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폐인도 부지런해야 할 수 있다는 한탄을 한 적이 있기도 하듯이, 나는 게을러 빠졌다. 자식 앞에서도 게으른 아빠가 되어 버린 것 같으니 콩주에게 면목이 없다.
2월 1일 생인 콩주는 5월 11일이 100일이었다. 그리고, 게으른 아빠는 근 한 달이 더 지난 6월 6일에서야 겨우 100일 기념 촬영을 시켜 주었다. (물론 "100일 사진은 좀 더 지나서 찍어야 각도 나오고 사진 찍기 좋아"라는 주위의 권고를 적극 활용하였다.) 그리고, 기념 사진을 찍고 나서 다시 한 달하고도 열흘이 훌쩍 넘은 지금 이제서야 그 사진을 올리고 있으니... 초보 아빠는 아직 이런 곳에 사진을 올리는 것이 왠지 자식 자랑 하는것 같아 민망하기만 하다.
100일 사진 촬영의 "극초반"에만 콩주는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내 짜증, 울음, 원망으로 뒤엉켜 촬영 끝까지 시종일관 그럴싸한 표정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친구가 아니었다면 더 힘든 촬영이 되었으리라. (공짜로 앨범과 액자까지 여러개 만들어준 친구 L에게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감사를..)
이 타이밍에 분위기 Up되어 미친척 가족 사진까지 올리는 만행을.. -_-;
으음... 모자이크 처리라도 할걸 그랬나.
콩주는 엄마 아빠와 같이 살지 못한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를 둔 덕에 5월 부터 수지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지냈다. 그리고 지난 주에 더 멀리 강원도 인제의 외가집으로 다시 이사를 했다. 어린 나이에 환경이 자주 바뀌는 것이 너무나 안쓰러울 뿐이다. 못난 부모 탓에 먼 지방에 내려간 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온식구가 한 지붕 밑에서 같이 살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