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tella.K > 그의 손에 걸리면 발레는 쇼가 된다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
틀에 갇힌 예술 벗어나 대중 속으로…유쾌한 패러디 실험



▲ 댄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매튜 본.
22세에 무용에 입문한 44세의 영국 안무가 매튜 본. 고전 발레를 패러디해 스스로 ‘댄스 뮤지컬’이라 이름 붙인 그의 작품들을 본다면 차이코프스키(1840~1893)는 어떤 표정이 될까. 지난해 남성 백조로 그득한 ‘백조의 호수’를 보고 열광한 관객들은 그 잔상을 즐기며 매튜 본의 다음 공연을 상상해왔다. 8일 개막하는 ‘호두까기 인형!’(30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이것만은 알고 보자.

■이번엔 뭘 뜯어고칠까

온전한 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뿐이다. 중산층 가정의 화려한 파티는 온데간데없다. 배경은 춥고 남루한 고아원. 몹쓸 원장은 후원인들이 아이들에게 준 선물을 가로채 벽장 안에 넣어버린다. 밤중에 벽장에서 나온 호두까기 인형이 주인공 클라라를 환상의 세계로 데려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매튜 본은 원작과 달리 1막을 우울한 공간으로 설정, 환상(2막)으로의 점프를 더 극적으로 꾸민다. 또 사탕과자 나라에서 벌어지는 2막에는 욕심 많은 왕과 왕비, 봉봉 왕자와 슈가 공주, 감초 젤리 등 원작에 없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며 클럽댄스와 재즈댄스 등이 뒤섞인 현대적 춤을 보여준다.


▲ ‘호두까기 인형!’에서 고아원을 탈출한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환상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 차이코프스키의 눈송이 왈츠가 흐른다.

■비틀기의 핵심을 들추면

귀로는 고전 발레의 음악이, 눈으론 현대의 춤과 이야기를! 그는 (대사와 노래는 없지만) 뮤지컬을 끌어안는다. 예술적이지만 틀에 갇힌 발레 대신 감각적인 춤과 화려한 쇼로 무대를 풍성하게 채워 대중과 가까워지려는 바람 때문이다. 매년 12월이면 소녀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달려가는 고전 ‘호두까기 인형’이 아니라, 여름철에도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경쾌한 공연을 지향하며 비틀고 뒤집는다. 뮤지컬처럼 빠르고 잦은 무대 전환, 빼어난 음악적 해석,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 우스꽝스러운 춤을 배열하는 감각이 없었다면 친숙한 고전을 배경으로 동시대인들의 관심을 삽입하는 그의 패러디는 실패로 끝났을 것이다.

■관객을 즐겁게 하라!

매튜 본이 스스로에게 걸 법한 주문(呪文)이다. 1992년 초연한 그의 ‘호두까기 인형!’은 2002년 훨씬 대중적으로 손질돼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유명한 작품이 아니면 흥행이 어려운 영국 공연계의 장벽을 뚫은 그의 기발한 댄스 뮤지컬들은 “오락에 치우친 안무”라는 혹평을 받기도 하지만 대중들은 더없이 열광한다. ‘백조의 호수’ ‘신데렐라’ ‘카맨(Car Man·‘카르멘’을 개작)’ 등 그의 패러디는 고전 발레를 넘어 다른 영역을 넘본다. 발레의 ‘우아한 그림’ 대신 ‘요란한 극(劇)’을 강조해온 본은 내년엔 영화를 제물로 삼을 예정. 그의 손을 거칠 영화는 놀랍게도 팀 버튼의 ‘가위손’. 과연 팀 버튼이 구축한 환상적 세계마저 뛰어넘을 수 있을까.

(02)2005-0114

(박돈규기자 coeur@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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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5-0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류의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글 읽어보니 호기심이 생기긴하는데...
전에 발레 공여보다 넘 지루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건 재밌으려나? 뭐든 좀 알고 애정이 있어야 즐길 수 있나봐요

stella.K 2004-05-0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덜 지루할거예요. 전 작년에 이 사람의 <백조의 호수> 봤는데, '아, 이렇게도 하는구나!' 신선했어요. 지루하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