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란 효율적인 시간 운용이라는 사회적 차원과는 거리가 멀다. 독서도 사랑이 그렇듯 그저 존재하는 방식인 것이다.
문제는 내가 책읽을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그렇다고 아무도 시간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진대), 독서의 즐거움을 누리려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결국 시간에 대한 장황한 논의는 올백머리 가죽부츠의 황당한 몇 마디로 일축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읽을 시간요? 난 아예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요!"
그가 주머니에서 짐 해리슨의 [가을의 전설] 포켓판을 꺼내 보이자, 벌링턴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아하..... 그래서 재킷을 살 때는 먼저 주머니의 크기가 포켓판인지 제대로 된 규격판인지를 확인해야 하는 거로군!" -1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