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옥에서 풍경놀이를 즐긴다 - 창으로 만들어내는 한옥의 미학 이상의 도서관 29
임석재 글.사진 / 한길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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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불편했고 추웠다. 어렸을 적 시골에 있던 한옥은 춥고 어두웠다. 발을 내딛으면 삐그덕 소리가 울려퍼졌고 , 문을 닫아도 황소 바람이 들이치곤 했었다. 겨울에는 그지 없이 가기 싫은 곳이 시골 한옥집이었는 데, 여름에는 내켜하곤 했다. 장지문을 확 열어 바람을 쐬고 , 대청마루에 주저앉거나 드러누우면 시원 했던 듯 하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던 건 , 대청마루 뒤로 뚫린 공간에서 직사각형으로 보이던 뒷뜰 혹은 장독대들이었다. 독일에 와서 제일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내가 한국의 것들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거다. 독일의 집들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는 물어보면 알 수 있었고 , 찾아가면 볼 수 있었지만 한국의 집들은 이제 내키면 찾아가기에는 너무 먼 이국의 집들이 되었다. 그런차에 이책을 구해 읽게 되었다. 활짝 열리는 문들을 액자 삼아 집을 곱씹어 보는 발상이 유쾌했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창문과 문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과 밖을 연결하고 안을 밖으로 만들기도 , 그 반대로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창문과 문의 속설을 가지고 임석재 씨는 한옥에서 풍경을 즐기자고 한다. 사방에 난 문과 창문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풍경화 삼아 , 한옥이 어떻게 집을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어 사람을 집안에 머무르게 했는가 를 찾고 있다. 저가는 한옥을 한국의 중첩된 풍경과 동일시 해서 봐야 한다고 한다. 겹치고 겹치는 산등성이들의 물결처럼 , 한옥도 수평적으로 그 풍경을 겹친다. 한옥은 서양의 집들처럼 하늘을 향한 건축은 아니지 않은가. 이책의 내용 중 한국 문화나 환경의 특질에 100% 동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한옥을 단순히 기능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았고., 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한옥은 꽤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집안이 재미있어야 집에 머무르게 된다는 그의 주장에는 진심으로 고개를 주억거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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