 9.11을 상징하는 도구일 것이다.

그런데 마침 이 영화처럼 분노에 찬 피해자가 더 큰 폭력의 무기를 들고 다시 뛰어든다면
거기에 핵물질을 들고 있는 누군가가 동조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마치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무한대의 파괴가 발생하는 비극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반도의 긴장을 가져온 북한의 핵을 놓고 벌어진 큰 논란은 핵무기의 유출이었다. 직접 사용할 경우 미국까지 도달하는 미사일이 개발되지 않았기에 기껏해야 서울 아니면 동경이 대상으로 되겠지만 만약 유출되어 맨하튼 한 가운데서 터진다면 미국으로서도 1000만 인구의 죽음이라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 대상이었다.
어쨌든 그 덕분에 북한과 미국은 타협으로 가게 되었고 이게 우리가 평화롭게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

이 대목에서 다시 만화로 돌아가 묻건데 인간과 로봇의 차이는 무엇일까?
남이 흘리는 피에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만 추구하는 존재, 끝없이 타인을 파괴해야만
자신의 정복욕을 채우는 존재 그런 것이 인간이라면 로봇보다 나은 점이 무엇일까?

점점 물신화되는 현대사회의 인간이라는 존재들에게 아주 극단화된 물신인 로봇이 물어가는
질문에 어떤 답변이 나타날 것인가.

궁금하다면 이 만화의 세계로 들어오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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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7-04-0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주에 읽어봤지요. '몬스터'만큼의 충격은 없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운 작품이더라구요. 부디 '20세기 소년'처럼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이렇게 훈훈한 리뷰에 댓글이 없이 추천만 난무하다니...
-사마천무댓글방지위원회일동

사마천 2007-04-07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사요나라님. 제가 요즘 워낙 바빠져서 글쓰기가 쉽지 않더군요. 안정되는대로 점점 쓰는 양을 늘려보고 싶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몬스터만큼의 충격은 없습니다 하지만 흥미는 꽤 유발합니다.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