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른 분들의 서재를 즐겨찾기에 등록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은 오랜(?) 유령 생활의 기간에 비하면 정말 한없이 뒤늦은 때였다. 그저 알라딘 마을에 가서 새로 올라온 글들을 타고 이 곳 저 곳을 누비며 글을 읽고 그 곳에 남겨진 댓글이 있으면 또 그것을 타고 이리저리 흘러다니고 그러다 꼭꼭 또 오고 싶은 서재가 눈에 띄면 나는 그것을 마음 속에만 저장을 해놓았다. 주간 서재의 달인 100위 까지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면 오른쪽에 길다랗게 뜨기 때문에 그 곳에 거의 속해 있는 분들은 찾기가 쉬워서 별 문제가 없었고 혹 그렇지 않더라도 서재이름을 기억해 두었다가 알라딘 검색창에 써넣고 찾아가는 방법도 내게는 그다지 불편한 일만은 아니었다. 그저 좋은 글들을 매일매일 가득 읽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나는 무작정 좋았으니 말이다.
즐겨찾는 서재에 추가, 라는 그 가느다란 버튼?을 알게 되고 이리저리 하나 둘 등록을 해보니 그것 참, 지금까지 내가 돌아다닌 방법이 바보같게 느껴졌다. 일부러 어렵어렵게 찾아갈 필요없이 새 글이 올라오면 바로바로 떠서 알려주니 정말 새 세상을 만난 듯 좋고 편했다. 하지만 그것에 익숙해지면, 등록시키지 않은 다른 서재에는 일부러 찾아갈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다는 크나큰 단점이 존재한다.
다른 서재를 즐겨찾는 서재에 등록시키는 방법을 한참이나 몰랐던 내가 당연하다는 듯 전혀 몰랐던 것이 또 있다면 그건 즐겨찾는 서재에서 삭제, 하는 방법이다. 이곳 저곳 서재 주인분들이 가끔씩 즐겨찾기가 줄고 있다, 하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문득 어떻게 하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내 서재를 유심히 살피다가 왼쪽 메뉴에 즐겨찾는 서재, 라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걸 누질러보고 나서야, 나는 모든 걸 알게됨과 동시에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즐겨찾기가 줄어드는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즐겨찾는 서재안에 떠 있는 내 닉네임 옆의 오른쪽 버튼, 삭제, 를 눌러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저 실수로 뭘 잘못 눌러서 어쩌다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 나를 지워야만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의 결과인 것이다. 삭제 버튼을 누르면 나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제서야 나는 다른 분들이 느꼈던 줄어듬의 서운함을 조금 인식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동안 나는 즐겨찾는 서재의 수가 나를 즐겨찾는 분들의 수보다 훨씬 적었다. 허접한 내 서재에 와서 조용히 글을 읽고 가는 분들도 고맙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도 고맙고 방명록에다 정겹게 인사를 건네주는 분들도 모두모두 고맙다. 하지만 나는 어떤 의무감으로 서재질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나를 찾아주시는 분이니까,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격려도 해 주시는 고마운 분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그 분들의 서재에 찾아가서 형식적인 말들을 늘어놓으며 웃는 가면 얼굴을 남기는 것이 과연 내가 잘하는 것일까, 생각하기도 했다. 나의 가면을, 그 분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일텐데, 하고 생각하면 스스로가 못견디게 재수없었다.
지난 달, 몸이 좀 아파서 서재질을 못했을 때 그제서야 나는 내가 무엇을 간과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건 그저 '소통' 이었다. 나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으로 알라딘 서재를 선택했고 누가 등 떠민 것이 아니라 내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참 까맣게 잊고 있던 거였다.
나는 내 서재가 텅빈 폐허일 때도 이곳이 좋았고 다른 서재에 가서 혼자 디비며 노는 것이 즐거웠다. 깨작깨작 글을 올리며 게으르게 움직이는 이 서재를 열고 만들어가는 지금 찾아와서 내 얘기를 들어주고 말을 건네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는 지금이 더욱 좋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어느샌가 진심으로 웃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신경을 안쓰려고 해도 즐찾의 수가 줄면 순간 흠칫 놀라기도 하고 궁금한 마음이 한 없이 증폭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즐찾이 늘어도 마찬가지다. 나는 즐찾이 줄어도 괜찮고 댓글이 하나도 없어도 괜찮은 조금은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느 집단에서든 속으로는 조금은 중심부에 가서 허허허 웃고 싶으면서도 결론적으로 택하게 되는 것은 몸을 작게 움츠리는 것이었다.
나는 9년동안이나 학교를 다닌 여고괴담의 재이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로만 남아도 이 공간에서는 그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나를 즐겨찾는 서재' 가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공개됨으로 인해서 또다른 서운함들이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피어나지 않기를, 나는 웬지 진정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