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80년대 말이었다. 당시 미국의 제조업은 일본에 의해 급속히 밀리고 있었고 레이건 말기의 과도한 국방비가재정적자를 유발하며 성장성에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이었다.당시 유려한 문장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적 안목을 전세계 독자에게 전해주는 이 책의위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망한 것은 소련이었고 동구권이 일제히 붕괴해버리면서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이라는지위의 혜택을 잔뜩 누린다. 반면 미국을 대체할 것으로 보였던 일본,중국,인도는 그렇게 빨리 떠오르지못한다. 결과적으로 저자가 역사학자의 과도한 추정의 오류라는 비판을 받게 되면서 책의 성가 또한 내려가게 되었다.하지만 그로부터 15년 이상 지난 오늘 다시 보면 이 책의 가치가 새삼 느껴진다.미국은 90년대 IT혁명으로 경제력을 더욱 키워나가고 소련이 모라토리움을 선포하는 등 제자리를잡지 못한 상태에서 과도한 세계지배의 욕망을 가지게 된다.그리고 추진한 아프간 및 이라크 전쟁과 악의 축 개발은 그들의 이념과 체제로 전세계를 통일하려는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스페인 제국이 중미에서 가져온 은으로 추진한 거대한 정복전쟁은 결국 실패하였고 결과는화려한 전쟁이력속에서의 쇠락이었다. 비슷한 오류가 세계제국들에서 꾸준히 반복적으로 나타난다.정치적 오만은 경제의 무리를 가져오고 이 불균형은 결국 제국을 가라앉게 만든다.미국은 아프간 전쟁 한번 만으로도 보유한 크루즈 미사일을 모두 소모했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에서 다시 한번 소모하다보니 보충을 하는 비용까지 엄청난 예산이 들 수 밖에 없다. 만약 미국이 북한과 이란을 대상으로 한번 더 전쟁을 벌였더라면 결과적인 소모는 더욱 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는 달러의 약세다. 전쟁비용은 지폐의 증발로 충당될 수 밖에 없고 늘어난 지폐는 결국 실물의 가격을 올리며 자국의 통화를 약세로 몰아간다.그 결과는 미국의 부자들의 달러 내던지기다.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저자인 짐 로저스는 거품이 되어버린 달러를 팔아라 자원을 사라라고강조한다. 평생 한번도 해외투자를 하지 않던 워렌 버핏까지 해외투자에 나서고 그의 친구 빌 게이츠까지동참한다. 조지 소로스는 말할 필요도 없고...그런데 죽어도 달러 사들이겠다는 안목없는 인간들도 있다.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노무현의 발언이 그 예다.조금 경제학적 상식을 동원해서 이 말을 해석해보라. 얼마나 어리석음 그 자체인지를.최근 한반도는 거대한 핵게임의 소용돌이로 몰아져가고 있었다.북-미 양쪽이 벌인 포커게임은 판 자체를 흔들며 주변의 관객인 우리들까지 같이 공포로 몰아갔다. 하지만 이제 94년 핵위기 당시 처럼 막바지로 몰고가는 것은 거꾸로 대타협의 전조를 예고한 것인지 모른다.상대의 카드가 뻥카인지 아닌지는 눈매를 보고 안다. 북한은 미국의 전쟁추진력의 한계를 내다보았기에 더욱 강하게 버텼고 미국은 자신들이 보여준 공포의 정치가 위력이 다 하기 전에 더 많은 성과를 끌어내려고 했다.그래도 양쪽이 타협에 이루게 된 근저에는 아마 케네디가 전개한 강대국 흥망의 이론이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아무리 강한 것처럼 보이는 강대국이라도 적절한 경제력이 뒷받힘 되지 못하는 전쟁은 현명하지 않다는 교훈이 바로 그 핵심이 아닐까?결국 이 책은 수십년 세월을 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역사학과 정치학의 고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왜 이런 책이 도저히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그리고 그 결과는 역사에 충분한 안목 없는 지도자들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