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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집착하는 데상의 명수(名手)
드가 Edgar Degas(1834~1917)

 


분장실의 무희

  누구의 도움조차도 없이 스스로 분장을 마친 무희가 두 팔을 올려 머리의 맵시를 가다듬는 순간을 드가는 그리고 있다. 거울 앞에 놓인 가스등의 불빛이 아리따운 무희의 얼굴과 화려한 차림새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보이는 점은 율동과는 무관한 분장하는 모습에서마저도 무희의 율동적인 발의 움직임, 즉 두 다리를 서로 엇갈리게 놓는다는 점이다. 이는 무희의 연작에서 익숙해진 율동 표현의 습성이 은연 중 그렇게 표현케 되지 않았나 짐작되기도 한다.

분장실 내부의 바닥 면에 널리어진 무질서한 것들이 무희의 아리따운 자태와는 상반되어 이질감(異質感)을 준다. 이는 실제의 분장실이 그러하기도 하겠지만 상호 대비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진 드가의 의도적인 구성이라고 보여진다.

 


무용 시험

  파스텔의 유연한 질감과 화려한 색채를 알맞게 표현한 이 작품은 인물의 특징, 파악의 방법이 자못 날카로움을 보인다.

  예의 작품들과는 달리 화면을 가득 메운 무희들이 자신의 발 동작을 살펴보는 모습이거나, 긴 양말을 고쳐 신은 모습이며, 보호자인 듯한 여인이 이를 지켜보고 있는 장면이다.

  드가는 이 작품에서 인체의 동세,그리고 신체의 각 부분의 특징을 강조하여 날카로운 선묘를 구사하고 있다. 사각(斜角)을 이루는 지면의 불안정한 느낌을 보완키 위해 수직으로 곧 추선 인물을 두어 대각(對角)을 이루게 하며, 그 결과 V자 모양의 구도를 이룬다. 시험의 차례를 기다리며 준비 중인 무희들의 새하얀 의상은 유연한 여체의 탄력을 뒷바침이나 하듯 유난히도 밝게 빛나 보인다.

 


휴식을 취하는 무희들

  드가는 지금까지 젊은 무희들의 생기 넘치는 발랄한 동세만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고된 일과를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지친 모습의 무희도 그리고 있다.

  화면의 상단 중간에는 신발을 고쳐 신는 무희를, 그리고 왼편에는 지친 모습으로 웅크리고 앉아 턱을 괴고 있는 무희를 각기 그리고 있다. 마치 초벌 그림을 그리 듯한 거침없는 파스텔의 흔적이 완연히 드러나 보이며, 인체의 윤곽선들을 유연한 선들로써 간략하게 묘사되어 있다.

  붉은 색의 긴의자는 화면의 긴장감을 이끌기 위해 사선으로 가로 놓여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상단의 무희가 입은 상의 역시 붉은 색의 복장으로 채색되어 있다. 아마도 드가 만큼 파스텔화에 열중하고 그 재질의 특성을 적절히 구사한 화가는 없으리라 짐작되어지는 것이다.

 


가로 막대를 잡고 연습하는 무희

  드가는 바닥에 중요성을 두는 드문 화가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멋진 마루를 자신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때로는 아주 높은 데서 무희를 포착하며 온갖 형태가 마루 면에 투영된다. 마치 해변가에서 게를 내려다보듯 그것은 그에게 새로운 관점과 참신한 구도를 안겨준다.

  1876년에 이은 같은 주제의 이 작품은 예의 작품에 비해 무희의 자세, 벽, 의상, 마룻바닥 등 구도보다는 색채 쪽에 치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각기의 작품마다에서 보이는 색다른 구도의 효과라든가 섬세한 필체가 보이지 않고, 작은 필세로 전체적인 색조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색채 또한 사실적인 느낌보다는 단순히 화면 조화에 치우치고, 마룻바닥의 질감 표현도 전과 같은 사실성을 잃고 있음이 보여지는 작품이다.

 


입욕

  인상주의의 마지막 전람회인 제 8회 전에 출품된 이 작품은 당시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만년의 드가는 무희들의 연작에서처럼 목욕하는 여인들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데, 그는 이를 여러 각도에서 포착하고 있다.

  이 작품은 탁자 옆의 둥근 욕조 속에 여인이 구부린 상태로 들어 앉아 몸을 씻고 있는 모습이며, 대리석의 탁자 위엔 화장과 관련된 소도구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에서 포착된 이 작품은 여체의 유연한 곡선과 욕조의 둥근 형태와는 상호 조화를 이룬다. 그렇지만 예리한 단면을 보이는 탁자 가장자리의 선과는 극심한 대조를 보인다. 평면으로 전개된 탁자 위에 몇 개의 기물들이 없다면 마치 분리된 별개의 평면처럼 보일 것이다.

 


무대 뒤의 무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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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4-06-13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년에 왜 목욕하는 여인들에게 관심을 보였을까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