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
일연 지음, 리상호 옮김, 강운구 사진, 조운찬 교열 / 까치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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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 읽었다. 원래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습관이 있어서 다른 책들도 오래 걸린다. 그런데 유독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많고 중간에 사진이 많아서 완역본이라지만 방대한 양은 아닌데도 시작하고 나서 한참 손 놓고 있다가 몇 달 후 다시 읽고, 읽고... 

방학이 되어서 비로소 연필을 들고 밑줄 쳐 가며 끝까지 읽었다. 한참을 읽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런데 이게 누구에 대한 이야기였더라, 하면서 앞으로 돌아가곤 했다. 일연의 서술 방식이 그런걸까. 하긴 여러 이야기, 여러 사람 이야기를 묶어놓기도 했고 그의 글쓰기 방식이 두서가 없는 편이기도 하다. 그러나 꼭 그런 문제만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둘째치고라도 북한학자 리상호가 번역했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자 의미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번역의 답답함을 극복해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나 현학적이지 않으리라는 믿음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문장이 길고 낯설다. 집에서 굴러다니던 다른 삼국유사와 비교해 보니 오히려 여기저기서 나온 판본들이 독자들을 의식해서 쉽게 번역(의역?)해 놓은 게 많았다. 

번역은 그렇고, 내용 이야기를 해 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들을 남김없이 다 촘촘히 읽어보자는 의도였는데 다 읽고 나서도 술술 빠져나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요즘의 논리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들, 너무 복잡한 이야기들,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되지 못하는 이야기들, 그런 것들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아무튼 나는 무슨 숙제를 마친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학습이 되려면 보충 서적과 동시다발로 읽고 정리를 했어야 했겠고 정리가 되지 않으니 연대표나 인명 지명을 술술 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정서적으로만 읽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어디에 무슨 이야기가 있었다는 목록 정도를 얻은 것으로 만족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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