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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열등감의 다른 얼굴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에 민감한 편이다. 때로는 배려라는 이름이 되고 때로는 자격지심으로 비하되기도 한다. 그런 나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이외수는 언제나 기인일 수 밖에 없었다.
대학 시절 읽었던 그의 글들은 하나같이 다분히 모범생적인 나의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파격적인 것들이었고 그의 외형과 연결지었을 때 작품성보다는 괴팍함, 비도덕성 따위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괴물'이나 '바보바보'을 통해서 그런 그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벗겨질 기미를 보일 즈음 어떤 텔레비젼 프로에서 그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갑자기 그에 대한 내 모든 편견을 허물어버린 것은 그의 말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의 수줍어보이는 말투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에서 나는 다시한번 그의 여린 감성과 세상의 모든 것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재확인한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세상 모든 일에 대한 그만의 가치 기준, 그것은 기인으로서의 특이함이 아니라 빛나는 특별함이다. 치통이나 운전배우기 등의 작은 문제로부터 가난과 알콜중독에 이르는 큰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는 남과 다른 특별한 감성으로 모든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며 극복한다. 하루에 한번씩 머리를 감는 내게 그의 긴머리가 넘어설 수 없는 위생의 문제로 받아들여지듯이 그의 가슴 가득한 사랑의 감성 또한 흉내낼 수 없는 본질적인 문제는 아닐까.
그의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화내는 이외수이다. 그는 화를 내지 않는다. 고난도 있고, 고통도 있고 시련도 좌절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그의 '화'를 느낄 수 없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늘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잘남보다는 타인의 손길을 고마워하는 그가 어쩌면 도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회가 된다면 세상적인 나와 세상 속에 가장 세상적이지 않는 그가 만나 세상 이야기를 한번 나눠봤으면 좋겠다. 그의 책 속에서 용해되고 희석되어 흐려진 나의 상처들이 그의 어눌한 말투 속에서 그처럼 따뜻하고 아름답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