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고백한다, 현대 의학을>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으면서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마태우스님 덕에 이 책도 볼 수 있었다. <나는 고백한다, 현대 의학을>에서 외과의사로서의 고민과 한계를 느꼈다면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한다>에선 시스템과 의사, 치료 외적인 사안들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의료소송과 샤프롱, 의사의 성실성과 의료보험에 대한 꼭지들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갖을 수 있게 됐다.

얼마 전 <내 인생이다>에서 유의미한 일을 벌인 의사가 나왔다. 우리나라 의사들이 올바른 의학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개설한 http://www.koreahealthlog.com/ 가 그것.
‘질병과 관련한 정보와 판단을 전부 의사에게 위탁하고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거죠....결국은 더디더라도 환자가 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정확한 정보는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죠.’
다만 좀 아쉬운건 시의성과 인터넷 연재라는 한계 때문인지 사안마다 폭넓은 분석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어떤 칼럼에선 의학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 게재되기도 했다. 그래도 위안을 삼자면, 병가를 낼 정도로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환자가 원인을 알아야한다며 객관식 답 찍듯이 스트레스냐, 감기냐’를 선택하라는 의사나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면 항생제 처방을 안 받으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인터넷에서 보고 하는 소리냐며 항생제가 의학 발전에 이바지한 내용으로 일장연설하는 의사에게 주눅 드는 대신 제대로 알고 항변할 수 있게 됐다는 정도가 아닐까. 물론 내가 의사가 아닌 다음에야 의사만큼 잘 알리는 없지만 ‘흰색 가운의 권위’ 때문에 궁금한 것도 못 묻고, 의심나는 것을 꾹 참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일요일에는 뒹글대며 DMB를 봤다. ‘출발 비디오 여행’을 시작으로 ‘개그 콘서트’까지 재미있는게 계속 하는거다. 읽어야할 책과 봐달라는 영화가 쌓였는데 오랜만에 보는 텔레비전은 참 나긋나긋해서 다른걸 해볼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새로 선을 보인 ‘나는 가수다’에서 오랜만에 노래가 주는 감동을 -노래만큼 기획이 똑똑했다- 맛본 터라 재미없는 1박2일까지 봐버리는 기염을 토하고 말았다. 개인적인 선호도를 밝히자면 이소라가 분위기를 압도하며 부른 ‘바람이 분다’가 제일 좋았다.
오늘은 아침 내내 옥상 청소를 했다.
아저씨는 나보다 키가 한 뼘 정도 작았다. 작업장에서 나온 흙과 낙엽을 건축자재 폐기물 옆에 놔도 되냐고 묻자 분리수거 규칙에 대해 알려주셨다. 위압적이지 않았다. 아저씨의 입 주위에 빨간 물이 들어있다. 점심으로 매운탕이나 김치찌개를 드셨나보다. 낙엽이랑 흙을 어떻게 분리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자, 아저씨는 놓고 가도 안 가져갈거란 얘기를 하신다. 그때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오셨다. 아저씨들은 다정하게 자판기 커피를 드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 한 아저씨가 수레에서 흙더미를 내려주며 놓고 가라고, 그래도 된다고 하셨다. 처음에 분리수거 안 된다고 한 아저씨도, 낙엽 있어도 암시랑 않다고 하신 아저씨도 커피를 마신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볕이 따뜻했다. 문득 아저씨들이랑 바람이 잠든 양지에 앉아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나눠 피고 싶어졌다.