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의 심리학 - 호감형 인간으로 나를 바꾸는 심리학 강의실
마쓰모토 사토코 지음, 정정일 옮김 / 이매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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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좀.. 못마땅하다. 한 장을 다 읽을 때마다, 제목은 끌리게 써놓고 알맹이가 없잖아 하면서 실망하고 또 실망하면서 끝까지 읽어갔다. 

주로 앞에서는 심리학이라는 것들이 다 신뢰할 만하지는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감할 수 있다. 심리 실험이라는 것이 의도를 갖고 접근할 수 있고, 심리학 자체가 보이지 않는 것을 실체화하려는 작업이다보니 보기 따라서 이현령비현령일 수도 있으니, 그런 경계심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통 그런 문제제기 뒤에는, 그러므로 새로운 심리학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시를 하거나 심리학의 다른 세계를 보여주거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표정에 심리가 나타난다, 색채에도 심리상태가 반영된다는 이야기도 맞는 말일 수 있다. 차라리 처세론 책들처럼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비지니스를 할 때는 무슨 색 옷을 입으라든지, 어떤 표정과 몸가짐을 가지라든지 자세하게 제시를 해주든가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제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닌데 여성지에 간단심리테스트 수준을 넘지 못한다.) 

지하철에서 가볍게 읽을 수는 있겠다. 게다가 제목에 심리학이 들어가니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은 내용(한 장이 짧고 그 내용도 전혀 전문적이지 않음에도)도 모르고 와, 저 사람은 심리학 책을 읽네, 할지도 모른다. 가볍고 재미난 책들이 무용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은 점점 너무할 정도로 가벼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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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범의 하루 공부법 - 평범한 학생들은 모르는 시간과 공부 관리의 비밀 박철범 공부법 1
박철범 지음 / 다산에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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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부모로서 나는 그다지 공부 잘하는 자녀들을 두지 않았다. 별로 걱정은 되지 않는다. 초기부터 잡아주지 않아서 어쩌려고 그러냐는 걱정들도 듣지만 지금 옆에서 같이 공부해 주는 정도로도 언젠가 자기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선생으로서 나는 아이들의 성적을 단기간에 올려주는 그런 교사는 되지 못한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서로 잘 어우러지면서 학교 생활을  하는 것, 바르고 따뜻한 아이가 되는 것, 사춘기를 충분히 누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올해는 공부법도 함께 점검해 주는 담임교사가 되고 싶었다. 인성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학력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가끔 그렇게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속상했다. 교육이 단기간 내 무엇을 이루는 것이 결코 아님을 믿는 나는 1년 내 성적이 오르지 않아도 내 품에서 떠난 후 더욱 단단해지고 성적도 오르는 아이들을 많이 알고 있다.) 보여주고 싶었다.  

공부법을 쓴 책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 책 안에 보니 공부하다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공부했다는 수기를 읽으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자신이 그런 책을 낸 저자이니 그렇게 썼을 수도 있지만, 수기가 갖는 힘 -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도 있구나, 나도 열심히 해보자, 하는 마음잡기의 동력이 되는- 을 나도 잘 알기에 공감이 되기도 했다. 공부법 책을 읽는다고 다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불씨는 지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은 꽤나 유용한 전략들을 많이 보여주기까지 한다. 나는 학급 아이들에게 정리해서 보여주려고 형광펜으로 그으면서 읽었다.(우리 집 고3 아들은 아마 바빠서 읽을 수 없을 것이고 중2 딸은 침대머리에 놓아두었지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읽다 보니 저자가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업에 집중하고 교사에게 몰입해야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은 학생이었을 때의 내 모습에 비추어 보아도, 교사가 된 후 아이들을 지켜보았을 때에도 99% 맞는 말이다. 간혹 성적이 좋은 아이들 중에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내 과목 국어는 어지간히 공부해도 좋은 점수가 나오거나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만점이 잘 나오지 않는 과목이다 보니 다른 분야 쪽으로 공부하는 녀석들(특히 중3 중 외고나 과고를 준비한다는 아이들) 중에 내 시간에 자거나 다른 공부를 하려 드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 대부분은 외고나 과고에 떨어진다. 물론 상위권이 맞지만 최상위권이 되지는 못한다.  

자기 방 정리에 대한 것이나 수험생일수록 간단한 운동을 하라는 조언, 잠을 충분히 자라는 말도 공감이 된다. 뒤에 나오는 언어영역 100% 공략법 같은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이 될 만큼 유용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친구를 라이벌로 여기지 말고 함께 가는 동지로 보라는 관점이다. 강퍅한 마음가짐은 스스로를 피곤하게도 하지만 저자가 말한 대로 같은 학교의 친구는 사실상 라이벌이 아니다. 친구와 독려하며 공부하는 것은 지혜로운 아이들의 전략이기도 하다. 학교에서도 정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하위권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 시간 없다고 안 가르쳐주거나 잘난 척하면서 친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짓을 하지 않는다. 어설프게 공부 좀 하는 녀석들이 오히려 공부 잘하는 척을 해서 빈축을 사곤 한다. 

고3 아들은 디자인 공부를 준비한다. 나도 역시 고3 때 독서를 끊지 않았었고 지금 고3도 독서를 그만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 아니라면 괜찮은 책들(특히 미술가에 대한 책이나 디자인 관련 책들)을 가볍게 침대머리에 올려놓곤 한다. 이 책을 한권 통째로 읽을 시간은 없을 테니 형광펜 표시한 곳만 읽으라고 갖다 놓을 것이다. 저자의 긍정적 에너지가  아들에게  격려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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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10-05-04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풀꽃선생님.. 정말 오랫만에 알라딘 서재에 들어왔어요...^^ 조카에게 선물해줘야 겠네요...
올해는 정말 유난히 겨울이 기네요. 봄이 없이 여름이 오는 것 같기도 하고...
건강 조심하시구요.. 늘 행복하세요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
일연 지음, 리상호 옮김, 강운구 사진, 조운찬 교열 / 까치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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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 읽었다. 원래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습관이 있어서 다른 책들도 오래 걸린다. 그런데 유독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많고 중간에 사진이 많아서 완역본이라지만 방대한 양은 아닌데도 시작하고 나서 한참 손 놓고 있다가 몇 달 후 다시 읽고, 읽고... 

방학이 되어서 비로소 연필을 들고 밑줄 쳐 가며 끝까지 읽었다. 한참을 읽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런데 이게 누구에 대한 이야기였더라, 하면서 앞으로 돌아가곤 했다. 일연의 서술 방식이 그런걸까. 하긴 여러 이야기, 여러 사람 이야기를 묶어놓기도 했고 그의 글쓰기 방식이 두서가 없는 편이기도 하다. 그러나 꼭 그런 문제만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둘째치고라도 북한학자 리상호가 번역했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자 의미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번역의 답답함을 극복해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나 현학적이지 않으리라는 믿음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문장이 길고 낯설다. 집에서 굴러다니던 다른 삼국유사와 비교해 보니 오히려 여기저기서 나온 판본들이 독자들을 의식해서 쉽게 번역(의역?)해 놓은 게 많았다. 

번역은 그렇고, 내용 이야기를 해 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들을 남김없이 다 촘촘히 읽어보자는 의도였는데 다 읽고 나서도 술술 빠져나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요즘의 논리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들, 너무 복잡한 이야기들,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되지 못하는 이야기들, 그런 것들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아무튼 나는 무슨 숙제를 마친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학습이 되려면 보충 서적과 동시다발로 읽고 정리를 했어야 했겠고 정리가 되지 않으니 연대표나 인명 지명을 술술 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정서적으로만 읽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어디에 무슨 이야기가 있었다는 목록 정도를 얻은 것으로 만족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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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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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좋아졌다. 아니 전에도 좋았다. 정확히는 '거꾸로 읽는 세계사''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부터 유시민이 좋았다. 아이들을 위한 학급문고로 교단 초기에 이 책들을 사서 읽었던 것 같다. 그전까지 내가 공부한 세계사와 경제학은 이런 책이 아니었다. 어려운 문장과 현학적이고 냉소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스터디'를 해야 하는 책들이었다. 그래서 거꾸로 시리즈를 읽으면서,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젊은 필자의 역량에 감탄했었다. 

그래서 그가 정치가로 등장했을 때 조금 실망했던 것도 같다. 세간의 평은 그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좋은 느낌을 깎아버리기에 충분할 만큼 신랄했다. 그리고 그는 나와 무관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참여정부의 정치적 방향과 태도에 대해 호의적인 편이었지만 별 관심은 없었다. 그저 멀리서 잘 되기를 바라는 기분 정도였다. 

토론장에서 그의 말은 경박한 느낌이 들 만큼 거침없이 하늘을 날았다. 적절한 비유와 논리적 근거들, 길지 않은 문장들로 적의 빈 곳을 바로 치고 들어간다. 틀린 말 하나도 없는데 이상한 아쉬움이 느껴진 것은 그의 강퍅해 보이는 인상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다. 저 완벽한 언변에 겸손이 조금 모자라서 아쉬운 걸까 무얼까 말이다. 그런 유시민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눈물 범벅이 되어 울고, 울면서 람들 앞에 다시 돌아왔다.

오랜만에 다시 읽는 그의 문장은 감동이다. 천재는 아닌데, 그런데 무얼까, 아무리 어려운 것도 간결하고 적절하게 글로 풀어내는 이 재주는. 고등학교 때 대충 배웠던 헌법 문구 하나하나가 시처럼 아름답다는 걸 처음 느낀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 대해 감정적으로만 좌절하고 연민하며 사랑했는데 합리적이고 냉철하게 따져 보고도 자랑스럽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곧 직업적 감각으로 아이들과 쉽게 법과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교재로서 이 책을 다시 해독하기도 했다. 나로서는 교재로 쓰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책에 대한 최고의 찬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감탄은 중반을 넘어가면서 꺾인다. 제자들이나 동료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도 뒤로 가면서 줄어든다. 아니, 앞에서도 감동적으로 헌법과 그에 담긴 정신을 말하다가, 지금 정권이나 지금 현실을 언급하는 것이 자꾸 아쉬워졌던 게 사실이다. 현 정권에 대한 그의 비판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책 속의 내용이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에 쓰여져서 그의 죽음을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 참 낯설게 느껴지듯 한2,3년 쯤 흘러 정권이 바뀌고 지금 대통령이 역사의 뒤안의 사람이 되면 이 책은 어떻게 읽힐까 하는 생각 때문에 아쉬웠던 것 같다. 신문을 읽는 기분 같은 것이다. 책이 갖는 영구성 혹은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으리라는 느낌 때문에, 그리로 그것 때문에 헌법 정신에 대한 주옥같은 해석들이 값을 다하지 못하겠군 싶은 마음 때문에 아쉬운 것이다. 

뒤에 실린 '유시민 전 장관'의 이야기도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처음부터 여느 정치인들처럼 자신의 역정을 담은 수기 정도로 얼굴을 내밀었던 책이라면, 유시민의 정치 역정이 궁금해서 이 책을 산 것이었다면 아주 재미있게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유시민 팬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 책에 대해 가졌던 기대와 다른 내용이어서 이게 왜 여기 있는 걸까 싶은 게 용두사미란 게 이런 걸까 싶은 게, 그래서 사람들이 유시민에게 2% 뭔가 부족한 게 있다고 하는걸까 싶은 게... 아쉬웠다.  

그래도 옆에서 남편은 '대한민국 개조론'도 좋다고 읽어보라고 한다. 누구나 성장을 한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정치인도 성장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아직은 젊은 정치인인 유시민이 성장의 과정 상에 있다고 믿어본다. 한 십수 년 전쯤 노무현이 아직 변호사였을 때 쓴 수필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좋겠다.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정작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의 성장 앞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었다. 훗날 유시민에게도 그럴 날이 올지 모른다. 그때 나는 뭔가 부족한 듯 싶어서 아쉬웠으나 애정을 버릴 수 없었던 이 책을 다시 훑어볼지 모른다. 과거가 되어 버린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이 군데군데 나올 때마다 피식피식 웃기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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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ader (Paperback, Media Tie In) - Vintage International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Janeway, Carol Brown 옮김 / Vintage Books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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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먼저 그냥, 영화로 봤다. 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면 봤는데 탄탄하지만 그저 러브스토리일 뿐인가 보다 하면서 봤었다. 하지만 한나가 재판을 받는 이야기부터 (그녀가 문맹임이 그때 드러난다) 나는 긴장하며 보기 시작했다.  

그 전날 나는 키에슬로브스키의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봤다. 영화 속 두 베로니카의 출생연도인 1966년은 내가 출생한 해이기도 하다. 나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지만  친구가 붙여준 나의 별칭이 베로니카이기도 해서 그 영화는 내게 매우 특별했다. 전혀 다른 곳에 사는 닮은 꼴의 두 베로니카. 물론 나는 그들과 매우 다르게 생겼지만 같은 해에 태어난 또다른 베로니카이기도 한 나에게 영화는 아지 못할 곳에서 온 메시지처럼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이 영화와 '더 리더'는 물론  아무 연관도 없다. 그저 비슷한 시기에 내가 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우연히도 한나 슈미츠가 전범 재판을 받은 해도 1966년이었다. 난 내가 태어난 해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다. 사람들의 생은, 심지어는 영화나 책 속 사람들의 생도 서로 무관한 듯 얽힌다.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다. 우연이 의미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건 키에슬로브스키도 베로니카를 연기한 배우들도 베른하르트도 나도 아무도 깨닫지 못했거나 못할 것이다. 그냥 지구 한 모퉁이에서 남들은 관심도 없는 생의 우연에 무슨 의미라도 있는 걸까 궁금해 하는 어떤 여인이 있을 뿐이다. 평범하게 태어나 살고 있는, 그러다 어느 날 찔레꽃처럼 무심하게 우주 속에서 조용히 사라져갈 한 여자는 그렇게 두 영화를 보면서 자기가 태어난 해에 대한 생각에 잠겨보았다.

아무튼, 연속으로 본 영화 속의 1966이란 숫자 덕인지 나는 한나 슈미츠에게 금방 감정이입이 되었다. 문맹은 자존심이 높은 그녀에게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죄를 뒤집어쓰는 한이 있더라도 밝히고 싶지 않은 치부였다. 세상에서 그녀의 문맹을 '눈치챈' 유일한 사람이 미하엘이었는데 한나와 미하엘의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우리의 현실에서 우리의 뷰파인더는 남들의 내면을 그리 깊게 들여다 볼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난 서툴고 무뚝뚝한 눈빛과 말빛으로 그 사람을 짐작해야 할 뿐이다.  소설 속 인물들에게 카메라를 얼마나 깊숙하게 들이미는가 하는 것은 소설가의 서술방식에 달렸겠지만이 소설은 그런 방식이다. 그래서 얼핏, 한나는 미하엘을 사랑한 걸까, 미하엘은 소년 시절 이후에도 계속 한나를 사랑한 걸까, 의문이 든다. 그건 그들의 방식일 뿐이었다. 

그들이 사랑하는 그 느낌과 방식은 심상했다. 세상의 다양한 사랑에 별 관심 없다. 그러나 나이가 든 미하엘이 한나에게 책 읽은 테잎을 보내는 장면부터 나는 모든 신경을 세우고 영화를 보았다. 책을 읽어 보니 그 장면이 그렇게 민감하게 그려진 것은 원작의 힘이기도 했다. 사랑의 힘이 글을 읽게도 하고 춤을 추게도 하고 거지를 왕자로 거듭나게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많이 보아왔다. 그런 의미에서는 진정 사랑을 말하고 있는 소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깨쳐가는 과정을 학습의 과정으로가 아닌, 빛이 환하게 눈앞에서 터지는 각성의 과정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목소리로 듣는 책의 그 환희로운 느낌, 그걸 넘어서 듣고, 책에서 그 단어를 찾아 하나씩 글자를 익혀가는 과정은 퍼즐을 맞추듯 신기하고 신비롭다. 

나는 교사다. 나는 그러한 빛나는 소통과 각성의 순간들을 조금은 안다. 그런 순간들을 아이들과 주고받고 싶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는지도 모른다. 홀로코스트의 치죄나 사랑에 대해 집중하지 못한 것은 내 방식이다. 어쨌거나 참으로 감동적인 반년의 독서였다. 외국어로도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음에 대해서도 또한 원작자에게 감사한다.  

생각해 보니 영화를 통한 관심 때문에 원서로 된 책을 사서 오랜 시간에 걸쳐 읽어가는 과정은 어쩌면 한나가  글자를 익혀가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사랑이란, 행위에 대한 의미 부여이기도 하다. 나는 마치 앓듯이 어딘가에 몰입하고 사로잡히는 이런 기분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래서 책을 덮는 날, 모르는 단어가 형광펜으로 가득 뒤덮여 있던 그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슬펐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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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5-04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꽃선생님 오랜만이에요.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멋진 리뷰입니다. 전 이 책은 보지 않았고 영화만 봤어요.
책으로, 그것도 원서로 읽으면 또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1966년은 저와도 관련있는 해에요.^^
한나가 전범재판 받던 해이기도 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