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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세잔·고흐…인상파 화가의 흔적

 
고흐와 세잔을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의 흔적을 좇아 떠나는 여행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코트다쥐르(Cote d' Azur) 지역과 함께 가장 로맨틱한 여행지로 손꼽히는 프로방스, 그곳을 찾아간다.

프로방스 지역은 스위스와 알프스에서 흘러오는 론강을 중심으로 두 갈래로 나뉘는데, 지중해로 흘러 들어가는 이 강을 통해 지역 간 교류가 이루어지곤 했다. 로마 시대의 식민지였던 이곳의 역사는 약 2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방스’ 라는 이름도 고대 로마의 종속주였던 ‘프로방키아’에서 유래된 것으로, 로마 시대에 이 일대는 로마 문화가 번성해 지금도 아를르나 님을 비롯한 여러 곳에 당시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어서 여행자들에겐 항상 훌륭한 여행지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지중해성 기후와 맑은 하늘, 풍부한 햇빛, 붉은 빛의 황토 그리고 올리브 나무들같이 프로방스를 떠올리는 이런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제쳐두고 세계 각국에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관심사는 대부분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들, 특히 세잔과 고흐에 집중되곤 한다.

- 태양과 빛의 화가, 고흐가 남긴 흔적들 -

프로방스에선 어느 지역을 방문해도 폴 세잔(Paul Cezanne)과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호)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살던 당시의 모습은 변했지만, 그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빛과 색깔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중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아비뇽에서 아비뇽 다리와 프로방스의 젖줄인 론 강을 보고 ‘반 고흐 코스’ 의 첫 방문지인 아를르의 반 고흐 박물관과 그가 입원했던 병원, 그리고 세잔의 아틀리에가 있는 액산 프로방스 지역을 돌아보는 코스다. 이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옛 거장들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그 흔적들을 보존하려 노력하는 프로방스 사람들의 ‘정성과 열정’ 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반 고흐에 대한 그들의 애정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네덜란드 출신의 이 화가가 “예술의 미래는 남프랑스에서 발견된다(The whole future of art is to be found in the South of France)” 라고 표현했듯 프로방스는 그런 느낌과 이미지를 잉태할 만한 곳이었다. 어빙 스톤이 쓴 고흐의 전기에서 프로방스와 고흐의 깊은 연관성을 잘 살펴볼 수 있다. 고흐가 인상파를 접했던 곳은 파리였지만 ‘황색의 집’ ‘해바라기’ 같은 작품을 그린 곳은 아를르였다. 예술가의 공동생활에 기초한 유토피아 건설을 꿈꾸었던 고흐는 당시 브르타뉴에 있던 고갱과 다른 예술가들을 아를르에 초대했다. 하지만 찾아온 사람은 고갱뿐이었고 정신 상태가 급격히 불안정해졌다. 마침내 자신의 귀를 자르는 등 자해행위를 하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 지금의 반 고흐 정신병원에서 그 다음해 옮긴 생 레미의 정신병원까지 오랫동안 병원생활을 했다.



아를르에 도착했을 때 끄는 35세였고 이듬해 3월 3일까지 체류했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그린 그림은 무려 2백점이나 된다. 그중 남아 있는 것은 얼마 안 되지만 그가 병상에서 창 밖을 보며 그렸던 풍경과 끊임없이 화폭에 옮겼던 올리브나무, 해바라기,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 그의 그림을 패널로 만들어서 옆에 세워놓았는데, 당시를 그대로 재현한듯해 인상적이다.



고흐가 아를르를 떠나 생 폴 병원에 있는 생 레미에 도착한 것은 1859년 5월 8일, 이곳에서 그는 1년동안 약 1백50여 점의 그림과 1백여 점의 스케치를 완성했다. 광기에 휩싸였던 만큼 그림도 열정적으로 그렸는데, 아쉽게도 이곳에 남은 그림은 단 한점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자국민도 아니었던 고흐를 위해 재단을 만들고 그를 위한 기념관은 물론 그가 잠시 머물렀던 장소 하나하나를 모두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동시에 그를 통해 막대한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다.

고흐 재단(The van Gogh Foundation)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까지 연다. 입장료는 30프랑이다.

- 프로방스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해준 세잔 -

프로방스를 사람들 뇌리에 살아 있게 한 또 다른 화가는 세잔이다. 불행했던 고흐와는 달리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나 비교적 여유 있게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는 1839년 1월 19일, 액상 프로방스(Aix-en-Provence)의 오페라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서 태어났다. 라틴어로 ‘물의 도시’ 라는 의미의 이 액상 프로방스는 과거 프로방스 백작이 다스리던 영지의 수도였다. 로마 시대의 장군 세쿠스티우스가 샘물이 많은 이 지역을 통치한 데서 도시명이 유래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도시 한가운데 김이 뿜어져 나오는 온천수가 흐르고 있을 만큼 물이 많은 곳이다.



오랜 역사를 되짚어 올라가보자. 액상 프로방스는 15세기 초에 대학과 고등법원이 차례로 생기면서 프로방스 지방의 법과 정치와 학문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던 곳으로, 아름다운 17세기의 건축물도 많고 여름에는 국제적인 음악제가 열려 작고 아담한 마음임에도 1년 내내 학생들과 방문객들로 붐빈다. 세잔은 이곳에서 일생을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엔 그의 그림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교외로 조금 나가보면 그가 사랑했던 프로방스의 풍경이 시간을 거슬러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이곳에서 해발 1,011m의 생 빅토르 산이 있는데 종종 세잔의 그림 속에 등장한다. 지금도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음은 물론 세잔이 그렸던 그림을 그린 위치까지 표시해놓아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어려서부터 목탄을 가지고 낙서하기를 좋아했던 세잔은 이곳 출신의 에밀 졸라와 함께 근교에 있는 아르크 강가나 비베뮤의 채석장으로 매일 놀러 다녔는데, 이 근방의 풍경은 후에 그의 작품 속에 여러 번 등장한다. 22세 때 액상 프로방스의 법과대학을 그만두고 화가가 되기 위해 파리로 갔지만 적응하지 못한 채 다시 돌아와 그림을 계속 그렸다. 당시의 아틀리에 역시 그대로 보존되어 관광지로 유명하다. 마르세유와 연결되는 기찻길 옆에 있는 마을 가르단과 마르세유 항이 바라보이는 언덕이 있는 레스타크 등은 모두 세잔 그림의 모델이 되었던 곳들이다.



1906년 67세의 나이로 인생을 마감한 그가 묻힌 곳도 역시 부르공가 23번지, 액상 프로방스였다. ‘폴 세잔의 거리’ 라고 명명된 길, 그가 마지막까지 작업을 했던 아틀리에, 세잔의 풍경화라면 언제나 찾아볼 수 있던 생 빅토르 산, 종종 스케치의 배경이 되었던 아버지 소유의 양 목장 등 액상 프로방스에선 언제, 어디에서도 세잔을 만날 수 있다.

프로방스는 아름다운 전원과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고성, 마을 풍경들로 이방인들에겐 특별한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그 때문인지 화가들의 흔적도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마르세이유, 님, 생 트로페, 툴롱 등이 그곳으로 인상파 화가들을 기념하는 크고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다. 단순히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떠나 이곳을 사랑하고 아꼈던 예술가들의 영혼과 조우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온전히 그리고 알뜰히 과거를 보존하려는 현재의 프로방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멋진 여행이 되는 프로방스의 휴가. 특별한 테마를 원하는 여행 마니아들에겐 최적의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글 이정현(World Com)>

◇ 프로방스 찾아가는 길

서울-파리 구간을 이용하는 항공편으로 프랑스에 도착한 후 다시 국내선을 이용해야 한다. 물론 기차나 버스, 배, 자동차로도 갈 수 있다. 항공의 경우, 프로방스에 있는 마르세유-프로방스 공항을 이용한다. 파리에서 마르세유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파리의 리용 역, 샤를르 드골 공항에서 TGV로 갈 수 있고, 그 외 유럽의 다른 도시들 - 브뤼셀, 제네바, 바르셀로나 - 에서도 갈 수 있다.

작성 날짜 : 200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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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12-28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는 위험한거 아시죠?

가고 싶어서 가슴이 울렁거려요...ㅠ.ㅠ

저, 중간에 끊어진 아비뇽 다리는 가봤네요...^^

panda78 2004-12-2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_ㅠ 전 아---무데도 못가봤어요. 유럽 가보고 싶어요.

아까 [지중해 문명기행] 중 엑상 프로방스와 아비뇽 이야기를 읽었는데, 서재에 들어오니 이 페이퍼가 있어서 신기하다 신기해 저기 가라는 얘긴가? ^m^ 하며 퍼 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