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庶民)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表出)고야 Francisco Goya(1746~1828)
마뉘엘 오소리오 데 츠니가
이 가련한 소년은 한 때 고야의 후원자이었던 아루다미라 백작의 둘째 아들. 고야는 인간의 추악상에도 극히 민감했지만, 순수하며 깨끗한 존재에 대해서도 무조건 반응을 보였던 인정 많은 화가였다.어린이 본래의 청순함과 가련함을 존중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이 가련한 소년을 하나의 실재자로서 표현했다는 점에서도 그의 높은 심성을 엿볼 수 있다.이 작품은 고야의 초기 초상화의 특징적인 좋은 예이기도 하다. 밝은 빨간색의 대담한 색조와 명쾌한 윤곽은 당시 신고전주의의 표현 양식의 영향이 나타난 작품이다.
호세 피오 데 모리나
고야는 보르도에 옮긴 다음에도 죽음 직전까지 초상화를 계속 그렸다. 이 작품도 그 중의 하나이며, 고야 최후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고야의 연구가 호세 구데 올은 이미 완성의 작품에서 고야의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즉 처음 단계에 있어서는 객관적. 자연주의적 태도로 모델에 최대한 담았다. 다음 단계에서 형태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촉각적 가치와 모델의 전반적인 표정과 내면의 성격이나 심리 상태까지 꿰뚫는 깊은 관찰로서 표현하고 있다. 이 초상화는 미완성 이기는 하나 82년간의 고야의 생애를 통하여 가장 인간 본연의 자태를 추구한 고야다운 작품이라 하겠다.
발코니의 마하들
난간 안쪽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강하게 의식하며 앉아 있는 마하들, 배후에서 지켜보는 그늘 속의 사나이들, 등장 인물들은 밝은 가르든 시대와 동일하나, 이 그림에서는 온화하며 밝은 자연스러움은 보이지 않는다. 어둠침침한 벽과 난간의 제한되어 있는 공간 속에 4인의 남녀가 크게 클로즈업되어 있다.청각을 상실한 후의 고야가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것, 즉 인간의 드라마의 추구자로 변해진 것을 나타낸 작품이다. 중기 이후의 일대 특징이 되는 갈색과 흑색의 주조색이 화면의 심도(深度)를 나타내고 있다. 인상파 시대의 대가 마네의 작품 <발코니>의 발상원(發想源)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죽음이 올 때까지
죽음에 직면한 피골이 상접한 노파가 화려한 신부 옷차림을 하고 온통 다이아몬드를 몸에 걸친 추괴(醜怪)한 모습으로 해골같이 생긴 시녀가 내민 거울을 보고 있다. 그 거울 뒷면에는 '어떻습니까?'라고 씌어져 있다. 두 사람의 뒤에서는 빗자루를 치켜들고 금방 내려칠 듯한 모습으로 서 있는 날개 돋친 염라대왕의 사자가 습격하려는 절박한 순간을 볼 수 있다. 노파가 머리에 얹은 화살표의 다이아몬드는 <카를로스 4세 가족>이란 작품의 왕비의 머리에 꽂은 물건과 같다. 그 물건은 재상인 애인 고도이에게 증정한 것이라 한다. 노파의 빨갛게 그려진 눈을 음란한 욕망을 상징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그 시대상을 풍자한 고야의 비유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작품의 회화성에 있어서도 우수한 작품이다.
두 마술사
검은 그림 시리즈 중에 가장 작은 작품. 귀머거리 집 2 층 살롱 벽에 그려진 작품이다. <스프를 먹는 2명의 노인>이라고도 불린다. 1828년의 목록에는 <2인의 마술사 >로 기재되어 있다. 노파가 스푼을 들고 웃음 짓고 있으며, 오른편의 해골 같은 노인은 두터운 책 같은 것을 가리키고 있다. 지식인을 조소하는 듯도 하고, 물질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인지도 모르며, 남녀나 부부 관계에 대하여 고야 특유의 비꼬는 관찰로 그려 낸 그림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음산하고 어떤 전율을 느끼게 하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고야의 심적 파동의 내면 세계를 표현한 것이리라. 그림의 색조도 어둠침침하고 검정색 바탕에 흰색과 황토색을 썼으며, 색감에서 오는 느낌이 음산하다.
두 노인
귀머거리 집 1층 입구 벽면에 그려진 작품. 프라도 미술관 목록에는 <2인의 수도사>로 되어 있으며, 그밖에 <2 인의 괴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이 그림이 소장되어 있는 프라도 미술관장 하메엘 데 스라스 씨는 이그림의 흰 수염의 인물을 고야로 보고, 등뒤에서 크게 소리치는 괴물은 고야가 귀머거리가 된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복장으로 보아서 깊은 산중에서 수도하는 수도사로도 보인다. 교회나 수도회를 탄압했던 나폴레옹 정책을 비판하는 작품인지도 모를 일이나 그 시기의 고야의 자학적인 심리 상태로서는 이러한 내용의 작품이 나타났음 직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