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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집착하는 데상의 명수(名手)
드가 Edgar Degas(1834~1917)



화실에서의 자메 티소

  1860년대의 드가는 '일본의 우끼요에(浮世畵; 풍속화 판화)'의 영향으로 그의 회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지금까지 고전적인 좌우 균형을 이룬 안정감 있는 구도법에 익숙해 있던 드가는, 의도적으로 균형을 깨뜨린 것과 같은 불안정한 느낌의 '우끼요에'의 구도에서 새로운 회화 표현의 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전통적인 화법에서의 시각위치는 주로 관점자의 눈 높이인데 반해, 드가가 이 작품에서 시도한 구도는 위에서 아래를 향해 내려다보는 구도이다.

  이로 인해 원근감과 공간감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작품의 윗부분 벽면에 가로로 걸린 것은 일본의 풍속화이며, 이러한 풍속화는 유럽의 많은 화가들이 이국 정서에 이끌려 자신들의 작품 속에 화제로서 끌어올리곤 하였던 것이다. 드가도 예외 없이 그것을 이 작품 속에 그리고 있는 것이다.

 


무용 연습장

  대개의 인상주의 화가들이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색채에 관한 연구를 거듭함에 비해, 드가는 현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간 활동에 관심을 두었다.

  이 작품에서도 드가는 특정한 부분에 관심을 두고 그를 강조함보다는 무희들이 무용 연습에 열중하는 장면과 신발을 신거나 무용복을 입고 있는,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등 극히 일상적인 한 단면을 취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드가는 그것을 화면 속에 작위적인 짜임새로 집약함보다는 그 일부분만을 표현함으로써 실제감을 더욱 돋우는 효과를 거둔다.

  역광이 투사된 실내 연습장에 발과 다리를 일직선이 되도록 곧추세워 준비 자세를 취한 무희를 필두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무희, 계단을 내려오는 무희 등과 다른 동세의 무희들이 그려져 있어 넓은 공간, 그리고 분주한 연습장의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꽃다발을 든 무희

 


가로 막대를 잡고 연습하는 무희

    '우끼요 에'가 드가에게 미친 영향은, 단순하고 정확한 선묘에 의한 날카로운 형태의 파악과 자유 분방한 구도 등이다. 그것은 통념의 범주에서 벗어난 의도적인 설정의 불안정한 구도를 말한다.

  그 불안정한 느낌은 오히려 현실의 생생한 느낌을 강조하는데 주효하며, 그로 인해 드가는 그러한 방법을 자주 활용하는 것이다. 연습장의 벽면에 붙은 횡으로 된 막대를 붙잡고 다리가 90도를 이루도록 앞뒤로 들어올리는 연습을 하는 무희들이 그려져 있다.

  이 작품도 예의 <압상트>에서 처럼 바닥면과 벽면의 면적 비의 차가 두드러짐과 사선(斜線)으로 기운 동감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중감(重感)때문에 전혀 불안정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더구나 마루 면의 얼룩이나 물뿜이까지도 넓은 공간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 요소가 되고 있다.

 


무대에서의 발레 연습

  드가의 발레에 대한 중요한 관심은 넓은 공간에서 약동하는 무희들의 군상(群像)에 있었다. 즉 드가는 발레의 세계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훗일 차츰 무희들의 개별적인 모습 쪽에 관심을 돌리게 된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연습실에서만 이루어지던 것에서 벗어나 실제의 무대에서 총연습에 임하는 광경을 그린 것이다. 드가는 이처럼 난무하는 무희들의 모습을 스냅사진처럼 생생하게 포착한 다음 그의 기억에 남은 인상을 아틀리에에서 제작하곤 했다.

  드가의 그 박진함은 그야말로 기억의 세계를 통해 어느 정도 초현실적인 세계로 치닫고 있음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중심의 무희는 발끝을 모아 제자리에 잘게 움직이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이 작품은 처음 펜으로 그렸던 것 위에 유화구로써 채색한 것이어서 펜의 흔적이 뚜렷이 드러나 보인다.

 


압상트

  드가는 현실에서 보여지는 것을 조금도 그자신의 미관 (美觀)에 따라 임의로 변형치 않고 실제의 그대로를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현실을 파악하는 그의 관조력이 냉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리의 평범한 카페, 그 내부에 대리석 탁자가 놓이고 무표정하고 초라해 보이는 여자와 다른 곳에 시선을 보내는 남자가 나란히 앉은 모습이다.

   '우끼요 에'의 영향이 짙은 이 작품은 제작된지 17년이나 지난 1893년에야 발표되었다. 인물의 뒤쪽에 보이는 거울과 탁자의 가장자리 선 등이 사선으로 기움에도 불구하고 인물이 차지하는 중감(重感)으로 알맞은 균형세를 이루고 있다. 압상트 술 잔을 앞에 놓고 앉은 여인은 창녀이고, 이 두 인물의 모델은 드가의 친구 데브탱과 당시 미모의 여배우인 엘렌 앙드레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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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4-06-13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압상트가 무슨 뜻입니까? 술이름인가요?

panda78 2004-06-13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쑥·살구씨·회향·아니스 등을 주된 향료로 써서 만든 리큐어.

향쑥의 라틴명 압신티움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원래는 알코올분이 강하고(약 70%) 당분을 포함하지 않은 암록담황색 술로서 아니스의 방향과 약간 쓴맛이 나서 아페리티프(apritife:식전주)로 쓰였다. 그런데 향쑥의 정주(精酒) 주성분은 신경조직에 유해하여 과하게 사용하면 중독증세를 나타내기 때문에 원산지인 스위스나 프랑스에서도 1915년을 전후하여 향쑥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근래의 압생트는 향쑥을 포함하지 않으며, 알코올분도 40% 정도의 것이 많다.

압생트를 많이 마시면 사물이 노랗게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고흐가 해바라기를 그릴 때 이 압생트 중독 상태였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