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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
유정식 지음 / 거름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주제는
한국 컨설팅 산업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 문제는 파는쪽 뿐만이 아니라 사는쪽에도 존재하는 것이라 양면을 잘 살피고
문제와 더불어 해결책도 어느 정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컨설팅사의 문제들을 살펴보자.
컨설팅사가 수익을 최우선시 하다 보니 정작 자신들의 인력에 대해 교육에 투자하지 않는다.
고객들에게는 거창한 real time 솔루션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하라고 강조하지만
자신들의 경비처리 및 회계 시스템은 지극히 단순하게 되어 있다.
영어로 화려하게 꾸며진 보고서를 잔뜩 날라다주고 돈을 받지만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객들에게 주는 키 메시지에는 알맹이가 없다.
저가로 수주하면 거기에 맞추어 인력을 싸게 집어넣는데 심지어 월 100만원 주는 인턴도 해당된다.
그럼 반대로 고객 쪽을 살펴보자.
컨설팅사의 이런식의 문제점의 이면에는 싸고 빨리를 원하는 고객의 심리가 있다.
특히 빨리라는 점은 한국인들 고유의 속성에 해당하다보니 같은 유형의 프로젝트도 점점
기간을 단축하여 수행하기를 바란다.
여기에 맞추어 컨설팅 수행사도 같은 양을 적은 시간에 수행하려고 머리를 쥐어짠다.
그 답은 기존 산출물의 적절한 짜집기(copy & paste)가 된다.
이를 보고 받는 경영자들은 두가지 타입이 있는데 열심히 했겠지 하고 덕담을 늘어 놓는 쪽이
있는가 하면 반대편에서는 이건 도대체 해당 분야에 대한 책 3-4권만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냐고 내다 버리라고 호통치는 경우도 있다.
다시 전체를 살펴보면 이 모든 현상의 근저에는 지식노동에 대한 가볍게 여김이 놓여 있다.
그리고 그 근본이 되는 원인은 "왜 한국만화가 일본만화를 못 따라잡는가"라는 의문과 함께 한다.
일본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값을 지불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여긴다. 그래서 만화도
값을 주고 산다. 반면 한국에서는 절대적으로 고객사가 옳은데 가격과 범위에 대해 무한한
권한을 행사하려고 한다.
존중하지 않는 풍토에서 명작이 나올수는 없다.
덕분에 한국 소프트웨어 회사가 해외 수출할 수 있게 성장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컨설팅 분야에 대해서도 그 결과는 한국에서는 오마에 겐이치와 같이 일본을 대표하여 세계에 대놓고 떵떵거리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대 컨설턴트는 절대 나오기 어렵게 되어버리고 있다.
이 문제는 비단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식산업 자체가 업그레이드 되어 밖으로 내놓을 만하지 못하게 되는 뼈아픈 상황으로 우리를 몰아가고 있다.
참고로 주식 분야에서 내가 특별히 높이 평가하는 책들이 있다.
김동조씨가 저술한 <주식 작전의 해부>
고승덕 변호사가 번역한 <애널리스트 절대로 믿지 마라>
<하락장에서 큰돈을 벌어라> 등이 그런 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독자에게 자기 분야의 치부를 드러내어 보여주는 솔직함이다.
저자는 자신이 수행한 컨설팅에 대한 고백을 덧붙여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업계에 다시 발붙이지 않을 각오를 하면서 퇴로를 끊는 배수진의 심정이 곳곳에 잘 담겨 있다.
그 결과는 컨설팅을 처음 시도하는 회사라면 무조건 읽어야 하고 컨설턴트가 되고자 하는
사람 또한 적극 보아야 할 이 책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