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그 열정과 도전
아메이 스톤 외 지음, 이종천 옮김 / 황금부엉이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금융계의 거대한 공룡인 씨티그룹을 이해하는데 꽤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은행,카드,보험 등 다양한 금융영역을 모두 포괄하는 거대한 존재로서 이 기업은 자리매김한다.
그 사업은 미국에만 머물지 않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데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 기업의 중심에는 누가 있을까? 샌디 웨일이라는 거물이 하나 존재하고 다른 한편에는 존 리드라는
신화적 존재가 있다. 리드는 정보처리 전문 임원인 CIO로서 CEO가 된 인물로 한때 이를 따라
향후에는 정보담당임원이 득세할 것이라는 분위기도 만들었었다. ATM 등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해
효율을 높이고 금융의 정보화를 만들어낸 존재다.
반면 웨일은 내게 꽤 낯선 존재였는데 이 책의 중심인물은 웨일쪽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욕심에 가득찬 일벌레로 아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온 수준의 악마의
이미지에 부합되는 존재였을 것이다. 무조건 요구하고 빠른 실행을 명령하며 답을 듣기도 전에
자기 주장을 펼치는 그런 까다로운 인물이었다.
경영 또한 야멸차서 M&A하면 즉시 인원감축에 나서고 각종 복지혜택은 최소화하면서도
자신에게 돌아가는 보상프로그램은 꽤 높여서 빈축을 사곤 했다.

그런 부정적인 측면을 잠시 접고 인물 하나 하나의 개성을 보려고 시도해보았다.
동구권 유태계 출신이라 월가가 인맥에 기반한 보수적인 가족기업들이 주축을 이룰 때 직장 하나
얻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얻어낸 자리는 주문 들고 사무실을 뛰어다니는 수준이었는데
이 일을 통해 회사의 업무처리 배후과정(back office)의 실상을 속속들이 알게되었다고 한다.
이는 취업 후 수년이 지난뒤 파트너들과 독립적인 자기 사업을 시작할 때 큰 힘이 된다.
당시 미국 기업들은 컴퓨터에 의한 정보화 물결의 초창기였는데 웨일은 훌륭히 back office를
갖추고 냉정하게 원칙을 세워 운영해서 성과를 내었다고 한다. 은투기로 유명한 헌트형제의 몰락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나 후일 씨티은행의 PB 대상자인 중남미 독재자들의 이름을 고객명단에서
제거하는 것은 꽤 강력한 사업상 투명하자는 원칙이었다고 보여진다.

지속적인 M&A를 통한 급성장과 바닥의 실무자들에게 공감을 얻는 현실감 가진 경영자라는 특징들을
보면서 징기스칸이 떠올랐다. 바닥에서 출발해 초원의 여러 부족들을 차례차례 통합해나간 그는
특히 하층민들을 전사로 탈바꿈하면서 부족장들의 권위를 뭉개버리고 강력한 힘을 만들어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속속들이 조직을 알아야하는데 처음 출발이 바닥이었다는 점이 오히려 그에게
큰 자신이 되는 경험을 주게 된다. 웨일 또한 애초 자신을 접근조차 시키지 않던 월가의 성들을
하나하나씩 점거해나갔다. 강력한 역동성을 가지고 말이다.

그에게 무기로 쥐어진 것은 IT분야를 조기에 안정적으로 금융에 접목시킨 것이고 다른 측면에서
넓은 시야를 준 것은 은행,보험,증권으로 나뉘어진 금융서비스가 결국 하나로 통합될 것이라는
거대한 비전이었다. 애초에 하나의 조사보고서로 출발한 이 개념은 지속적인 M&A의 논리적 근거로
활용되었고 나중에 결국 의회가 금융간 벽을 없애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은행은 대중적이기에 규제가 많은데 반해서 주변의 타 금융기관들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상품들은 내어
놓는다. 최근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CMA가 그렇고 <은행을 떠나라>라는 책 또한 그렇다.

원대한 비전,업무의 이해에 기반한 실행력,자신에 대한 굳은 믿음은 웨일에게 지속적인 성장을 가져왔다.
그 보상은 경제적인 것 뿐이 아니라 주주들의 폭넓은 지지였다고 한다. 금융분야에서는 잭 웰치 만큼이나
높은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성장은 이제 거대해진 금융 공룡 씨티그룹을 만들어 전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아마 한국에서도 금융간 장벽을 없애고 씨티나 골드만 같은 거대 기업을 만들자는 논의가 한창인데
이 책이 보여주는 시사점이 꽤 많을 것 같다.

읽다보면 다양한 에피소드가 잔잔히 나타난다. 카드사가 고객정보 가지고 전화로 온갖 장사하면서
고객 귀찮게 하는 것도 있다. 최근에 내가 느낀 불만인데 이를 놓고 다투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파티장에서 경쟁하는 두 부서의 책임자가 다투다가 다음날 견책을 받는 모습.
합병 후 하나밖에 남지 않는 CEO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갈등과 투쟁.
그리고 일이 주는 압박을 느끼면서 이를 좋은 음식과 와인 그리고 적절한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솜씨.
역시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야 일도 잘하게 된다.

비행기가 공항에서 고장 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투덜대고 있는데 웨일은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역시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해결 못할 문제는
없고 단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참고로 웨일에 대해서 다른 시각도 있다. 하나는 루빈의 회고록에 나타난 모습인데
씨티 그룹 회장으로 취임해서 같이 일해보니 웨일은 너무나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한분기 한분기 성과를 꼬박꼬박 채우라고 모두를 압박했는데 이러다보니
무리수가 나오게 된다. 기업 공개 수수료를 벌기 위해 리포트를 과대포장 시키다가 결국 검찰의
수사망에 걸리고 만다. 당시 청탁 내용은 애널리스트에 대한 금전적 보상과 더해서 유태인 중심의
유치원 입학 지원이었다고 한다.
교육에 끝없이 집착하는 유태인들 역시 보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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