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고 해서 가족이나 친척이 다 싫어지는 것은 분명 아니리라. 아니 오히려 몸 속에 세월을 쌓아갈수록 끔찍한 살붙이들에 대한 애증이 어쩔 수 없이 나잇살 붙듯 하나 둘 애정으로 여며져 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아직 덜 살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어렸을 때의 명절은 손꼽아 기다리던 축제의 날이었다. 명절 며칠 전 부산하게 들썩이는 시장으로 엄마를 따라가서 비닐봉다리 몇 개 달랑거리며 하드나 호떡을 얻어먹는 일부터, 기름 냄새 진동하는 부엌 한 귀퉁이에 매달려 뭣도 모르면서, 그거 내가 뒤집으면 안 돼, 내가 구우면 안 돼 달겨들며 자청하던 어설픈 도우미 짓, 곧이어 들어닥친 사촌 오촌 형제들과 밤을 새며 희희낙락 무궁무진하게 꾸려갔던 이야기와 놀이들, 그 소란스럽게 달뜨던 기분. 그리고 매번 연휴 마지막 날 나는 얼뜨기처럼 눈물바람으로 그들을 떠나 보내는 예의도 잊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시험이니 공부니 하는 자의반 타의반의 명목으로 그 어수선함의 소용돌이에서 한 발을 빼고 슬그머니 비켜선 입장이 되자 사람들은 나를 볼 때마다 매번, 학교 잘 다니고 착한 우리 어디에도, 하는 범생이 꼬리표와 함께 땡그랑 땡그랑 한 푼 두 푼 용돈을 주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인지 알 수 없으나 어느새 나는 분탕질치며 놀아제끼던 과거는 모조리 잊은 채 용돈만 넙죽넙죽 받아먹는 어색한 웃음을 띤 돼지저금통이 되었다.

 

20대 중반이 지난 지금, 축제고 저금통이고 아무 것도 없다. 이제는 예전보다 매우 단출해져서 몇몇 친척만 대면하면 되는데도 나는 지난 몇 년간 그저 그들의 탐구 대상이 되어야 했다. 모두 짜기라도 한 듯 나만 보면 입을 모아 마치 철이와 미애처럼 리듬을 살려, 너는 왜 아직도 모르는 거야 너는 왜 너는 왜 하고 물음표들을 발사했고 이러저러해서 여차저차 하옵네다 하고 궁색하나마 나름대로 마련했던 나의 대답은 모두 변명이 되었다. 그러다 내가 집을 나오고 여기저기 떠돌고 엎어지고 아프고 어쩌고저쩌고 하게 되니 이젠 나를 볼 때마다 마치 송강호처럼 그윽하게, 밥은 먹고 댕기냐 하고 운을 뗀 다음 곧이어서 반듯한 직장과 아름다운 결혼에 대한 세상의 소식들을 속삭이면서 바람직한 20대의 삶을 내 귀에 불어넣고자 애쓴다.

나도 알고 있다. 나를 걱정하는 마음을, 나를 일으켜 세워 세상의 시장 속으로 밀어 넣고 그 속에서 강하게 살게 하고픈 그 다정한 의도를. 그 어쩔수 없이 땡겨지는 핏줄의 불수의 운동을. 하지만 가족과 친척들이 내게 뭔가를 바랄수록 나는 자꾸만 더 도망치게 된다. 어쩌면 명절이라 친척들이 모이는 일이 싫거나 그들이 내게 똑같은 질문을 계속 하는 게 싫은 것 보다도, 우물거리며 똑같은 대답만을 주워삼키는 그 순간의 스스로가 가장 싫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다시 예전의 활기찬 시절로 되돌리기 위해 내가 게으르게라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차라리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저 그 과정은 내 속에서만 조용히 흘러서 진행이 되고 사람들 앞에 나타날 때는 벌떡 일어선 다행스런 모습이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든다. 이렇게 쓰고보니 내가 마치 대단한 사건사고를 당해서 주저앉아 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실상 따지고 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나는 태생적으로 조금 컴컴한 인간이고 뼛속까지 게으름이 거미줄을 치고 있는 인간이라 돌부리에 걸려 자빠진 김에 드러누워 있다가 조금 까진 상처와 피를 보고 새삼스레 놀라 우어어 울다가 다 울어제낀 김에 잠도 한 숨 자다가 슬슬 흙을 털다가 뭐 그러고 있는 것이다.

제발, 나를 그냥 가만히 좀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 나는 귀를 막아야 더 잘 들리고 눈을 감아야 더 잘 보이며 누워 있어야만 앞으로 나아가는 지렁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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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0-02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보통사람들> 보세요.
아침 조깅중에 넘어져 일어날 생각 안하고 찔찔 우는 인간이 있습니다.
어디에도님, 흥, 저 삐졌어요.

어디에도 2004-10-02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앗앗! 로드무비님, 왜 삐지셨어요? 네?
흑흑흑...... 로드무비님, 삐지지 마세요, 제가 이제 잘 해드릴게요;;

urblue 2004-10-02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저도 삐졌는걸요.

어디에도 2004-10-02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앗, 블루님은 왜 삐지고 그러세요, 네? 네?
블루님, 혹시... 그... 그것 때문에...(모르면서 일단 막 아는척)
그런데 블루님과 로드무비님 모두 제게 삐지신 건 그래도 다 애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랑가요, 흐흐(하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수습안되는;;)

하얀마녀 2004-10-02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지들 모일 일이 생기면 참 싫더군요. 매번 이구동성으로 저를 못살게 구는 똑같은 질문들과 뻔하디 뻔한 대답. FAQ로 문서 작성해놨다가 만나면 주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잘은 모르겠지만 저도 삐졌다고 해보고 싶어지네요. 흐흐흐흐.

플레져 2004-10-02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은 제게도 머나먼 휴일일 것 같아요.
어릴때는 주구창창 놀아제껴야 하는 것이 지루했고, 미혼일 때는 어디에도님과 같은 고문(?)을 당하였고, 미혼을 벗어난 후에는 쉴 틈도 고문을 당할틈도 없이 바쁘니까요.
저도 삐질래요... 로드무비님을 따라한 블루님을 따라한 하얀마녀님을 따라한 플레져...!

tarsta 2004-10-02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하얀마녀님..!! FAQ라니요! 정말 재밌는 발상입니다. 마녀님은 너무 깜찍하세욥..
아예 샌드위치 맨처럼 커다란 상자곽에 써놓고 그 안에 들어가면 어떨랑가요.

친척1 : 그래, 직장은 탄탄하고?
마녀님: 가슴과 배꼽사이입니다. FAQ 2번이죠.
친척2 : 여자친구는...
마녀님 : (엉덩이를 들이밀며) 여기 있습니다.

그,근데 제가 어디에도 님 서재에서 뭘하는거죠, 에헤헷... (삐,삐지는거 아니죠? 땀이 삐직삐직.. ^^;;)

어디에도 2004-10-0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그럼 타스타님만 빼고 로드무비님 이하 플레져님까지 모두 삐지신거네요.
아아, 아직까지 애정전선 이상없다, 로군요, 흐흐흐흐흐;;;;;

근데 정말 왜 삐지신 거에요, 아, 그러고보니 과거 경험상 왜 삐진 줄 조차 모르면 삐짐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하곤 하던데...-_-
(실은 왜 삐지셨다 말씀하시는지 조금 알아요. 그러니까 이제 삐지지 마세요.
제가 파리처럼 싹싹 빌게요. 네?)

P.S 하얀마녀님은 FAQ작성해서 저도 좀 주세요. 플레져님도 드릴래요.^^
타스타님은 안 삐지셨으므로;; 흠흠


urblue 2004-10-03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하얀마녀님과 타스타님의 합작에 이 밤이 이리 즐겁네요.

hanicare 2004-10-0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원하지 않는 축제, 그래도 꾸역꾸역 기어드는 축제. 난 어린 시절에도 별로 명절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디에도 2004-10-04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을 다시 기억하는 일은 어느새 자꾸만 말갛고 발랄하게 채색이 되고
좋았던 그 시절, 그 추억- 뭐 그렇게만 느껴지도록 스스로 상투적인 테두리를
두르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용기가 없거든요...^^
(뭔 소리야 우우우)
 

나는 한 때 껍데기를 추종했다. 그냥 이래저래 그럭저럭한 껍데기가 아닌 누구나 한 번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획 돌려 쳐다보게 만들만큼 멋들어진 껍데기를 간절히 앙망했다. 내면의 미가 가장 참되고 어쩌고 하는 소리는 다 개수작 헛소리라고, 떠들고 다니지는 못했지만 속으로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다 가식적이라 여겼다.

누구나 그렇듯 인간에게는 단점과 장점이 공존한다. 평범한 인간인 나도 그냥 보이는 무수한 단점들과 함께 분명한 장점을 몇 개쯤은 보유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련만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첫 대면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시각적 효과로만 나라는 인간을 판단한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내 모습 안에 아몬드가 들었는지 땅콩이 들었는지 알고 싶지도 않아 하며 그저 내게 등을 보인다. 무수한 그런 순간들이 닥칠 때마다 매번 무슨 용가리 통뼈처럼 우하하하 웃으면서 그래 잘 가라 사라져라 안녕안녕, 그럴 수가 있었을까, 아니 그렇게 했다면 스스로의 정신건강에 매우 이로운 결과가 기어코 도래했을 것인가.
혼자서 죽어넘어지는 그 순간을 향해, 내내 혼자 달려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등짝 프레임은 내 심장에 와 꽂히는 칼날이 된다.

나는 훌륭한 껍데기가 갖고 싶었다. 동성들의 시기를 한 몸에 받으며 이성들이 개떼처럼 덤벼드는, 그런 것이라면 좋았다. 실로 나는 내 주변에 가끔 외계공주인양 등장하는 아름다운 동성들의 자태에 경도되었다. 그 향기롭고 말간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사한 빛 조각들은 늘상 순식간에 나를 매혹시켰고 내 마음을 훔쳐 갔다. 그러는 동시에 열등감의 덩어리들이 내 온 몸에 두엄처럼 뿌려졌다. 어쩌면 내가 화사한 껍데기를 원했던 것은 같잖게도 오로지 일종의 보복을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무수히 내 눈에 와 박혔던 그 차가운 등짝들을 다시 돌려세운 뒤 나의 허망한 껍데기로 그 가련한 눈들을 홀려 버리고 싶은 마음, 미미하게나마 존재하는 내 장점의 ㅈ 하나도 그려질 순간을 제공하지 않았던 그 대단한 매정함에 꽂고 싶은 우스꽝스런 비수, 뭐 그런 어이 없는 상상.

 

내가 왜 갑자기 이런 글을 쓰는지, 겁나게 이유를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내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을 거라는 무시무시한 사실과 언제였는지 모르게 껍데기에 대한 욕망은 귀찮음으로 인해 희미해져 버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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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2004-09-23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쥴님. 저는 아무래도 반어법으로 말하는 게 가장 익숙한 인간인가봐요.
쥴님 오시지 말라 해놓고 막상 오시니, 왜 이리 좋을까요.
제가 토해낸 이상한 글은 우습고 쥴님이 써주신 댓글은 저를 또다시 은근히 웃게 만들어 주시는데요. 낯설어서 더 다행이라면 좋겠어요. 가끔 낯선 곳이, 오히려 더 좋듯이, 말이에요.

hanicare 2004-09-23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는 건 뭘까요.시간이 지나니 허영의 거품은 간수할 능력부족으로 많이 꺼졌고(전부는 아닙니다.) 절대절명의 존재 '나'라는 것의 테두리도 조금씩 바래집니다. 그것이 슬프진 않아요.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어쩌고 슈발리에 구두광고카피에 오규원의 시집제목이지만 지금은 그 문구도 그다지 울리지 않습니다. 나는 살아있고 내가 너를 주목해줄지 말지 결정하겠어. 나이먹어서 대뇌피질의 성능과 가죽부대의 형상이 질저하되곤 있지만 나이먹는 게 좋습니다. 유쾌한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할머니가 되면 소일거리로 알라딘이 제격일까요. 그전에 뜨개질이라도 배워야하나?

chika 2004-09-23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 이 수준높은 대화들에 끼어든 나의 한마디... "껍데기는 가라아~!!!'
이러고 휭~ 도망가버리면 모두 황당하겠지요? ^^;;;
- 전 '껍데기는 가라'는 말을 엄청 좋아했었어요. 역시.. 열등감때문에요. 나를 좀 더 알게 되면 모두들 나를 좋아해주리라, 는 생각이 강했었나봐요. ㅋ
엉뚱한 치카... 그냥 갑니당~ ^^

urblue 2004-09-23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미녀는 괴로워,가 생각났다는 블루입니다. 하긴 그 만화에서도 결국 중요한 건 초절정 미녀라는 껍데기가 아니라 주인공의 순박한 내면이긴 했습니다만.

어디에도 2004-09-23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대략 괴롭습니다.
저 글은 제가 쓴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첫 문장을 쓰고보니 스르륵 나도 모르게
마구잡이로 글이 그려진 것 같아요. 무슨 말을 한 것인지, 내 속에 저런 생각들이 저렇게 꾸역꾸역 들어 차 있었던 것인지... 거짓말을 한 것 같기도 하고...
흐흐흐, 난감해서 그냥 도망갑니다.
님들의 댓글은 고이 접어서 마음에다 넣어두고요.
 


언젠가 겨울 MT를 가기로 했던 날, 나는 그 며칠 전부터 지독한 감기에 시달리고 있었으므로 미리 불참의사를 밝혔다. 집요한 동기들은 우리 기수 전원참석! 의 깃발을 휘날리며 나에게 괜찮으면 오라오라 종용했고 아파서 그런거지 정말 가고 싶기도 했던 터라 나는 사실 매우 갈등했다. 그러다 결국, 약을 먹고 조금 괜찮아진 틈을 타 그래그래 일단 가자, 마음 먹은 나는 후발대에 합류하기 위해 급하게 청량리역으로 내달았다. 빠른 걸음으로 약속시간에 겨우 맞춰 도착한 내 열띤 붉은 얼굴을 보고 사람들은 뭐야, 너 아프다더니 꾀병 아니냐? 하는 농담으로 내가 온 것을 대대적으로 반겨 주었지만 바로 다음 순간,  모두 나의 목소리에 경악했다. 간만의 외출에 찬 기운을 몰아쳐 들이킨 때문이었을까, 그래도 적절히 쉰 목소리를 유지하던 나의 목은 갑자기 종이 찢어 지는 소리를 내더니 곧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급격하게 잦아들었다. 그리고  '괜찮아요' 라고 말하려던 나는 그저 입모양만 벙긋벙긋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넌 절대 가면 안된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 진작 말하지 그랬느냐, 미안하다 등등의 말을 쏟아내며 입술만 달싹달싹 움직이는 나의 등을 돌려세워 택시를 잡아 주었다.

어떤 모임에 꾸준히 나오고 활동 잘 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서 일주일 간 연락도 안 되고 코빼기도 볼 수 없게 되면 사람들은 당연히 걱정하면서 이것이 어디 가서 박혀있나 찾을 것이다. 며칠 후 털레털레 나타난 그 사람이 '실은 좀 아팠어요' 라고 말하면 아아, 그랬구나, 많이 아팠니, 이제는 괜찮니 위로와 격려가 쏟아진다. 하지만 그것은 초창기 잠적에만 해당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도 가끔씩 혹은 자주 그러한 두문불출한 반복되면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러려니 한다. 그래서 지어진 나의 별명은 '잠적쟁이' 뭐 그런 거 였다.

사람들은 나의 외모만 보고 나의 건강을 판단한다. 나는 둥글둥글하게 생겼고 살도 쪘다. 결정적으로 혈색이 죽여주게 좋다. 그러니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철철 난다거나 하는 직접적인 상처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한 나는 항상 튼실해 보인다. 그래서 겉모양에 절대 부합하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나의 속병들은 어느 순간 스스로 양치기 소년이 된 듯한 꺼끌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러니 나는 아프면 안 되었다. 영원히 아픈 사람이 되기 싫었다.

 

 며칠 전부터 계속 오른쪽 다리가 아팠다. 그런 와중에 서재에서 다른 분이 쓰신 글을 보고 혼자서 매우 흥분하여, 아무래도 내 고관절이 수상하다, 내가 그 이름도 어려운 질병(대퇴골두의 무혈성괴사)에 덜컥 걸린 것이냐, 병원에 가야겠지, 수술도 해야하나 어쩌나 어쩌나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쇼를 했는데 결국 어제 나를 찾아온 것은 종합감기 선물세트였다. 온 몸이 오실오실 거리면서 골이 띵하고 맑은 콧물이 펑펑 샘솟고 알알한 콧속을 중심으로 전신을 향해 스멀스멀 퍼져가는 뿌옇게 어지러운 기분.
하지만 기침 감기로만 발전하지 않는다면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뭐 나는, 원래 괜찮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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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4-09-20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절기잖아요, 조심해야지. (아프지 말아요. 아프면 서러워요.)

어디에도 2004-09-20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블루님은 우울하지 마세요. 님의 닉네임은
너! 우울해라~ 나한테 져서... 잖아요. ^^ 헤헤

urblue 2004-09-20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깐 제가 저한테 져서 말이죠. ^^

하얀마녀 2004-09-2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오늘 날씨가 심상치 않더군요. 감기 조심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어디에도님에게 그것들이 몰려갔군요. 나쁜 것들 같으니. 얼른 쫓아내야 할텐데요. 따뜻하고 맛난거 드시고 푹 주무시길. 금방 괜찮아질거에요. ^^

어디에도 2004-09-20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하얀마녀님. (갑자기 몰려오더라구요.흐흐)
하얀마녀님께는 몰려가지 않도록 제가 잡고 있을까요. ^^

아영엄마 2004-09-20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님도 감기에 걸리신 건가요? 얼른 감기 떼내 버리시고 건강을 되찾으시길 기원합니다.

어디에도 2004-09-20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고맙습니다. ^^
약기운에 이벤트를 벌였더니 아픈 줄도 모르겠어요.
재미없더라도, 아영엄마님,,, 참여하세요. ^^

2004-09-20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20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09-20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적 버릇하지 마요.
나는 자기 기분 좀 아니면 전화도 안 받고 꼼짝도 안하고 그런 사람 싫더라.
내가 그런 타입이거든요.^^

어디에도 2004-09-2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타입 싫어요... 우호호(사정없이 뻔뻔하다)
알라딘 서재에서만큼은 언제나처럼 구석에서 잘 놀고 있을게요.
잠적 같은 것, 안하구요.^^

tarsta 2004-09-2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흐흐흐..;; 그래서 내가 종종 날 미워했구낭..;;; ^^
 

출처 I Fithelestre Hahn > 서재 소개 25문 25답

1. 사용하시는 닉네임의 의미와 유래

-김영하의 단편 소설 제목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에서 따왔다. 한참 숨어 지내던 시절이라 유령같던 내 모습이 그 제목과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던가. 원래 나우누리 가입하면서 만들고 온갖 메일을 통일해서 주구장창 쓰는 아이디가 하나 있는데, 알라딘에서도 처음엔 그것을 사용하다가 서재를 본격적으로 열면서 바꾸었다. 예전에 나를 알던 사람들이 그 아이디를 통해서 이 곳에 오지는 않았으면 하는, 안전한 칩거의 본능으로 완전히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다. 친숙함이나 친근함은 늘상 쓰던 그것에 비할 수 없지만, 새로 생긴 이름이다보니 뭔가 시작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2. 서재 이름의 의미와 유래

- 위에서 말한 이유로 서재 이름을 만들고나서 닉네임을 뭘로 할까 골똘하다가 그냥 바로 서재이름에서 따서 만들었다. 나는, 이곳에 있는 동시에 없기도 하니까...
(아아, 알아요, 안다구요... 맨날 디비 자느라 여기 없다구요; ) 

3. 나의 이미지를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의미, 출처, 만들어주신 분 등등)

-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 포스터. 가장 좋아하는 영화.
화양연화를 기다리며 어쩌구 하는 허황된 소리를 불리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무슨 해결책인 양 주절거리기도 하고...

4. 서재 타이틀 이미지를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의미, 만들어주신 분 등등)

- 알라딘에서 공짜로 대여한 것.

5. 서재를 처음 만든 시기와 이유는

- 한참 블로그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디카를 살까, 포토샵책을 제대로 파 볼까, 뭐 그러고 있던 중에 알라딘에서 메일이 왔다. 서재라는 공간이 생겼고 그곳에 있는 하얀 도화지 같은 페이퍼에 네 꿈을 펼쳐라~ 뭐 그런 메일. 알라딘 마을이라는 게 생기고 원래부터 내게 많은 도움을 줬던 리뷰들이 각자의 방으로 차곡차곡 들어차 있는 걸 보자 나도, 그렇게 그럴싸한 내 방이 갖고 싶었다. 하지만 리뷰를 써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질 못해서 한 동안은 그저 다른 분들의 글만 읽고 다녔고 내 서재에는 올해 초에 들어서야 비공개로 일기같은 걸 가끔 썼다.
서재질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아마도 4월말쯤인 듯하다. 둥둥 날아다니다가 지쳐서 아마도 조금은 내려앉고 싶었던 것인지.

 6. 지금 서재를 운영하는 이유는

- 내가 '다른 사람들이 보는 글' 을 다시 쓸 수 있는 것이 좋다. 지난 몇 년 간 나는 스스로만 보는 글을 쓰는 것도 아주 힘겹게 느껴졌으니까. 그리고 나의 허접한 글로나마 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내시는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나는 참 좋다.(아, 이 자리를 빌어서 제가 본격적으로 서재를 '운영' 해 나갈 계기를 만들어주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7. 5번과 6번이 다르다면 달라진 이유는

-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고... 아아, 잘 모르겠다.
내가 정말로 처음에 소통을 목적으로 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고
지금 제대로 소통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중얼중얼.
 

8. 알라딘에 처음 쓰신 리뷰 or 마이페이퍼

- 첫 리뷰는 <호수와 바다 이야기>를 읽고 쓴 '조용히 말을 걸어오다' . 그게 5월 초 였다.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던 그 막막함이 아직도 기억난다.
- 첫 페이퍼는 비공개로 썼다. 올해 1월 중순쯤. 그냥, 내가 다시 끄적임을 시작한다, 뭐 그런 내용이었다.

9. 마이페이퍼 분류를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 춘광사설 : 일기처럼 혹은 그냥 아무 말이나 하고 싶을 때 쓰는 페이퍼. '사설을 늘어놓다' 뭐 그런 생각이 나서 괜히 춘광사설에다 끼워 맞췄다.

- 죽어도 좋아 : 책을 제외한 좋아하는 것들(영화나 음악이나 뭐 그런것)에 대해서 주절거리거나 퍼오거나 하는 곳. 

- 키즈 리턴 : 제목 그대로 어린 시절 울궈 먹기용 페이퍼.

- 러브 레터 :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책에 관해서 그들에게 연서를 띄우듯 소소하고 구체적으로 애정표현을 해보겠다! 하는 나름의 원대한 꿈을 갖고 만든 페이퍼인데, 이제 꼴랑 두 편 쓰고는 어렵다 귀찮다 몰라몰라 하고 있다.

- 도형 일기 : 마음에 드는 말이나 글을 퍼온 다음에 혼자서만 알아듣게 주절거리는 곳. 마치 아빠가 못 알아보게 도형을 그려서 혼자만의 일기를 썼던 영화 속의 그 아이, 처럼 말이다. 다른 분들이 못 알아보라는 의미는 아니고 그냥, 지나치게 자의적인 얘기들.

- 타임리스 멜로디 : 책을 읽다 보면 배경으로 음악이 깔리거나, 주인공이 음악을 듣고 좋아하거나 하는 장면들이 곧잘 나오는데, 그 때마다 나는 항상 그 음악들이 궁금해서 실제로 들어보고 싶었더랬다. 책 속의 BGM, 뭐 그런 것들.

사실 내 서재에 처음 오시는 분들은 페이퍼 분류가 지나치게 제멋대로이고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것들이라 뭐가 뭔지 잘 모르실거라 생각된다. 게다가 이름들도 다 영화제목에서 따온 것이니 좀 우습기도 하고... 뭐 이름 지을 능력이 안되서 그냥 다 갖다 붙인 거니, 너그러이 봐 주시길.

10. 만일 귀하에게 원하는 오프라인 서재를 새로 꾸미거나 더 멋있게 만들 충분한 공간과 자금이 주어졌다고 합시다. 어떤 서재를 꾸미고 싶으신가요?

- 솔직히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항상 3면이 책장으로 둘러쌓인 방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 충분한 자금이 주어진다면 방을 무지 넓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도 돈이 남으면 그저 푹신한 침대에다 누워서도 책을 편하게 읽을수 있는 독서대를 설치하고 싶다.

11. 오프라인에 진짜 서재가 있습니까?

- 책장 몇 개 뿐.

12. 지금 읽고 계시는 책은 무엇입니까?

- 천운영, <명랑>            


  

<스티븐 킹 단편집> (으으 이건 거의 한달 째 읽는 듯;)


 

 

13. 지금 가장 갖고 싶은 책 or CD, DVD는 무엇입니까?

- (냉큼) 민음사 전집이요. 아아, 한 권만 골라요?
  그럼 이것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이것도 비싸다구요?;)

 




 

음반은... 비틀즈 Anthology 1,2,3 (역시 비싼 것)

DVD는... 왕가위와 팀버튼의 모든 영화. (끝까지 비싼 것)

14. 읽을 or 살 책을 고르는 기준은 보통 무엇입니까?

- 예전에 페이퍼에 비슷한 얘기를 쓴 적이 있는데... 주로 작가다. 나한테 한 번 잘못 찍히면 웬만한 이상한 꼴 하기 전에는 막판까지 끝끝내 나의 스토킹을 당할 듯. 새로운 작가를 읽게 되는 계기 또한 매우 단순해서, 내가 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추천하면 읽는다. 그것도 아니라면 주변 사람들의 추천과 나의 편협한 취향이 맞아 떨어질 때... 한 마디로 뭐, 기준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뭐시기한 기준이다.   

15. 이벤트를 개최하신 적이 있습니까?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당첨된 경험이 있습니까?

- 개최한 적 없다...(뭐 곧 한다, 하는 뻥은 여기저기 쳐놨긴 한데) 당첨된 적은 알라딘 수다방? 거기 댓글 쓴 걸로 적립금 받았다.

16. 악플 혹은 원치 않았던 토론으로 맘고생 하신 경험이 있습니까?

- 이 같은 변두리 서재에는 악플이 달릴 확률이 아무래도 적지 않을까.(그래서 좋다) 토론을 할 만한 건덕지는 내가 별로 아는 게 없어서 제공해드리지 못하니, 지금까지처럼 계속 없을 듯 하다.

17. 16번에 '예'라고 답하셨다면, 그런 고생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그건 방지! 한다고 피해갈 수 있는건 아닌 듯 하다. 누가 찾아와서 죽어라 딴지를 건다면 이미 당하고 있는 입장에 와락 처해 버린다. 쫓아가서 패 줄 수는 없으니, 그냥 무시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18. 자신이 서재 폐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솔직히 유령 생활을 했을 때가 더 서재에 자주 오고 글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지금은, 사실 스스로 조금 자제하려고 하는 면이 있긴 한데...(게을러서 그런거면서) 마음이 이미 와 있기도 하니까... 잘 모르겠다. 

19. 주간 서재 순위권에 드신 경험이 있습니까?

- 100위 안에 든 적 있다. 최고 칠십 몇 위까지 한 적 있다. 핫핫;

20. 즐겨찾는 서재 브리핑을 이용하십니까?

- 편하고 좋으므로 절찬 애용중. (근데 이건 왜 물어보세요?)

21. 하루에 서재에는 대략 몇 번 오십니까?

- 두 번 혹은 세번쯤. (근데 한번 오면 아아주 오래 머문다. 어떤 때는 종일;)

22. 다른 분의 서재가 부러웠던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어떤 면에서요?

- 나는 자신의 서재활동을 마음껏! 즐기시는 분이 가장 부럽다.
(글을 재밌게 쓰시거나 전문적으로 잘 쓰시거나 하는 분들이 부러운 건 '서재'라기 보다는 그 분 자체가 부러운 것이니 예외로 하고)
   

23. 서재를 즐겨찾으시는 분은 몇 분입니까? 즐겨찾아주시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 음... 이건 노 코멘트. (이벤트에 써먹어야 할지도 몰라서-_-라고 핑계를 대며) 그리고 그 다음 질문은 정말로 내가 더 궁금하다. 왜 즐찾하셨어요? 네? 제발 가르쳐주세요. 그러면... 더 잘할게요.;;

24. 찾아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 한 자 적어 주세요 ^^

- 일주일에 겨우 몇 편 글을 쓸까말까 한, 리뷰를 한 달에 한 편 올릴까말까 한, 이 구석지고 외람되며 혼자서만 툴툴거리는 서재에 오셔서 제게 생기를 넣어주시는 분들, 정말로 고맙습니다. 꼭꼭 댓글 안 달아주셔도, 그저 가끔와서 이 인간은 또 뭔 짓거리 하고 앉았나 보고만 가셔도, 고맙습니다. 보여드릴 게 별로 없으니 자주 오시라는 말씀대신, 제가 더 자주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렵니다. 

25. 앞으로 서재를 어떻게 가꾸어 나가고 싶으신가요? 

- 다른건 다 때려치우더라도 리뷰를 많이 쓰고 싶다. 게으른데다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리뷰 100개는 써보고 죽을까 한다.(안 죽겠단 소린가) 아, 그리고... 좋은 분들과의 인연이 조금은 더 오래 끈질기게 이어져서 내 삶의 한 부분이 되기를, 하는 커다란 욕심도 잠시 가져본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내가 더 잘! 해야 되겠 죠? :)
(덧붙임: 이 긴 글을 쓰고 등록을 하려다 홀랑 날려먹을 뻔 했다. 복사를 생활화하거나 메모장을 애용하는 덜 안타까운 서재인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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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4-09-18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즐겨찾는 서재에 추가했느냐면요, 어디에도님 글이 좋아서죠. 다른 이유가 있겠습니까. ^^

물만두 2004-09-18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 글에 추갑니다...

hanicare 2004-09-18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으른데다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라 .뜨끔. 으음. 왜 내 흉을 보시는 거에요^^;

2004-09-18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4-09-18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어디에도님 글 상당히 좋다구요. 좀 게으르긴 해도.

플레져 2004-09-18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많이 쓰고 싶다는 목표는 저랑 같네요.
님의 서재 좋아요. 즐찾을 나중에 한 것이 아쉬울 정도에요..

Fithele 2004-09-1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도님의 [다빈치 코드] 리뷰 보고 키보드를 꺾을까 한탄을 했던 아픈 추억이 새록거리는군요. :) 잘 보고 갑니다.

어디에도 2004-09-1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 물만두님, hanicare님, 너의블루님, 플레져님, 피델님.
모두 정말로 고맙습니다. 님들의 칭찬을 들으려고 제가 일부러 땡깡을 피운 것,
눈치채셨나요? 흐흐

로드무비 2004-09-19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도님, 이제 좀 부지런히 나타나셔서 맛잇는 글들 좀 자주 보여달란 말이에요.^^
아셨죠?

로드무비 2004-09-19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자 있다. 맛잇는--맛있는 고쳐서 읽으세요.^^

2004-09-19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다른 분들의 서재를 즐겨찾기에 등록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은 오랜(?) 유령 생활의 기간에 비하면 정말 한없이 뒤늦은 때였다. 그저 알라딘 마을에 가서 새로 올라온 글들을 타고 이 곳 저 곳을 누비며 글을 읽고 그 곳에 남겨진 댓글이 있으면 또 그것을 타고 이리저리 흘러다니고 그러다 꼭꼭 또 오고 싶은 서재가 눈에 띄면 나는 그것을 마음 속에만 저장을 해놓았다. 주간 서재의 달인 100위 까지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면 오른쪽에 길다랗게 뜨기 때문에 그 곳에 거의 속해 있는 분들은 찾기가 쉬워서 별 문제가 없었고 혹 그렇지 않더라도 서재이름을 기억해 두었다가 알라딘 검색창에 써넣고 찾아가는 방법도 내게는 그다지 불편한 일만은 아니었다. 그저 좋은 글들을 매일매일 가득 읽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나는 무작정 좋았으니 말이다.

즐겨찾는 서재에 추가, 라는 그 가느다란 버튼?을 알게 되고 이리저리 하나 둘 등록을 해보니 그것 참, 지금까지 내가 돌아다닌 방법이 바보같게 느껴졌다. 일부러 어렵어렵게 찾아갈 필요없이 새 글이 올라오면 바로바로 떠서 알려주니 정말 새 세상을 만난 듯 좋고 편했다. 하지만 그것에 익숙해지면, 등록시키지 않은 다른 서재에는 일부러 찾아갈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다는 크나큰 단점이 존재한다.

다른 서재를 즐겨찾는 서재에 등록시키는 방법을 한참이나 몰랐던 내가 당연하다는 듯 전혀 몰랐던 것이 또 있다면 그건 즐겨찾는 서재에서 삭제, 하는 방법이다. 이곳 저곳 서재 주인분들이 가끔씩 즐겨찾기가 줄고 있다, 하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문득 어떻게 하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내 서재를 유심히 살피다가 왼쪽 메뉴에 즐겨찾는 서재, 라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걸 누질러보고 나서야, 나는 모든 걸 알게됨과 동시에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즐겨찾기가 줄어드는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즐겨찾는 서재안에 떠 있는 내 닉네임 옆의 오른쪽 버튼, 삭제, 를 눌러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저 실수로 뭘 잘못 눌러서 어쩌다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 나를 지워야만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의 결과인 것이다. 삭제 버튼을 누르면 나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제서야 나는 다른 분들이 느꼈던 줄어듬의 서운함을 조금 인식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동안 나는 즐겨찾는 서재의 수가 나를 즐겨찾는 분들의 수보다 훨씬 적었다. 허접한 내 서재에 와서 조용히 글을 읽고 가는 분들도 고맙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도 고맙고 방명록에다 정겹게 인사를 건네주는 분들도 모두모두 고맙다. 하지만 나는 어떤 의무감으로 서재질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나를 찾아주시는 분이니까,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격려도 해 주시는 고마운 분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그 분들의 서재에 찾아가서 형식적인 말들을 늘어놓으며 웃는 가면 얼굴을 남기는 것이 과연 내가 잘하는 것일까, 생각하기도 했다. 나의 가면을, 그 분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일텐데, 하고 생각하면 스스로가 못견디게 재수없었다.

지난 달, 몸이 좀 아파서 서재질을 못했을 때 그제서야 나는 내가 무엇을 간과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건 그저 '소통' 이었다. 나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으로 알라딘 서재를 선택했고 누가 등 떠민 것이 아니라 내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참 까맣게 잊고 있던 거였다.

나는 내 서재가 텅빈 폐허일 때도 이곳이 좋았고 다른 서재에 가서 혼자 디비며 노는 것이 즐거웠다. 깨작깨작 글을 올리며 게으르게 움직이는 이 서재를 열고 만들어가는 지금 찾아와서 내 얘기를 들어주고 말을 건네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는 지금이 더욱 좋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어느샌가 진심으로 웃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신경을 안쓰려고 해도 즐찾의 수가 줄면 순간 흠칫 놀라기도 하고 궁금한 마음이 한 없이 증폭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즐찾이 늘어도 마찬가지다. 나는 즐찾이 줄어도 괜찮고 댓글이 하나도 없어도 괜찮은 조금은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느 집단에서든 속으로는 조금은 중심부에 가서 허허허 웃고 싶으면서도 결론적으로 택하게 되는 것은 몸을 작게 움츠리는 것이었다.

나는 9년동안이나 학교를 다닌 여고괴담의 재이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로만 남아도 이 공간에서는 그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나를 즐겨찾는 서재' 가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공개됨으로 인해서 또다른 서운함들이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피어나지 않기를, 나는 웬지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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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4-09-16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잘려고 1시간이나 뒤척이다 결국 다시 일어나 앉았습니다. 어찌할까요. ㅠ.ㅜ

코코죠 2004-09-16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생각하는데요... 그 즐겨찾기라는 말이 참 정겹거든요. 오즈마는 어디에나님을 즐겨 찾아와요. 어디에나님도 오즈마를 즐거워 하며 찾아 와 주실 거지요 :)

하얀마녀 2004-09-16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록시키지 않은 다른 서재에는 일부러 찾아갈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다는 크나큰 단점이 존재한다. <- 역시 저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군요. 즐겨찾는 서재 브리핑에 뜬 글도 다 못 읽으니 이것 참... ㅜ_ㅜ

미완성 2004-09-1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이예요.
나를 즐겨찾는 서재가 공개되지 않기를, 저도 소망해요. 왠지 무섭그든요;;

물만두 2004-09-1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창고를 준비하시고 그 부분에 붙이시던가, 아님 이런 생각을 하세요. 그분 알라딘 탈퇴한겨... 탈퇴가 분명하며 만두는 끝까정 님의 서재에 남아 있을 것을 맹세합니다!!!

아영엄마 2004-09-16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즐겨찾기한 서재에만 안주하지 않으려고 댓글따라 새로 올라온 글 따라 가끔씩 떠돌면서 새로운 분들을 만나곤 합니다. 사실 지금 알고 지내는 분들의 서재에도 매일 들리지 못하면서 오지랖도 넓죠?(실제로는 집 밖을 안나가는 스타일이면서..^^;;) 제가 즐겨찾기한 서재에 공개되게 놔두신 '즐겨찾는 서재'에서 제 이름을 발견하지 못할 때면 무진장 슬프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 분의 자유이니까요...
가끔 실실~ 웃으면서 코멘트 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면 이 공간을 정말 즐기면서 돌아다니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즐겨찾는 서재의 숫자보다는 들려서 내 이야기에 농담도 하고, 격려도 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겠죠.
날마다 수다떨지는 못해도 가끔씩 안부인사 주변 이야기 할 수 있는 사이도 좋잖아요.. 아, 오늘도 행복한 날이에요~~ 이렇게 서재질로 오전을 다 보내버리다니...(이제 열심히 책 읽고 리뷰 쓰기로 했는데 하나도 못하고 이리 홀라당 시간을 까먹었어요..ㅜㅜ)

어디에도 2004-09-16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새로운 주마다 이주의 리뷰에 당선되신 분들의 서재를 찾아가셔서 축하글을 남기시는 아영엄마님을 보고 저는 참 많이 부끄러웠어요. 저도 아영엄마님과 좋은 사이로 남고 싶어요. 흐흣흣

-물만두님! 오오 감동의 물결이 출렁출렁 밀려옵니다. 저도 맹세할게요 흐흣... 즐겨찾는 서재가 300개도 넘으신다는 멋진 물만두님... 고맙습니다. (_ _)

-멍든사과님... 그렇죠? 그렇죠? (저는 무섭지는 않은데... 그냥 겁 나요 흐흐)

어디에도 2004-09-1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 저는 아직 즐겨찾는 서재가 아주 많지 않아서 그런지 브리핑에 뜨는 글은 다 읽는답니다. 저도 다 못 읽을 때까지 계속 늘릴테여요.^^

-오즈마님, 당연하죠!! 저 인간 또 왔나, 하며 지겨워 질때까지 계속 놀러 갈거에요! :)

-블루님~ 아아 1시간이나 뒤척뒤척... 정말 너무 괴로운 일이에요... 어떻게, 잘 주무셨는지 궁금하네요...(심한 뒷북쟁이 흑흑 미안해요 블루님)

2004-09-17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9-1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참, 어디에도님, AVN 말이지요, 오른쪽이 아프다고 합시다. 오른쪽 다리를 4자 모양으로 접어요. 그러니까 누워서 오른쪽 발이 왼쪽 무릎에 오게 한 다음에 오른다리를 더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AVN이라면 이때 굉장한 통증과 운동제한이 있어요. 님이 얼마나 아프신지 모르겠지만, 아마 이 병은 아닐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검사는...X레이만 찍어보면 진단이 됩니다. AVN은 대퇴골두가 햐앟게 변하거든요.

urblue 2004-09-19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 님 어디 아파요?

2004-09-20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