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천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6
김남천 지음, 채호석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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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金南天)은 사소설을 자주 쓰는 편이다. 카프(KAPF) 문인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던 <물!>(1933)은 대표적인 사소설이다. 그도 1920년대 일본 호세이(法政)대학에 유학한 바 있는데 이 때 사소설을 섭렵한 걸로 추정할 수 있다. 김남천은 줄곧 비판적 리얼리즘을 옹호한 것으로 인정된다. 임화(林和)와 리얼리즘에 관해 논쟁한 것은 유명하다. 내 생각으로는 카프 계열의 작가 가운데선 가장 뛰어난 소설을 남기지 않았나 싶다. <대하(大河)>(1939)는 그 가운데서도 수작이다.

<처를 때리고>(1937)의 주인공 남수(南洙)는 전향한 지식인이다. 그는 이념 활동에 매진하다 옥고를 치른다. 출감한 그가 맞닥뜨린 건 옛 동료들의 속물적 모습과 아내의 변심이다. 그를 무엇보다 괴롭히는 건 아내의 달라진 모습이다. 추정컨대 아내 정숙(貞淑)은 이념적 동지였다.


“정치담이나 하구 다니면 사회주읜가. 시국담이나 지껄이고 다니면 사회주읜가

백 년이 하루같이 밥 한술 못 벌고 십여 년 동안 몸을 바친 제 여편네나 때려야

사상간가. 그런 사회주읜 나두 했다. 미련한 이년은 십 년이 하루 모

양으로 남편을 하늘같이 알고 비방과 핍박 속에서 더울세라 추울세라 남편만을

섬겼건만 그날 뒷날 첩으로 되어 쫓겨나게 될 줄만 몰랐다.”


  남편의 신념적 동지였던 아내가 이젠 남편을 타박한다. 더군다나 정숙은 젊은 준호(俊鎬)에게 호감을 지니고 있다. 우당(愚堂) 선생이라 불리며 ○○계 거두였던 남수가 이젠 아내에게마저 무시와 구박을 받고, 배신을 당하는 존재로까지 전락한 것이다.

 <우리말 사전>은 속물을 이렇게 정의한다. '세속적인 명리(名利)에만 급급한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명리란 영예와 이득일텐데, 이득은 성적 욕망도 포함할 터이다. 소설 속에 보이는 눈에 띄는 속물은 허창훈(許昌薰)이다. 그는 변호사로 꽤 큰 돈을 지닌 사람이다. 창훈은 남수가 자리를 비운 시절 정숙을 희롱한다. 준호는 남수에 따르면 ‘경박 그 자체가 매력’인 사람이다. 이 경박함을 정숙이 좋아한다고 준호는 생각한다. 소설의 말미에서 준호는 약속을 어기고 제 잇속을 좇아 신문사 기자로 취직한다.

  이념적 동지로만 살기엔 남수와 정숙은 세상 가운데서 너무 무력하다. 세속의 탁류는 창훈과 준호로 형상화돼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는다. 작가는 이 억울함과 분통 터짐을 사소설의 형식을 빌어 드러낸 것이다. 
 

 

             김남천(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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