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피츠제랄드 '위대한 개츠비'

[번역, 이것이 문제다] <8·끝>

금주법 시대배경 이해부족 탓
24개 판본 대부분서 오역 실수


1920년대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쟁 특수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던 시대이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재즈시대’라고 불린 20년대 미국사회의 풍속을 그린 소설로 널리 알려져 있고,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아 패로가 출연해 74년 개봉된 영화 덕분에 더욱 유명해졌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국내 대학 영문학과의 소설 강의 텍스트로 애용되어왔고, 국내 독서계에서 번역문학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현재까지 확인된 ‘위대한 개츠비’의 번역본은 역자 24명에 52개 판본이다. 이 중 23인의 37개 판본을 입수해 동일본을 제외한 총 24개 판본을 검토한 결과, 윤문을 포함한 표절이 8본이었다. 추천할 만한 것은 김욱동 번역본 하나밖에 없었다.

‘위대한 개츠비’의 오역들 중에는 시대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비롯된 것들이 많다. 대부분의 번역자들은 ‘캐나다로 연결되어 있는 (술을 들여오는) 지하 파이프라인’을 ‘캐나다로 통하는 지하정보망’이라고 잘못 번역했다.

또 ‘코디얼주는 워낙 오랫동안 잊혀졌던 술이라 어린 여자 손님들은 잘 구별할 수가 없었다’로 해야 할 것을 ‘감로주는 오랫동안 그대로 둔 채 있었기 때문에 손님으로 온 여자들은 감로주 종류를 구별하자면 아직도 나이를 더 먹어야 할 판국이었다’라고 번역한 경우가 많았다. 금주법이 시행된 1920년대 미국의 시대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다.

단순하지만 문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서 생긴 오역도 많다. 예컨대 ‘yellow cocktail music’(선정적인 칵테일 음악)을 ‘노란 칵테일 음악’ ‘취한 듯한 음악’ 등으로, ‘the world and its mistress’(사교계 인사들과 그 연인들)를 ‘사람들은 부부 동반하여’로 옮긴 경우가 그렇다.

‘the ‘nice’ girl’(양가집 규수)을 ‘멋진 여자’ ‘괜찮은 여자’ 등으로 번역하는 경우는 많은 번역자들이 공통으로 범하는 대표적인 오역 사례에 해당한다.

단순히 숫자 표기에서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많다. ‘페릿’을 ‘페데트’라고 하거나 ‘8명의 하인들’을 ‘12명의 하인들’이라고 잘못 옮긴 경우, 그리고 ‘7월 5일’을 ‘6월 5일’로 표기한 경우도 있다. 이런 오류가 출판사의 오식 탓이 아니라면, 번역자들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위대한 개츠비’는 59년 권응호와 양병탁이 각각 초역한 이후 정현종 이가형 송관식 김연희 등의 번역을 통해 오역이 상당 부분 수정되었다. 이들의 노력 위에 김욱동의 새 번역이 가세함으로써 번역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김욱동은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았던 오역 중 많은 부분을 바로잡았고, 유려하면서도 원문의 향취를 잘 살려낸 문장으로 ‘위대한 개츠비’ 번역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2000년 이후만 하더라도 9종의 번역본이 출간될 정도로 국내에서 인기 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김욱동 번역을 제외하면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근간 중 신뢰할 만한 번역본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김욱동 번역본 / 민음사

 

/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

출처: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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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9-0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그냥 데이지꽃만 생각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