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일반판 (2disc) - 할인행사
이준익 감독, 박중훈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라디오 시대는 듣기 위주다. 전파를 통해 흘러나오는 곡이 좋으면 물결이 되고 나중에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사방에 퍼져나갔다. 라디오는 그 진원지였고 그 파도를 잘 타는 사람들은 곧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사람들이 놀던 공간은 라디오에서 이제 TV와 인터넷이 되어버렸다.
TV는 무엇보다 보는 즐거움을 원한다. 밋밋하게 서서 부르는 노래 보다는 이왕이면 예쁜 얼굴,
서 있기 보다는 춤추기를 원하게 된다.
최근 HD 방송이 활발해지자 정말 피부 좋은 사람들을 찾게된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더불어서 가사가 바뀌었다. 미국식 랩이 들어왔는데 여기에 사회 비판 이야기가 잘 실려 청소년들의
심금을 울려버렀다. 공연장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아이들이 원했던 것은 밋밋한 이야기가 아니라
직설적인 메시지들이다. 특히 사회성이 잘 담긴.

이런 시대는 라디오 스타들이 적응하기 힘든 공간이다. 몸도 무거워 율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원래 춤추며 노래 잘하는 애들은 거꾸로 춤만 추고 노래는 립싱크로 때우지 않는가?
야 저것들은 정말 노래를 모독하는 거야 하고 불만스럽게 해도 이미 많은 관객들을 빼앗기고 만 다음이다.

아니 빼앗긴 것이 아니다. 그냥 원래의 팬들과 함께 늙어버렸을 뿐이다.
그리고 그 팬들은 더 이상 노래를 듣지 않는다. 특히 사지도 않는다. 하지만 노래방에서 자신들만의 레퍼토리로 스스로 부르기를 원한다. 덕분에 마음 한구석에 분명 강하게 남아있으면서도 그들은 더 이상 경제적으로 과거와 같이 생존하기 어렵게 되어버린다.

더구나 곳곳에 새로운 스타들이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는 말이다. 인터넷에 뜨는 UCC 스타. CD가 아니라 스스로 편집하는 MP3 음반들. 이렇게 다양해지는 환경 속에서 점점 라디오 시대의 스타가 살아갈 공간은 좁아진다.

그런데 이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바로 스타다. 과거의 성공체험이 크면 클수록 그때 굳어진 행동 양식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야 이대로 하면 잘 되었어 하고 말만 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사는 방법은 깨달음을 통한 변화일 것이다.
노래부르던 높은 공간에서 갑자기 확 아래로 뛰어내리는 멋진 장면이 있다. 그런데 누가 그를 받아주나?
온 힘을 다 던져 우리의 우상의 털 하나 다칠까봐 몸으로 받치는 사람들. 바로 그들이 팬이다.
어제 얌전한 교실 속 소녀, 회사의 오피스 레이드로부터 그 열정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이 바로 스타의 위력이다.

이제 과거에는 무리로만 보던 그 사람들을 하나 하나 바닥에 서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명 한명을 볼 때 참 모습은 더 잘 보인다.

자신이 대접 받고 싶은 만큼 남을 대접하라. 오랫동안 내려오던 이 규칙이 여기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

영월은 좁은 공간이다. 다방의 커피 배달 아가씨, 짜장면집 주방 아저씨, 고스톱 치다 룰 가지고 싸우는 할머니 등 하나 하나의 사람은 모두들 소중한 인생을 살고 있다. 각자가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각자가 자신의 삶이 소중하다.
그들의 아픔과 고민을 하나로 품어가면서 어제의 라디오 스타는 이제 시련을 이겨낸 존재로 하나 이상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우리들 삶에서도 이런 존재를 자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어제는 대기업의 임원으로 사방을 호령하다가 오늘은 작은 곳에 몸담게 된다. 하지만 아직 가오가 남아 있어서 눈을 부라리며 주변을 대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전히 꽁한 마음이 남아 있다. 내가 왕년에는 혹은 내가 이런 곳에 머물 사람은 아닌데 등등.

하지만 이제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바뀌어야 한다. 정말 필요한 사람은 이제 내가 연락을 해야만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먼저 연락하는 것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만약 여전히 과거의 지위 격차를 생각해 이것들이 왜 나에게 숙이고 들지 않을까 하면서 배은망덕 한놈 외쳐보았자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 텅빈 접견실, 방문객 일지의 빈 공간일 뿐이다.

세상의 넓음을 아는 것은 물론 산의 정상과 같이 높은 곳에서 였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깊이를 아는 것은 아마 바닥과 같이 낮은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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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03-0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기 아래 아는 여자 리뷰를 읽고 궁금한 게 생겨서 글 남깁니다. 아는 여자 리뷰에 '회사일을 전쟁처럼 하는 동료 얘기를 딴 글에 쓴 적이 있다. 끝이 좋지 못했다'라고 적으셨거든요. 사마천님 서재 기웃거린 지 꽤 되지만 그 동료 얘기는 아직 못 읽었거든요. 어느 숨었는지 힌트를 좀 주시와요. 앞으로는 내성적 성격도 고칠 겸 흔적을 종종 남겨 보겠습니다. 실은 전에도 한 번 님 서재에 첫인사를 남긴 적 있는데 그것만 남기고 도로 잠수타고 있었다가 아는 여자 리뷰 보고 궁금함을 견딜 수 없어서.

사마천 2007-03-0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 있었던 일이라 그 분이 제 글을 읽으면 멱살잡고 덤빌까봐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참 좋은 재능 너무 아깝구나 하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666816

사마천 2007-03-0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제 마이페이퍼 구조를 보면 캐리어라고 되어 있는데 그 아래쪽 글들이 그런 유형의 캐리어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한번 참조해보세요 감사 ^^

심술 2007-03-05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