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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7
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프랜시스는 일반인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미친 놈이다. 자꾸 마음속에서, 머리속에서 수많은 목소리들이 울려대는 통에 프랜시스는 결국 참지못하고 일을 저질렀고 정신병원으로 끌려간다. 그것이 70년대 후반이었으며 바닷새 프랜시스가 20대 초반의 일이었다. 그리고 20년이 훌쩍 지나 병원이 있던 자리에서 나폴레옹과 조우하면서 그는 병원에서 겪었던 그 사건에 대해 기록하기 시작한다. 프랜시스에게, 모두에게 악몽같았던 그 사건.
과제나 시험을 위해서 읽은 소설을 제외하고 이렇게 읽기 힘든 소설은 처음이었다. 재미가 없다면 당장 덮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하루에 100페이지 읽는 것도 힘이 들었다.
프랜시스는 그림도 잘 그리고 학과성적도 우수하고 머리도 좋은 편이었지만 미친 놈이었다. 즉 감수성이 풍부하고 표현력도 좋으며 머리도 좋고 게다가 미쳤다. 그 사건에서 가장 중요했던 점은 바로 프랜시스가 일반인이 아니고 미친 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프랜시스는 루시와 피터는 다가가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천사의 숨결과 맞닿아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도 피터나 루시처럼 프랜시스의 감정과 심리를 따라가느라 힘겨웠다. 나도 일반인이다. 나도 피터나 루시와 같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만 사회의 인습과 타성에 젖어있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바닷새의 심리를 따라가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다. 천사에 다가갈 듯한 기묘한 느낌과, 정신병원에서의 일상을 내 머릿속에서 재현해내기란 쉽지 않았다.
책을 읽을때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몰입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바닷새에게 몰입하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졸고 있었다. 정신병원의 칙칙함, 나른함, 부조리함 등에 몰입하다보면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절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는 천사의 정체에 조바심 내면서 읽어나갈 수 있었지만, 정신병원을 책으로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이 몰려왔다는 점에서 작가의 묘사가 얼마나 탁월한지 알 수 있었다. 카첸바크가 얼마나 리얼하게 묘사했는지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처음에 이 만연체 문장에 적응하느라 좀 힘들었다. 요즘 스릴러들은 영화의 씬 같이 짧은 챕터로 나뉘어져 있고 문장이 간결하기 때문에 그것에 적응되어있다가 묘사가 풍부한 이 책의 초반부에 문장의 주어와 서술어가 뭐였는지 기억하느라 애좀 먹었다. 하지만 카첸바크의 치열한 현장조사의 결과물인 느릿한 묘사들은 내가 마치 정신병원에 있는 일반인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프랜시스가 기록하고 있는 시점 역시 어둡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여서 프랜시스 옆에서 허덕허덕거리며 겨우 한발짝 내딛기도 힘든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병원에서 천사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천사에게 위협을 당하면서도 프랜시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뒤를 힘겹게 쫓으며 그의 여정을 끝낸 지금, 힘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여행기를 쓰고있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