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uperfrog > 벌서는 모모..

글쎄요, 이모들..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엄마 아빠가요,여름내내 선풍기 틀고 방문 열고 자길래
제가 슬쩍 침대방에 코를 들이밀었지요. 엄마아빠가 키득키득 좋아해서
그 담에는 앞발을 들이밀고, 허리까지 들여놓고.. 슬금슬금 작전으로 결국
침대 옆에 제 자리를 만들었다죠. 왜 그렇게 침대방에 들어가고 싶냐구요?
생각해보세요! 집은 고사하고 변변한 요 하나, 이불 하나 안 만들어줘서
현관 문턱, 소파 위, 화장실 앞 깔개를 전전하며 잠을 잤는데
제가 침대방이 궁금해지지 않겠냐구요..
... 해서 여름내내 엄마아빠 옆에서 쿨쿨 단잠을 잤죠. 헌데..

날이 선선해지자 갑자기 아빠가 제 목줄을 붙잡고 방에서 내쫓는 거에요.
엄마가 말렸지만 자꾸 버릇되면 안된다고, 털 빠진다고 단호하게 저를 몰아냈죠.
털이 빠지는 게 뭐 제 탓인가요?ㅠ.ㅜ
그래서 결국 그저께 밤에 저는 차디찬 거실에서 잠을 잤어요.
물론 침대방 문앞에서 가장 측은한 포즈를 취하고 말이죠.
새벽에 아빠가 알람에 깨서 좀비처럼 스윽, 일어나 밥을 주더니
제가 응가하면 냄새난다고 방문을 탁, 닫아버렸네요. 화가 나겠죠?
흠, 좋아.. 순딩이 모모지만 저도 성질이 있다구요.
어디 무슨 말썽을 부릴까 두리번거리다 보니 오호! 부엌 베란다 문이 열려있네요?
냉큼 들어가 쓰레기봉투 속에 무엇이 들었나 연구하기 시작했죠.
정신없이 연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서슬퍼런 엄마가 턱 나타났어요!!
toofool 이모와 앤티크 이모와 함께 왕손 클럽 주멤버인
엄마의 19센티 왕손 주먹이 제 가슴팍을 퍽퍽퍽!! 가격한 건 시간 문제였죠.
그러고는 개처럼 질질끌려 베란다로 쫓겨난 거에요..

그렇게 제가 제일 싫어하는 베란다 가두기 벌을 세우고는
엄마는 책방에서 디카를 꺼내와서 헤헤거리며
삐져 있는 저를 이렇게 찍어놨답니다.
울 엄마가 저를 사랑하긴 하는 건지 좀 의심이 가네요.
저라고 뭐 쓰레기를 연구하고 싶겠어요? 궁금한 걸 어떻게 참아요.
게다가 자꾸 살찐다고 밥도 조금 주니 혹시라도 뭐 먹을 게 없나 해서
나름대로 허기를 메우려는 노력이었죠.. 암튼 어제 전 혼쭐이 났답니다.
아직도 왕손이 엄마한테 맞은 가슴팍 통증이 남아 있어요.
가슴팍 통증이야 좀 지나면 사라지겠지만 제 맘의 멍울은 영원할 거에요.
엥, 제 슬픈 얘기는 안 듣고 왜 얼룩얼룩 지저분한 베란다 유리만 보는 거에요!!
어쩔 수 없다구요, 코가 새카맣고 촉촉한 게 제 탓인가요? 코가 마르면 아픈 거라구요..!
엄마도 유리를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이제는 저를 위해서 그냥 포기하고 산답니다.
이럴 때는 좀 괜찮은 엄마죠? 한 반나절만 더 심통부리다 기분 풀어야 겠어요.. ㅎㅎ
참, toofool 이모! 이모가 준 깃털왕관은 딱 제 스탈이에요!
흠.. 갑자기 래브라도 궁이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